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재판부서 사형 선고될 수 있도록"
감형 가능성에 벌써 재판부 압박 고삐
법원 '내란' 인정에 공세 동력 확보…
국민의힘, '尹절연' 조짐에 효과 미지수
윤석열 전 대통령 ⓒ뉴시스
법원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1심)을 선고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443일 만에 내려진 결론이지만, 범여권의 반발은 만만치 않다. 법정 최고형인 '사형'이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2심을 맡을 내란전담재판부를 향한 판단 압박부터 사면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사면법 개정'까지 전방위로 분노가 표출되는 모양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19일 오후 형사대법정 417호에서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1심 선고기일을 열고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당초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지난달 13일 결심공판에서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는데, 이보다 낮은 무기징역이 선고된 것이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범행을 직접 주도적으로 계획했고 다수 사람을 범행에 관여시켰다는 점, 나아가 계엄으로 인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초래됐음에도 사과의 뜻을 내비치지 않는 것도 문제로 삼았다. 특히 핵심 쟁점이었던 비상계엄 선포를 형법상 '내란'으로 인정할지 여부조차도 여권의 판단대로 국헌문란의 목적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재판부가 양형 사유를 밝히자 여권은 불만은 분출됐다. 그동안 지귀연 부장판사를 둘러싼 윤 전 대통령 구속 취소, 재판 진행 태도 등 여러 논란에 여권은 '지귀연 재판부'를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판결 직전까지 "국민이 조희대 사법부로 진격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며 '사형' 선고를 압박할 정도였다.
그러나 △치밀하지 않은 계엄 계획 △물리력 행사 자제 △범죄 전력 전무 △장기간 공무원 봉직 △65세 고령 등이 양형 사유로 제시되자, 여권에선 "내란에 치밀하지 않은 내란, 초범 내란이 어디에 있느냐"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날 윤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 직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나라의 근간을 뿌리째 뒤흔든 내란 수괴에게 조희대 사법부는 사형이 아닌 무기를 선고함으로써 사법 정의를 흔들었다"며 "역사적인 단절을 확실하게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유예한 조희대 사법부의 행태에 국민은 매우 미흡하고 못마땅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 지도부 역시 지귀연 재판부가 제시한 양형 기준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재판부가 내란죄에 대해 모두 인정했음에도 감경으로 이어진 상황을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당내 일부에선 전두환 전 대통령이 1심 사형에서 2심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던 점을 들어 윤 전 대통령도 감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천인공노할 범죄 행위를 두고 조잡한 사유를 감경 이유로 설시하는 게 말이 되느냐"라면서 "어차피 선고 형량은 사형 아니면 무기형인데, 고령 여부가 무슨 상관이 있어서 감경 사유가 된다는 것이냐. 이는 재판부의 기계적 법 적용에 의한 명백한 재판 오류"라고 지적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추미애 의원(민주당)은 "이번 판결은 감형의 길을 열어주기 위한 '세탁 재판'이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재판부가 내란에 대해 △즉흥적·우발적 규정 △정치적 갈등 속 과잉 대응 △노상원 수첩을 '조악한 메모' 평가절하 등 판단을 내린 것을 이유로 들었다. 추 의원은 "지금 무기징역이 국민의 눈이 매서웠기 때문이라면, 국민이 눈을 떼는 순간 어떤 판단이 내려질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후 국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재판 무기징역 선고 관련 입장을 밝힌 뒤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그러나 지귀연 재판부를 향한 여당의 반발과 무관하게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판단은 2심으로 넘어간다. 다만 항소심 사건은 오는 23일부터 가동되는 서울고법 내란전담재판부가 맡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 내란재판부는 민주당이 조희대 사법부와 지귀연 재판부 불신에 따라 야당의 반발에도 강행 끝에 마련했다. 그러다보니, 내란재판부가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사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압박은 지귀연 재판부보다 거센 상황이다.
강득구 최고위원은 "왜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이냐. 납득할 수 없는데, 지귀연 판사였기 때문이냐"라면서 "특검은 즉각 항소해야 하며, 2심에서 반드시 법정 최고형인 사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성윤 최고위원도 "조희대 법원은 국민의 요구에 또다시 배신으로 응답했다"며 "내란특검은 즉각 항소해 내란재판부에서 법정 최고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조희대 법원에 대한 역사와 국민의 요구"라고 했다.
범여권은 향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 이뤄질 가능성을 대비한 조치까지 나서고 있다. 민주당은 앞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추진 당시 내란범에 대한 사면·복권을 제한하고 구속 기간을 기존의 두 배인 1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을 포함하려고 했지만, 위헌 논란 속에 최종안에서는 삭제된 바 있다. 그러나 향후 보수 정당이 정권을 잡을 경우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무기징역은 매우 유감이지만, 12·3 비상계엄을 국헌문란 내란죄로 인정한 점은 다행"이라면서 "곧 내란범 사면금지법을 통과시키겠다"고 예고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역시 "이제 내란범에 대한 사면을 금지하거나 국회의 동의를 얻을 경우에만 가능하게 제한하는 사면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해 무기징역이 선고됐지만, 법원이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내란'이라고 못을 박으면서 범여권의 이른바 '내란 프레임'은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그동안 '계엄의 강'을 건너지 못한 국민의힘 입장에서 6·3 지방선거 주도권을 잃을 수 있을 정도로 뼈아픈 공세 지점이 될 것으로 관측됐지만, 국민의힘은 이번 선고에 갑작스럽게 태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특히 세력을 특정하진 않았지만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세력과 선을 긋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정치권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완전한 절연 여부가 이번 지방선거 판세 변수로 꼽히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번 판결의 역사적·정치적 의미를 깊이 성찰하면서 헌정질서를 위협하고 파괴하는 과거·현재·미래의 그 어떠한 세력, 어떠한 행위와도 단호히 선을 긋겠다"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더 낮은 자세로 임하며 대한민국의 헌정질서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책무를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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