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나발니 이름 언급해 눈길
지난달 옥중에서 사망한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지지자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한 반대 시위를 벌였다.
로이터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나발니의 지지자들은 러시아의 대통령선거 마지막 날인 17일(현지시간) 정오에 맞춰 모스크바 등 주요 도시 6곳에서 푸틴 대통령을 비판하는 시위를 동시 다발적으로 열었다. 이는 나발니가 생전 구상했던 이른바 ‘푸틴에 저항하는 정오 시위’다.
나발니는 지난달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완전히 합법적이고 안전한 정치적 행동”이라며 정오 시간에 맞춰 투표소에 나가자고 제안했다. 앞서 러시아 당국은 대선 기간 동안 반정부 시위가 열릴 조짐이 보이자 "사전에 조율되지 않는 시위에 참여하면 최고 징역 5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에 나발니는 구호를 외치지도, 푸틴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의 피켓도 들지 않고 가만히 줄을 서는 행위만으로 시위에 참여하자고 독려했다. 시위 참여자들은 투표 순서를 기다렸다가 기표소로 들어가 푸틴 대통령 이외 후보에게 투표하거나 용지에 나발니의 이름을 적고 나왔다. WP는 “11시 55분까지만 해도 썰렁했던 모스크바의 한 투표소 현장이 12시가 되자 갑자기 인파가 몰리며 북적 거렸다”며 “약 100명이 넘는 인원이 갑자기 나타났다”고 전했다.
독일 베를린에서 정오 시위에 참여한 나발니의 배우자 율리아 나발나야는 “와서 줄을 서 준 모두에게 감사하다”며 “물론 나는 투표용지에 나발니의 이름을 적었다. 푸틴 대통령은 살인자이고 깡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이날 당선 확정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발니의 이름을 처음으로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그는 나발니를 ‘블로거’, ‘그 사람’이라고 지칭했을 뿐 이름을 부르진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나발니의 죽음은 슬픈 일이다”며 “감옥에 있던 사람이 숨지는 일은 미국에서도 있는 흔한 일이다”며 “우리는 서방 국가에 수감돼 있는 사람들과 그를 교환하려 했고, 나발니도 이에 동의했다. 그러나 그의 죽음으로 모든 일이 수포로 돌아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