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육해공 넘어 우주·AI무기로…방산 미래축 넓힌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6.03.16 12:05  수정 2026.03.16 12:05

7년 만의 KAI 지분 취득, 전략적 파트너십 복원

"게임 데이터로 무기 학습"…크래프톤과 AI 동맹

방산영토 확장...하드웨어·소프트웨어 동시 공략

지난해 11월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 구축한 발사대에서 4차 발사 준비를 마친 누리호의 모습. 발사체 제작부터 조립, 발사 직전까지 모든 과정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체계종합기업으로 총괄했으며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제작 총괄한 차세대중형위성 3호가 탑재됐다. HD현대중공업은 누리호 발사 인프라 전반을 책임졌다.ⓒHD현대중공업

한화그룹이 국내 유일의 항공기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을 7년 만에 다시 확보한 데 이어 게임사 크래프톤과 인공지능(AI) 기반 무기 기술 개발에 나섰다. 항공우주 하드웨어 역량과 AI 소프트웨어 기술을 동시에 강화해 미래 전장 환경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6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최근 우주항공과 AI 기반 무기 기술을 중심으로 방산 사업의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13일 제출한 사업보고서를 통해 KAI 보통주 56만6635주를 약 599억원에 취득했다고 밝혔다. 이는 KAI 전체 지분의 0.58% 규모다.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11월 해당 지분을 매입했지만 보유 지분이 5% 미만이어서 당시에는 공시 대상이 아니었고 이번 사업보고서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한화 계열사가 KAI 지분을 확보한 것은 2018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보유 지분 5.99%를 전량 처분한 이후 약 7년 만이다. 회사 측은 항공우주·방산 분야 협력 강화를 지분 취득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한화가 KAI와의 전략적 연결고리를 다시 강화하려는 포석으로도 보고 있다.


한화와 KAI는 한국형 전투기(KF-21) 개발 사업에서 협력 관계를 이어온 반면, 초소형 위성 등 일부 우주 사업에서는 경쟁 구도를 형성해 왔다. 향후 KAI 민영화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한화가 유력한 전략적 파트너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화는 동시에 차세대 무기 기술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게임사 크래프톤과 ‘피지컬 AI’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합작법인(JV)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방산 기업이 게임사와 협력하는 이유는 AI 학습 데이터 확보 때문이다. 무기 체계가 전장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대응하려면 방대한 학습 데이터가 필요하지만 실제 시험만으로는 데이터를 축적하는 데 한계가 있다. 반면 수많은 이용자가 참여하는 대규모 가상 환경은 AI가 다양한 상황을 반복 학습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크래프톤이 보유한 게임 시뮬레이션 기술과 데이터 운영 역량이 협력의 핵심으로 꼽힌다.


양사는 장기적으로 AI 기반 무인 무기 체계와 가상 전장 시뮬레이션 기술을 고도화한다는 구상이다. 한화자산운용이 조성하는 약 10억 달러 규모의 AI·로보틱스·방산 투자 펀드에도 공동 투자자로 참여해 기술 생태계 확장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번 행보는 한화가 추진해 온 방산 사업 확장 전략의 연장선으로 평가된다. 항공우주 분야 협력을 통해 하드웨어 기반을 강화하는 동시에 AI 기술을 접목해 무기 체계의 지능화를 추진하는 이른바 ‘디펜스 테크’ 전략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화는 이러한 전략을 바탕으로 2030년까지 글로벌 방산 기업 ‘톱10’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군사 전문 매체 디펜스뉴스에 따르면 한화의 방산 매출 기준 세계 순위는 2024년 19위로 전년보다 다섯 계단 상승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래 방산 경쟁은 무기 성능뿐 아니라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좌우할 것”며 “한화가 항공우주 제조 역량과 AI 기술을 동시에 강화하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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