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가전 이어 모바일까지 긴축 경영
MX 사업부 첫 적자 가능성까지 거론
노조 OPI 상한 폐지 요구하며 파업 투표
이재용, 올 초 "숫자로 자만할 때 아냐 지적"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TV·가전 등 완제품 사업을 담당하는 DX(디바이스경험)부문에서 비용 절감에 착수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수요 둔화로 완제품 사업의 수익성 압박이 커지자 긴축 경영에 나선 것이다. 반면 노조는 성과급 상한 폐지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준비하고 있어 업계 안팎에서 노사 간 엇박자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X부문은 최근 긴축 경영 기조를 강화하고 임원 해외 출장 경비 축소 등 비용 절감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기존에는 부장급 직원에게 적용되던 '10시간 미만 비행 시 이코노미석 이용' 규정을 부사장급 이하 임원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인력 재배치와 희망퇴직 요건 완화 등 조직 효율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DX부문이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것은 완제품 사업을 둘러싼 경영 환경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DX부문은 TV, 생활가전에 이어 휴대폰 사업부까지 비상경영체제에 전격적으로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바일경험(MX)사업부 내부적으로는 '칩플레이션(반도체 가격 폭등)'에 따른 반도체 조달 원가 상승 등으로 창사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부담이 커진 TV·가전 사업의 부담이 커진 데다 그간 든든한 실적 버팀목 역할을 해온 MX 사업부마저 위기론에 직면한 것이다. DX부문은 비상경영 대책의 일환으로 전 사업부에 대해 비용 30% 절감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회사가 비용 절감에 나선 상황에서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는 성과급 제도 개편을 요구하며 파업 준비에 들어갔다. 노조는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 폐지와 산정 기준 투명화 등을 요구하며 지난 9일부터 쟁의 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 중이다. 투표가 가결될 경우 노조는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노조 요구안을 둘러싸고 사내 갈등도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협상 과정에서 노조 측이 메모리사업부 직원들에게 1인당 4억5000만원 수준의 성과급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노조 가입자 수가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에 집중돼 있어 성과급 상한이 폐지될 경우 반도체 부문에 보상이 쏠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 초기업노조 가입자의 약 78%가 DS부문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가전 등을 담당하는 DX부문 직원들 사이에서는 노조가 특정 사업부의 이익만 대변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내부적으로는 "노조가 전사 직원의 처우 개선보다 특정 사업부의 성과급 확대에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노조는 사측에 '연봉의 50%'라는 OPI의 상한선 기준을 폐지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형평성을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상한선이 폐지되면 사업부 간 보상 양극화가 심화해 다수 직원의 상대적 박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재계에서는 이런 상황이 삼성전자 내부의 구조적 긴장도와도 맞물려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올해 초 임원들에게 "숫자가 조금 나아졌다고 자만할 때가 아니라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기술 경쟁력 회복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회사는 긴축 경영에 돌입하고 노조는 파업을 준비하면서 노사 간 온도 차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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