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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도시에 가치를 더하다


입력 2024.07.20 11:30 수정 2024.07.21 20:59        데스크 (desk@dailian.co.kr)

프랑스 파리 에펠 탑. ⓒ AP=뉴시스

7월 26일(현지시각), 드디어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하고 문화의 중심지 파리에서 올림픽이 개최된다. 올림픽은 명실상부 전 세계인이 주목하는 가장 큰 스포츠 이벤트다.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개최되는 34일 동안 참가 선수와 그들이 만들어 내는 경기가 올림픽의 본질이다.


이 축제를 위해 많은 예산과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투입한 개최도시는 무엇을 얻을까?


IOC(국제올림픽위원회)는 올림픽을 통해 개최 도시가 얻게 되는 것을 ‘레거시’라고 칭하고, 레거시를 스포츠, 사회, 환경, 도시, 경제 5가지 영역으로 구분하고 있다. 개최 도시가 모든 영역의 레거시를 균형 있게 창출시키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특히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은 도시적 측면에서 얻는 효과다.


1896년부터 시작되어 약 13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올림픽은 1960년 로마대회 이전까지는 경기장과 관련시설 조성해 대회를 잘 치르는 것에 초점을 두었지만 점차 스포츠 주도 도시재생(sport-led urban regeneration), 즉 올림픽이 개최 도시의 도시재생 동력이자 촉매자로서 역할을 하는 것에 주목하기 시작하였다.


물론 1960년대 이후 모든 개최도시들이 도시재생적 측면에서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다.


1992년 알베르빌은 인근 지역 14개시가 무리한 투자로 파산하였으며, 1998년 나가노의 경우도 사후 시설물의 이용도가 낮아 110억 불의 적자에 허덕였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은 당시 올림픽 예산으로 16억 달러(약 1조 8000억 원)를 책정했지만 실제로는 그 10배에 해당하는 160억 달러(17조 6000억원)를 쓴 것으로 나타나 올림픽 이후 그리스의 재정 적자가 심화됐다. 이것이 유럽 재정위기와 연결되어 "글로벌 경기 침체 시작점에 빚더미 아테네 올림픽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하였다.


이러한 상황에 영향을 받아 2012년 이탈리아 정부는 2020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포기하였다. 올림픽이 지역 발전에 반드시 도움이 된다는 보장은 없고 메가 스포츠이벤트가 국가와 도시에 발전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올림픽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다른 지역 개발 대안에 대한 기회비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그러나 올림픽을 통해 스포츠 주도 도시재생에 성공한 사례도 많다.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는 1992는 바르셀로나 올림픽은 장기적 도시재생계획 가운데 올림픽 유치를 계획하고, 그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다. 개최도시로서 바르셀로나를 알리고 관광 자원화 하였으며, 도시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하였다. 바르셀로나시는 올림픽을 통해서 도심주변에 있는 몬주익 언덕의 건물들을 정비하여 도시주택 환경을 정비하였으며, 임해부를 개발함으로써 시가지를 도심 주변부까지 확대하였다. 도시를 재생하는 정도를 넘어 도시를 확대하는 효과까지도 달성하였다.


1908년, 1948년에 이어 2012년 세 번째로 올림픽을 개최한 런던 올림픽은 올림픽에 도시재생을 정교하게 접목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었다. 스트랫퍼드(Stratford)와 해크니 위크(Hackney Wick) 일대 이스트앤드 지역은 공장으로 가득 찬 제조업지구로 성장하다 1960∼70년대에 탈산업화 바람이 불며 지역경제가 무너져 내렸고 런던 동부의 대표적인 빈곤 지역으로 전락하였다.


1990년대 들어 재생사업이 꾸준히 논의돼왔고 2004년 재생사업의 윤곽도 드러났으나 막대한 예산을 확보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사업이 지지부진해지자 영국 정부가 꺼내든 카드가 2012년 런던올림픽 개최였다. 그 결과 올림픽을 통해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올림픽 이후경기장 등 관련 시설이 도시재생에 활용되었다.


2011년 유럽 최대 규모로 일컬어지는 웨스트필드 쇼핑몰이 문을 열었고 쓰레기 매립장이었던 곳은 오염된 토양을 최신 기술로 정화해 올림픽 공원으로 변모하였다. 올림픽이 끝난 후에도 미디어센터는 7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미디어·교육·연구시설로, 선수촌은 임대 주택 단지로 재탄생시켰다. 영국 정부는 재생사업을 총괄할 런던유산개발회사를 설치하고 지속적인 도시재생 사업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파리 앵발리드. ⓒ AP=뉴시스

파리도 런던과 같이 2024년 세 번째 올림픽을 치른다.


100년 만에 또다시 올림픽을 개최하게 되었는데 올림픽 유치는 2007년부터 진행한 그랑 파리(Le Grand Paris) 프로젝트와 연계되어 있다. 그랑 파리 프로젝트는 파리와 주변 지역을 하나로 묶어 메트로폴리스를 건설한다는 기획 하에 추진됐으며 교통 인프라 혁신과 주거 환경을 개선하여 주민들의 일상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이를 통해 경제·사회·환경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다.


올림픽 유치도 그랑 파리 프로젝트의 완성을 위한 조치 중 하나인데 파리 북동쪽에 위치한 생드니는 대도시의 외곽 지역을 뜻하는 속칭 ‘방리유’(banlieue)의 일부로, 이민자의 사회 부적응, 높은 청년 실업률, 부족한 학교 교육으로 인한 사회문제가 집중된 지역이다. 여기에 메인 스타디움, 선수촌 등 올림픽 핵심 시설인 올림픽 파크가 들어선다. 파리올림픽을 계기로 생드니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주민들에게 필요한 주거, 학교, 쇼핑센터, 스포츠시설, 녹지 공간 등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서울도 88올림픽을 통해 도시 공간이 개조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강북 중심의 개발에서 강남을 탄생시켰다고 평가될 만큼 큰 변화를 가져왔다. 한강은 종합개발사업으로 시민공원 조성, 수질 개선 등을 통해 휴식과 여가 공간을 정비하고 간선도로, 교량, 지하철 등 도시 네트워크도 확장되었다. 뽕나무가 무성하던 한강의 섬 가운데 하나인 잠실에 조성된 경기장과 선수촌은 ‘또 다른 강남’으로 급부상하였다.


서울이 2036년 올림픽 유치를 위해 뛰고 있는데 유치 성공을 위해서는 경쟁도시와의 뚜렷한 차별점을 만들어야 하고 특히 도시 레거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유치 자체에 목표를 두기 보다는 올림픽을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지, 무엇을 얻기 위해 올림픽을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먼저다. 서울의 재탄생에 올림픽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똑똑한 셈법이 필요하다.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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