‘눈물의 여왕’ 신데렐라 스토리 역이용해 주목
재벌과의 로맨스로 대리만족을 선사하는 ‘신데렐라 스토리’는 멜로 드라마의 단골 소재다. 그러나 ‘현실감’이 떨어지고, 여자 주인공들의 수동적인 면모를 강조하는 전개라는 지적 속, 시청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졌었다.
그러나 ‘재벌’이 다시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물론 로맨스만 강조하던 이전과 달라졌다. 성별 역할을 바꿔 극을 진행하거나, 판타지적인 재미를 강조하면서 후퇴와 변주 사이, 줄타기를 하고 있다.
현재 방송 중인 드라마 중에서 재벌이 주인공인 대표적인 작품이 ‘재벌X형사’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재벌 3세가 형사가 되며 벌어지는 일을 담고 있다. ‘돈에는 돈, 빽에는 빽’으로 맞서는 재벌 3세 진이수(안보현 분)의 활약을 통해 쾌감을 강조하며 색다른 ‘재벌’ 소재 활용법을 보여주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 재벌가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욕망을 드러내는 마이너리거들의 이야기를 담은 디즈니플러스 ‘로얄로더’도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로얄로더’는 상류층의 민낯, 또는 인간의 추악한 욕망을 들추는 등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재벌 소재를 활용 중이다.
로맨스 드라마에서도 ‘재벌’이 다시금 주인공이 되고 있다. 지난해 큰 사랑을 받은 JTBC ‘킹더랜드’가 대표적인 예다. ‘킹더랜드’은 웃음을 경멸하는 남자 구원(이준호 분)과 웃어야만 하는 호텔 직원 천사랑(임윤아 분)의 이야기를 담은 로맨스 드라마로, 사랑을 모르던 재벌 구원이 밝고 씩씩한 사랑의 이야기가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라는 지적을 받았었다. 다만 그럼에도 ‘알고 봐도 설레는’ 로맨틱 코미디 특유의 매력을 잘 구현하면서 ‘아는 맛이 진국’이라는 것을 보여줬었다.
올해 초 방송된 재벌 상속녀 도도희(김유정 분)와 한순간 능력을 잃어버린 ‘악마’ 구원(송강 분)이 계약 결혼을 하며 벌어지는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 ‘마이 데몬’을 비롯해 현재 방송 중인 퀸즈 그룹 재벌 3세 홍해인(김지원 분)과 용두리 이장 아들 백현우(김수현 분), 3년 차 부부의 로맨스 ‘눈물의 여왕’까지. 남자 재벌이 아닌, 여자 주인공이 재벌로 나서 전과는 다른 재미를 추구하기도 한다.
특히 ‘눈물의 여왕’은 백현우가 처가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이혼을 결심하지만 자신의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혀 고민을 하는 등 기존의 신데렐라 스토리를 역이용하는 방식으로 흥미를 유발 중이다. 아내의 집 조상들의 제사상을 차리며 고통을 받는 모습 등 역클리셰로 웃음을 유발하며 변주의 재미를 보여주고 있다.
다만 홍해인이 시한부라는 사실이 초반 드러나 ‘뻔하다’는 반응을 유발하는 등 영리한 선택과 안전함 추구 사이, 우려를 자아내기도 한다.
최근 절친과 남편의 불륜을 목격한 날, 살해까지 당한 강지원이(박민영 분) 인생 2회차를 살며 가해자들에게 복수하는 내용의 ‘내 남편과 결혼해줘’가 큰 사랑을 받으며 ‘K-막장’이 다시금 흥행 공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마에스트라’, ‘나의 해피엔드’ 등 불륜, 시한부를 소재로 ‘아는 맛’을 ‘자극적’으로 전하며 시청자들의 선택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물론 콘텐츠들이 쏟아지며 진입장벽을 낮추는 한 방식으로 ‘클리셰의 영리한 활용’이 드라마 제작자들의 중요한 키워드가 된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일 수는 있다. 다만 후퇴와 변주 사이,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해진 시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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