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여기가 바로 '프랑스'… 르노 그랑 콜레오스, 강인함 속 숨겨진 섬세함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4.08.30 05:00  수정 2024.08.30 11:08

르노코리아 뉴 그랑 콜레오스 시승기

호불호 종식한 외관… 르노 첫 '박스형 디자인'

프랑스 냄새 '폴폴'… 섬세하게 다듬어진 내부

멀미는 없다… 경쟁 하이브리드차 압살하는 주행감

뉴 르노 그랑 콜레오스 ⓒ르노코리아

아르카나(XM3), QM6(콜레오스). 그간 두 개 차종으로 버티면서 '사골' 소리를 들어온 르노코리아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그동안 내놨던 차들과 상반된 디자인, 한국에서 생산하지만 프랑스의 멋을 잔뜩 집어넣은 5년 만의 신차 '그랑 콜레오스'를 통해서다.


르노의 절치부심은 그랑 콜레오스의 크기에서부터 드러난다. 전장은 4780mm, 전폭은 1880mm의 중형 SUV로, 쏘렌토·싼타페와 어깨를 나란히한다. 국내 시장에 두 차종 말고는 선택지가 없단 점을 노렸다. 과연 그랑 콜레오스는 한때 현대차·기아를 위협하던 존재감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까.


그래서 직접 시승해봤다. 부산 르노코리아 생산공장에서 통영을 찍고 다시 거제로 돌아오는 약 170km의 코스를 달려봤다. 시승차량은 그랑 콜레오스 1.5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 알핀 트림 풀옵션 차량으로, 가격은 4587만원이다.


르노 그랑 콜레오스 전면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르노 차 맞아?" 그랑 콜레오스를 처음 마주하면 당황스럽기 짝이 없다. 그간 봐왔던 르노코리아의 둥글둥글, 부드러운 디자인은 온데간데 없고 박스형태의 우락부락한 덩치가 서있었다. 각진 디자인이 각광받는 요즘 SUV 시장에서 오히려 반길 만 한 변화다.


어딘가 모르게 촌스러웠던 전작들과 달리 '세련됐다'는 인상을 지속적으로 받았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엠블럼의 변화였다. 르노코리아는 올해 초 기존 동그란 '태풍의 눈' 엠블럼을 다이아몬드 형상의 '로장주'로 바꿨는데, 각진 몸매와 아주 잘 어울린다.


분명히 각지고 우락부락한 몸매임에도 부드럽고 여성스런 느낌이 은근하게 느껴지는데, 여기저기 숨어있는 섬세한 디자인 포인트 때문이었다. 그랑 콜레오스 전면을 보면 점선모양의 두줄 헤드램프 가운데 가로로 눕혀진 로장주 패턴이 들어갔는데, 중앙에 위치한 로장주 엠블럼과 어우러지면서 마치 예술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르노 그랑 콜레오스 전면 그릴. 사이사이에 파란색 디자인 요소가 적용돼있다.ⓒ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특히 이날 시승했던 최고급 트림인 알핀 차량에서는 그릴에 파란색 디자인 포인트가 들어가면서 젊은 느낌까지 더해졌다. 알핀 트림은 르노그룹의 고성능 브랜드인 '알핀'의 디자인 요소만 가져온 것으로, 프랑스 국기의 파란색, 빨간색, 흰색을 차량 곳곳에 사용했다.


뒷태도 한층 세련됐다. 후면을 길게 가로지르는 리어램프와 그 아래로 양쪽에 위치한 점선 모양 그래픽이 커다란 뒷모습을 허전하지 않게 채워준다. 그 아래 중앙에는 로장주 엠블럼과 콜레오스(KOLEOS)가 적혔다. 차량색상과 같은 색상으로 처리된 덕에 눈에 크게 띄지 않아 오히려 난잡스러운 느낌을 덜어준다.


큰 덩치에도 세련된 외관 디자인에 만족감이 커진 상황. 내부도 과연 외관만큼이나 잘 차려입었을까.


그랑 콜레오스 내부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그랑 콜레오스의 내부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돈 쓴 티가 난다'고 할 수 있겠다. 그간 XM3, QM6 등 고급 차량이라기보다 대중차가 전부였던 만큼 르노 차에서 한번도 본적 없던 고급감이다. 요즘 나오는 신차다운 소재와, 각종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우선 차량에 탑승하면 단연 널찍한 디스플레이가 시선을 빼앗는다. 중앙서부터 조수석까지 길게 디스플레이 패드가 이어져있는데, 특별한점은 중앙 제어 디스플레이와 조수석 탑승객 전용 디스플레이가 각각 따로 마련돼있단 점이다.


중앙 디스플레이에서는 차량의 모든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 그랑 콜레오스는 물리버튼을 최소화하고 모두 중앙 디스플레이에서 제어하도록 만들어졌고, 그만큼 디스플레이 속 기능도 화려해졌다. 공조 조절부터 바람 방향 변경, 시트 포지션 변경까지 모두 그렇다. 불편하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디스플레이 아래 주요 기능은 따로 물리버튼으로 빼둔 덕에 아쉬운 점은 없다.


기존에도 티맵 내비가 기본 설정돼있었지만, 업그레이드를 거친 티맵 내비는 무서울 정도로 똑똑해졌다. 이제 티맵이 운영하는 음성 어시스턴트를 그랑 콜레오스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운전 중 '아리야'를 외치면 온도를 낮춰주기도, 올려주기도, 원하는 음악을 틀어주기도 한다.


조수석 디스플레이에서 웨일 브라우저를 실행한 모습. 운전석에서의 시야 방해를 막기위해 다소 어둡게 세팅된 듯 하지만 사용에는 불편함이 없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특히 감동이었던 건 조수석 디스플레이다. 벤츠 E클래스와 같은 수입 럭셔리 차에서나 보던 기능을 풀옵션 4500만원짜리 중형 SUV에서 마주하니 처음엔 '잘 구현될까' 걱정이 앞섰지만, 제법 훌륭하게 구현해냈다.


운전자의 시선을 방해하지 않도록 운전석에선 조수석 디스플레이가 아예 보이지 않고, 조수석에선 눈치보지 않고 맘편히 웹서핑이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터치감과 반응속도도 준수한 편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아쉽다는 마음이 들때면 바로 가격을 떠올리면 되는데, 갑자기 마음이 편안해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알핀 디자인이 적용된 안전벨트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특히 최고급 트림인 알핀 차량인 만큼, 고성능 디자인이 여기저기 반영됐는데 그게 매우 만족스럽다. 알핀 디자인은 시트 마감, 센터콘솔, 심지어 안전벨트에 까지 적용됐다. 이와 함께 도어트림, 대시보드 등에 적용된 스웨이드 마감은 작정하고 고급감을 높이려 애를 쓴 티가 팍팍 나는 요소다.


본격적으로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는, '정말 이 가격이 말이 되나' 싶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르노 그랑 콜레오스는 마치 전기차를 타는 것 처럼, 엔진 소리도 거의 없는 채로 부드럽게 뻗어나간다. 하이브리드차 특유의 작은 엔진으로 인한 부침이나, 덜컥이는 주행감은 일절 없다. 오르막에서 정차했다 다시 출발한다고 해서 화를 내는 여느 하이브리드와는 차원이 다르다.


회생 제동 강도는 기어노브를 좌우로 움직이면 즉각적으로 변경이 가능한데, 회생제동 세기를 가장 강하게 하더라도 승차감에 크게 방해를 주지 않는 점이 인상 깊다. 하이브리드차의 완성형 버전, 가장 이상적인 하이브리드차를 타는 듯 했다.


오토파킹 기능을 켜자 빈 자리를 인식해 자동으로 주차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수입차 브랜드에서나 만끽할 수 있던 '오토파킹' 기능도 처음으로 대중 브랜드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오토파킹 기능은 말 그대로 차가 알아서 주차를 하는 시스템인데, 주차선에 가까이 가면 차량이 빈 자리를 찾아 주차를 시작한다. 이때는 스티어링 휠을 놓고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면 되는데, 우려와 달리 꽤 좁은 주차장에서도 똑똑하고 야무지게 주차를 해냈다.


다만 빠릿하지 못한 점은 아쉬운 요소다. 오토파킹은 전면주차, 후면주차, 평행 주차까지 모두 지원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날 시험해본 건 후면 주차였는데, 주변에 사람이 많이 모여있거나 지나가는 차가 있다면 멈춰서고, 주차 공간이 비어있음에도 한번에 찾지 못했다. 주차선이 명확한 주차장에서만 사용 가능하다는 점도 아쉽다.


시승을 마치고 난 후 측정한 연비는 12.1km/L. 장시간 온갖 시험을 다 해가며 나온 연비인 만큼, 에코운전에 신경 쓴다면 공인 연비인 15.7km/L는 가볍게 달성할 수 있겠다. 다만 현대차, 기아 하이브리드차가 보유한 19~20km/L 수준의 연비는 아무리 같은 '하이브리드'라도 기대할 수 없겠다.


그랑 콜레오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오랫동안 한 브랜드가 독식했던 이 크기의 SUV 시장에서 르노 그랑 콜레오스의 장점은 충분하다. 이 정도 디자인에, 이 정도 기능에, 이 정도 크기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까지. 필요한 것 좀 이것 저것 집어넣으면 5000만원은 쉽게 호가하는 경쟁 차종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무기를 죄다 갖췄다. 여기에 국내에선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프랑스 브랜드 특유의 감성은 덤이다.


▲타깃

-싼타페, 쏘렌토는 흔하고 수입 브랜드는 비싸고… 적절한 대체재 찾는다면

-어느 것 하나 뒤쳐지는 건 싫은 욕심쟁이 당신


▲ 주의할 점

-최고급 트림 '알핀'에 죄다 몰아넣은 디자인과 감성. 일반 트림은 아쉬울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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