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강국 외치면서 반도체 R&D 유연근무는 외면…이재명표 경제공약 모순점

김성웅 기자 (woong@dailian.co.kr)

입력 2025.05.19 15:56  수정 2025.05.19 16:02

金·李, 반도체 유연근무 놓고 입장차

미·일·대만은 근로시간 규제 완화

벤처기업 86% “R&D 장시간 근무 필요”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각 정당 대선 후보들이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김문수, 민주노동당 권영국, 개혁신당 이준석,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뉴시스

인공지능(AI) 강국을 외치며 100조원 투자를 약속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정작 반도체 연구개발(R&D) 현장의 근로시간 유연화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후보의 이같은 모습에 일각에선 이중적 정책 행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18일 오후 SBS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첫 TV 토론에서 이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반도체특별법에 52시간 예외를 인정하는 문제를 두고 언쟁을 벌였다.


김 후보는 “이 후보도 원래는 ‘왜 52시간 예외를 못해주겠나’하지 않았나. (이를 인정해주지 않고)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겠다는 것은 모순이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는 “반도체 분야 52시간 예외를 보장도 안해주면서 기술은 어떻게 개발하고 다른나라와 경쟁하겠다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이 후보는 “노동부 장관 답지 않은 말씀”이라고 답했다.


이 후보는 대선 공약으로 “AI 투자 100조원 시대를 열어 세계 3대 AI 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발표했다. 구체적 정책으로는 ▲반도체특별법 제정 ▲세제 혜택 ▲인프라 구축 ▲인재 양성을 약속했다.


그는 정부 예산 증액과 민간 투자 유치를 통해 AI 데이터센터 건설, 고성능 GPU 확보, 국가 AI 데이터 클러스터 조성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첨단산업 육성 의지와 달리 이 후보는 반도체 분야의 근로시간 유연화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 후보는 주52시간제 예외 조항을 빼놓은 채 반도체특별법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입장에 산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연구개발 과정에서 돌발 상황과 시급성을 고려할 때, 사전 인가를 받아야 하는 현행 제도로는 기술 우위 확보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벤처기업협회는 지난 1일 벤처기업 567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주52시간제 운영 실태 및 애로조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86.6%가 ‘R&D와 핵심 인력 중심의 장시간 근무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기업의 82.4%가 핵심 인력에 대해 근로 시간 준수를 예외로 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보고서는 연장 단위 유연화와 핵심 인력 예외 규정 도입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해외 주요 경쟁국들은 이미 R&D 인력에 근로시간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모습이다. 미국은 일정 소득 이상의 화이트칼라 전문직에 대해 근로시간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일본은 연구직을 대상으로 연장·휴일근무에 제한을 두지 않고 대신 건강검진 등 사후관리를 강화했다. 대만 역시 연장근로 시간에 대한 유연한 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일이 많아지고 긴급 생산을 해야 할 때는 주 52시간 이상을 근무해야 한다”면서도 “지금 반도체 경쟁력의 주된 요소는 근로시간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반도체특별법의 조속한 추진을 바란다”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김성웅 기자 (woong@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