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찰관, 자녀 학교 찾아가 협박성 발언한 혐의로 고발…경찰, '혐의없음' 불송치 결정
법조계 "경찰 위세 줄었더라도 충분히 공포심 느꼈을 것…현장에 없었더라도 협박죄 성립"
"형사처벌 별개로 직업 무기 삼아 교사 위협…징계 사유 해당하고 교권 침해 이슈도 인정"
"피해자, 도 교육청 고발과 별도로 고소 신청해야…이의 신청하면 협박죄 성립 가능할 듯"
자녀가 재학 중인 학교에 찾아가 담임 교사를 협박한 혐의를 받는 현직 경찰관이 경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당시 현장에 담임 교사가 없었으며, 대상을 특정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법조계에선 피해자가 현장에 없었더라도 추후 협박 사실을 인식하고 공포심을 느꼈다면 협박죄가 성립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경찰이 직업을 무기 삼아 교사를 위협한 만큼 분명한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며 이번 처분은 '제식구 감싸기'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4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 오산경찰서는 협박 혐의로 고발된 오산시 소재 모 중학교 학부모 A씨에 대해 지난달 말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2월 중순 자녀의 학교생활 문제를 두고 담임교사인 B교사와 상담 전화를 한 뒤 같은 달 말 오산 소재 학교를 항의 방문해 협박성 발언을 한 혐의를 받았다.
경기남부경찰청 소속 경찰관인 A씨는 교감 등을 만난 자리에서 "나의 직을 걸고 교사를 가만두지 않겠다"는 취지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이후 올해 1월 B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경찰은 A씨가 교감 등과 면담했을 때 B 교사가 자리에 없었으며, 그가 애초 학교를 찾아갔던 이유 또한 B 교사가 아닌 다른 교사에게 항의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점 등을 확인했다. 또한 해당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나, B 교사를 특정해 협박한 혐의는 없다고 판단했다.
김도윤 변호사(법무법인 율샘)는 "협박죄는 타인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전에 비해 경찰의 위세가 많이 줄었다 하더라도 일반인 입장에서 경찰에게 '나의 직을 걸고 가만두지 않겠다'라는 말을 들으면 충분히 공포심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피해자가 당시 경찰이 협박을 하는 장소에 없었다고 하더라도 추후 그러한 협박을 인식하고 이로 인해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다면 협박죄는 성립한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의 불송치결정에 피해자가 이의신청 할 경우 검사가 판단을 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경찰에서 다시 한번 법리적인 부분 등을 검토하게 된다"며 "만약 이의신청 등을 한다면 위 사례는 사실관계의 문제보다는 법리해석의 문제로서 경찰이 어떤 처분을 할지 알 수는 없지만, 협박죄 성립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판사 출신 문유진 변호사(판심 법무법인)는 "해당 경찰관은 '직을 걸고 가만두지 않겠다'고 말 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주체가 B 교사가 아닌 다른 교사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 사건은 B 교사의 고소사건이 아닌, 경기도교육청의 고발건으로 'B 교사가 아닌 다른 교사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말한 사실이 인정되는 이상 경찰은 검찰에 송치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이 '경찰 직을 걸고 사적 이해관계의 사람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말을 한 경우까지 '혐의없음' 처분을 한다면 제식구 감싸기 의혹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B 교사는 경기도교육청의 고발과 별도로 고소를 진행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경찰의 '혐의없음' 판단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해당 경찰이 학교에서 '가만두지 않겠다'고 말했다면 피해자에게 당연히 전달될 것을 알았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피해자에게 전달돼 사건화됐다"며 "특히나 그 장소가 피해자의 직장 등 피해자와 관련된 곳이라면 달리 판단했어야 하는게 아닌지 경찰의 결론에 쉽게 동의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본건은 피해자가 부재했다고 하더라도 제3자를 통한 협박으로 충분히 의율 가능했던 것은 아닌지 아쉬움이 든다"며 "또한 형사처벌과 별개로 자기의 직업을 무기 삼아 교사를 위협하였으므로 징계 사유에도 해당하고 교권침해 이슈도 인정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