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계로 향하는 정치권 시선…다음 스텝은?
한동훈, 특검법 정국 돌파 방안 고심 중인 듯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면담이 끝내 빈손으로 끝이 나면서 여권의 속내는 복잡해졌다. 대통령실과 여당의 분열은 기정사실이 됐고, 당내 갈등은 더욱 첨예해질 것으로 전망돼 여권의 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 대표를 비롯한 친한계가 이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지가 향후 정국의 핵심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동훈 대표는 '윤·한 면담' 이튿날인 22일 오전 예정됐던 공개 일정을 당일 취소했고, 면담에 대한 별도의 메시지도 내지 않았다. 이후 한 대표는 인천 강화군수 당선 인사 후 곧바로 여의도로 돌아와 친한계 의원들과 긴급 만찬 회동을 가졌다. 대통령실의 안이한 현실인식을 재확인한 한 대표가 앞으로의 행보에 깊은 고심 중에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 자리에는 총 22명의 당내 친한계 인사가 참석했다. 당 지도부인 장동혁·진종오·김종혁 최고위원과 서범수 사무총장, 김상훈 정책위의장 등이 포함됐다. 6선 최다선 조경태 의원과 3선 송석준 의원, 재선 김예지·김형동·박정하·배현진 의원 등도 자리했다. 친한계 초선으로 분류되는 고동진·김건·김소희·박정훈·안상훈·우재준·유용원·정성국·주진우·최보윤·한지아 의원 등도 함께했다.
서 사무총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만찬 회동의 성격에 대해 "상황 공유 차원"이라며 "(한 대표가) 푸대접을 받았으니까, 우리가 대접을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또 서 사무총장은 김건희 특검법과 관련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이 오면 (국회에서) 통과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우리 당 의원들을 믿는다고 하지 않았느냐. 대통령이 '우리 당'으로는 생각하느냐"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만찬에서는 한 대표가 대통령과의 면담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향후 행보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임에 참석한 최다선 조경태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 대표가) 현재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했다). 향후 정국에 대해 엄중함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현재 상황'은 대통령실이 김 여사 문제에 대한 '국민의 최소한의 요구'라 칭해지는 3대 해결책을 거절한 상황을 지칭한다.
박정훈 의원은 "면담 이야기를 하고, 당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서로 의견을 공유하고 걱정스러운 부분들,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점점 더 논의해 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밝혔다.
재보선 결과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성국 의원은 "대표가 자신감이 있으신 게 우리가 국민이 바라보는 방향으로 가고 있고, 우리 의원들이 '번개'를 때려도 이렇게 몇 시간 만에 20여 명이 모이는 정도가 되니 많이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모임을 가지고 정국 돌파 방안을 고민할 만큼 한 대표를 비롯한 친한계의 고심은 깊어진 상황이다. 특히 김건희 여사 리스크 극복과 향후 야당이 김 여사 특검법을 재의결 할 경우 친한계의 행보에 따라 정국이 요동칠 수 있어 이들의 행보에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다.
물론 친한계도 선택지가 그리 넓지 않다. 당내 갈등이 최고조인 상황에서 용산과 친윤계의 공격을 최대한으로 막아내면서 김 여사 관련 문제를 꾸준히 제기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만찬 이후 야당이 여권 분열을 노릴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야당의 술수에도 휘말리지 않을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자칫 야당에 휘말릴 경우 여권 전체의 공멸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야권이 재재발의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자칫 통과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 이후 국회 본회의에서 재의결을 거친 김 여사 특검법과 관련, 국민의힘에서 최대 4표의 이탈표가 나왔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재의결에서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한 대표가 야당 주도 특검법에 대한 반대 입장은 확고히 하면서도 민심 수습을 위해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을 동원해 독소 조항을 제거한 독자적인 특검법 발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여야 당대표 회담을 활용해 윤 대통령을 압박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이와 관련해 친한계 의원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한 대표가 대통령에게 요구한 것들은 야권의 공격을 막을 명분을 달라는 것이었는데 (대통령실이) 그 명분조차도 안 주기에 굉장히 난감한 상황"이라며 "특검법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민해야 한다. 이제는 꼭 특검이 아니더라도 다른 형태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용산에서 시키는 대로만 할 수는 없지 않으냐"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오늘내일 한 대표가 계속 메시지를 낼 것"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