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주담대도 연체 1.5배 '껑충'…고금리에 영끌족 '비명'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4.03.20 06:00  수정 2024.03.20 06:00

국민·신한銀 1년 새 55.9% 급증

무리한 내 집 마련 '후폭풍' 압박

주택담보대출 금리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주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에서 불거진 연체 규모가 한 해 동안에만 1.5배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의 질이 전반적으로 나빠지고 있다지만, 증가 속도로만 놓고 보면 주담대에서의 부실이 더욱 빠르게 몸집을 불리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고금리 기조가 생각보다 길어지는 가운데 제로금리 시절 무리한 대출로 내 집을 마련했던 영끌족들을 둘러싼 후폭풍은 점점 거세지는 분위기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주담대에서 발생한 연체는 총 4291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55.9% 늘었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이 2458억원으로, 신한은행이 1833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각각 40.2%와 83.3%씩 해당 금액이 증가했다.


주담대 잔액 규모를 감안한 연체율로 봐도 흐름은 마찬가지였다. 두 은행의 평균 주담대 연체율은 0.23%로 1년 새 0.08%포인트(p) 높아졌다. 국민은행은 0.26%로, 신한은행은 0.19%로 각각 0.07%p와 0.08%p씩 주담대 연체율이 올랐다.


이같은 주담대 연체 증가세는 대출 전체의 부실 확대 속도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실제로 국민·신한은행의 대출에서 발생한 연체 총액은 1조6246억원으로 33.8% 늘긴 했지만, 주담대에 비해서는 낮은 증가율이다.


금융권은 주담대에서의 부실 확산을 더욱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신용대출에 비해 보다 확실한 담보가 있는 만큼 은행으로서는 자금 회수 가능성이 높지만, 이를 차주 입장에서 놓고 보면 자신의 집이 넘어갈 위기임에도 빚을 갚지 못할 정도로 극한 상황에 몰린 이들이 많다는 방증일 수 있어서다.


주담대 연체 확대의 배경에는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고금리 여파가 자리하고 있다. 대출 이자 부담이 쌓이면서 이를 갚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제로금리 시기를 관통하며 몸집을 불린 주담대와, 그에 따른 이자 압박이 이제야 비로소 본모습을 드러내는 형국이다.


한은은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2020년 초부터 기준금리를 0%대로 내렸고, 이는 2021년 말까지 지속됐다. 이 동안에만 은행 주담대는 100조 가까이 급증했다. 한은에 따르면 은행권의 주담대는 2019년 말 533조9664억원에서 2021년 말 629조5619억원으로 17.9%(95조5955억원) 증가했다.


이제 관건은 언제 다시 금리가 내려가느냐다. 금융권에서는 현재의 시장 금리가 정점으로, 연내 인하 사이클에 돌입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아직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시기와 폭의 문제일 뿐 올해 안에는 본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예측이다.


연준은 가장 최근 열린 지난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까지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해오고 있다. 지난해 9월과 11월, 12월에 이은 네 번째 동결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인하 타이밍이 미뤄지면서 영끌족들의 부담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주담대 부실은 서민의 주거와 직결된 문제란 점에서 다른 대출보다 우려가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