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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극' '인버스 투자' 금투세 토론 후폭풍…민주당, 與에 빌미만 [정국 기상대]


입력 2024.09.25 06:15 수정 2024.09.25 09:05        김은지 기자 (kimeunji@dailian.co.kr)

일부 참가자들 연일 설화에

국민의힘서는 맞불 토론도

與 "유예, 자폭행위" 맹공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정책 디베이트 준비위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 디베이트,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은 어떻게?' 정책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찬반 정책토론회를 의원총회를 겸한 형식으로 열었으나, 생산적인 논의를 통한 결론 도출은 고사하고 여권에 공세의 빌미만 내준 모양새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열린 민주당 금투세 토론회에 토론자인 김영환 의원이 "금투세 시행으로 증시 우하향 시, 인버스(주가 하락 베팅 상품)에 투자하면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두고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또 다른 토론자인 이강일 의원이 "이번 토론회는 역할극"이라고 언급한 데 대한 논란이 잦아들기도 전에 추가 악재가 발생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은 어떻게'라는 주제로 공개 찬반 토론을 진행했다. 시행 유예팀으로는 김현정(팀장)·이소영·이연희 의원이,시행팀으로는 김영환(팀장)·김성환·이강일 의원이 나섰다.


유예팀장인 김현정 의원은 "금투세 도입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이보다 먼저 자본시장 선진화와 증시 부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이제 금투세 논란은 접어두고 자본시장 밸류업에 집중하자"고 강조했다.


이에 맞서 김영환 의원을 팀장으로 하는 시행팀은 금투세가 시장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라고 보고 "조세의 중립성이 필요하다"는 데 한 목소리를 모았다.


이날 토론회는 '인버스' 논란이 일파만파하며 주객전도가 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김영환 의원은 토론회 청중 질의응답 과정에서 "(금투세 시행으로 국내 증시 시장이) 그렇게 우하향 된다고, 신념처럼 가지고 계시면 인버스에 투자하시면 되지 않나"라는 발언을 했다가, 대대적인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금융상품을 지칭하는 '인버스'는 코스피 등 기초지수가 떨어지면 수익을 보는 구조이다. 이에 따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국회의원이 할 말이냐' '국내주식 시장은 망해도 된다는 것이냐'는 반발 등이 속출하고 있다.


또한 김 의원은 "선물 풋을 잡으면 되지 않냐"며 "주가가 내려도 이득을 얻는 사람이 있고 주식이 올라도 거기를 통해서 이득을 얻는 사람이 있다"고도 발언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이강일 의원의 "토론회는 역할극의 일부"란 표현 파문에 따라, 이 의원에게 사과와 해명을 지시한 지 하루만이다.


김 의원은 논란이 일파만파하자 보도자료에서 "비꼬아 답변한 것"이라며 "인버스 투자를 권유했다고 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민주당이 주식시장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데 대해 김건희 여사에게 화살을 돌리는 듯한 모습도 포착됐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말하는 것처럼 시행되지도 않은 금투세 때문에 주식시장이 폭삭망했다는 주장은 얼토당토하는 괴담이자 선동에 불과하다"며 "국민의힘이 진심으로 우리 주식시장을 걱정하고 개미 투자자들을 위한다면 주가조작 의혹을 받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누구보다 먼저 적극 찬성해야 앞뒤가 맞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김성환 의원도 "(금투세를 도입하면) 제일 불편할 사람은 김건희 여사와 주가조작세력일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약속대련' 관측 속 당대표 입장 無
결론 정해져 있다는 '답정' 관측 속
정책위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
'상법 개정' 당론 추정한다는 방침도


여권으로선 이날 토론회에서 '폐지' 입장이 나오지 않은 채 '시행 vs 유예' 격론만 오간 만큼, 민주당의 모호한 스탠스와 증시 시장의 불확실성을 들어 대야공세를 더욱 강화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이날만 해도 맞불 토론회를 열어 민주당을 향해 '금투세 유예가 아니라 당론을 폐지로 정하라'는 압박을 이어갔다.


국민의힘은 국회에서 주식시장 투자자들과 함께 '1400만 주식 투자자 살리는 금투세 폐지 촉구 건의서 전달식 및 간담회'를 열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세금 자체가 이상하다는 게 아니라 지금 상황에서 금투세를 도입하는 것, 도입하고 유예하는 것은 일종의 자폭행위에 가깝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이 이상한 역할극을 한다고 한다. 1시간 정도 고등학생들 토론하듯이 유예팀과 시행팀을 나눠서 (토론을) 한다고 하는데 시행팀을 구하기도 어렵다고 하고 폐지팀은 빠져 있다"고 했다. 한 대표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서도 "민주당은 대한민국의 인버스에 투자하자는 것인가"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8·18 전당대회 레이스 중 금투세와 관련한 화두를 던진 후, 당내 의원들에게 결론 도출을 맡겨놓고 자신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하는 데는 말을 아끼고 있다.


이런 가운데도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유예' 입장이 분출돼 왔기에, 토론회의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으나 시행팀이 '배드캅' 유예팀이 '굿캅' 역할을 하는 보여주기식 약속대련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이어졌다.


한편 토론회에서 마땅한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가운데,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국내 증시의 펀더멘털을 강화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상법 개정'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당론과 관련 '금투세 유예'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이날 토론회에서 '유예팀'이 보였던 기조는 자본시장 밸류업이었단 점은 시선을 끄는 대목이다.


이날 오후 정책위원회는 공지에서 이번 토론 결과에 대해선 "금투세 제도 자체에는 (당내) 큰 이견이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결국 유예론의 핵심은 금투세가 시행되면 주식시장에 주가 하락 등 부정적 영향이 클 것이므로 상법 개정 등 주식시장 밸류업 조치를 선행시켜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유예론으로 가닥이 잡혔단 관측들을 의식한 듯 시행론 주장의 요지에 대해서도 "금투세가 시행되더라도 부정적 영향이 크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금투세를 시행하되 주식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도 동시에 추진하자는 것으로 집약된다"는 입장을 함께 보였다.


정책위가 제시한 코리아 부스트업 5대 프로젝트는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 △독립이사 의무화△감사의 분리선출 △대기업 집중투표제 활성화 △전자주총 의무화 및 권고적 주주제안 허용 등을 내용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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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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