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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문체부 한목소리 질타 “19세기 협회, 개혁 적기”


입력 2024.08.27 12:08 수정 2024.08.27 13:12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자료사진). ⓒ 데일리안DB

마치 국정감사를 떠오르게 할 정도의 뜨거운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26일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 장미란 제2차관, 이정우 체육국장,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 등이 출석해 여야 의원들의 질문을 받고 답변했다.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의 4연임 도전과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한 질의응답도 있었지만, 주된 내용은 역시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 안세영(22)의 ‘작심 발언’으로 드러난 협회의 낡은 관행과 비상식적 행태에 대한 성토였다. 여기에 문체부 주도의 체육계 전반에 대한 개혁 의지도 다시 한 번 선명하게 드러났다.


현장에 참석한 관계자가 “여야 의원이 한목소리를 낸 것만 제외하고는 국정감사장 같았다”고 말했을 정도다. 반응 그대로 여야 가리지 않고 대한체육회를 향해 파리올림픽과 관련한 질타가 이어졌다. 대한체육회는 문화체육관광부를 통해 연간 4000억원 가량의 예산을 받아 운영된다.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은 ‘2024 파리올림픽’ 참관단과 관련해 "체육과 전혀 관계없는 종교 인사, 병원 관계자들이 대거 포함됐다"고 지적했고,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은 "참관단 일정을 살펴보면 경기 관람은 통상 7시간인데 관광 등 문화 탐방은 10~13시간이다.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내년 초 회장 선거에서 3연임을 노리고 각계각층에 선심성 여행을 보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회장은 '파리올림픽' 참관단에 비(非) 체육계 인사가 포함된 점에 대해서는 "오래 전부터 해온 것이고, 생활 체육과 통합하면서 확대된 것이 있다. 960개의 실업팀 중 800여 개를 지역에서 운영하는 만큼 공감대 형성 등을 위해 가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요구도 있었다"며 "수협은 선수촌에 국제대회 때 장어를 300㎏씩 지원하고, 병원장은 선수촌 외부에서 진료 받는 전문 병원이다. 조계종은 선수촌 내 운영되는 종교단체 중 가장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전지훈련도 보내준다“고 적극 해명했다.


파리올림픽에서 역대급 성적(금메달 13개)을 거두고 금의환향한 대한민국 선수단의 해단식이 축소된 것을 놓고 올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 출신 국민의힘 진종오 의원은 "수년간 올림픽 해단식을 하면서 이렇게 급하게 축소된 것은 처음 본다"고 지적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자료사진).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에 대해 이 회장은 "그 장소에서 하겠다는 일정을 공항공사에 10일 정식으로 제출했고, 공항공사가 지정한 장소는 부적절했다"고 답했다. 그러자 유 장관은 "준비는 체육회가 다 했고 저희는 축하하러 갔는데 갑자기 장소가 바뀌었다고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또 더불어민주당 강유정 의원은 “한국 체육계가 19세기적인 관행과 20세기적인 정부에 머물러 있고, 선수들만 21세기에 와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고,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은 “대한민국의 스포츠 단체들이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하고 있다. 올림픽을 보며 체육 행정에 실망한 분들이 정말 많다”고 지적했다.


‘사태 원인으로 지적된 체육계의 낡은 관행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국민의힘 정연욱 의원 질문에 이 회장은 “좀 더 생각해봐야겠다”고 답했다가 “답변이나 대응 태도가 미흡하다”는 여야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배드민턴협회 임원들이 협회 비용으로 비행기 비즈니석을 이용하면서도 ‘기부금 0원’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강유정 의원 지적에는 "각 연맹에 자율성을 맡긴 면이 있다. 좌석 문제 등은 이번에 정비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배드민턴협회의 기부금 0원' 논란과 관련해서는 "회장님들 재정 능력 때문에 강제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이 회장의 '기부금 강제 불가' 의견에 대해 강 의원은 "(그렇게) 남의 일처럼 말씀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아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대한체육회 소속 65개 회원종목단체의 '결산 세입 세출 현황'에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 동안 배드민턴협회의 기부금 항목이 모두 '0원'으로 집계됐다.


올림픽 메달 예측이 실제와 크게 빗나갔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이 회장은 “너무 긍정적으로 말할 수도 없고, 숫자를 줄일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일정을 이유로 양해를 구한 뒤 오후 전체회의에는 불참했다.


유 장관의 책임을 묻는 질문도 나왔다.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은 유 장관에게 “대한체육회가 문체부 감사 대상 기관 아니냐, 2020년 이후 어떻게 1건의 감사도 없었냐”고 지적했고,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체육단체가 선수 중심으로 운영되지 않고 임원들이 사유화한다는 지적이 있다”고 꼬집었다.


문체위 회의 시작 전부터 대한체육회를 향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던 유 장관은 “그동안 여러 상황이 발생했고 여러 번 의견을 냈는데 진도가 잘 안 나갔다”며 “당분간 큰 국제 경기가 없기 때문에 체육 정책의 전반적인 개혁을 잘 정리하겠다. 정상적으로, 올바르게, 상식적으로, 그렇게 하겠다”며 대한체육회의 정치 조직화를 비판하면서 개혁 의지를 다시 한 번 전했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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