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수영 국가대표 박태환이 친 골프공에 맞아 다친 여성이 손해배상을 요구했지만 법원은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다만 박 씨가 사고 직후 일행에게 책임을 떠넘겼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9월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민사4단독(신성욱 판사)은 지난 26일 피해자 A씨가 박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박태환은 지난 2021년 11월 강원도 춘천의 한 골프장에서 드라이버로 티샷(티에 공을 올려놓고 처음 시작하는 제1타)을 쳤는데, 공이 오른쪽으로 크게 휘면서 옆 홀에서 골프를 치던 A씨의 왼쪽 눈을 가격했다.
망막이 찢어진 A씨는 병원 치료를 받았지만 시력이 감퇴하고 시야가 좁아지는 후유증이 남았다. A씨는 박 씨를 과실치상 혐의로 고소했지만 검찰은 무혐의 처분했다. 이에 A씨는 지난해 4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박 씨는 타격 방향에 다른 사람이 있을 가능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캐디 지시와 통상적인 경기진행 방법에 따라 공을 쳤다”며 “아마추어 골퍼에게 흔한 슬라이스 타구가 나왔을 때 공이 다른 홀로 넘어가지 않게 할 주의 의무는 골프장 관리 업체와 캐디에게 있다”고 했다.
다만 박태환이 사고 직후 다른 이에게 책임을 떠넘겼던 사실이 판결문을 통해 드러났다. 재판부는 “박 씨가 이 사고 발생 후 자신의 인적사항을 숨기고 함께 골프를 친 동반자를 사고를 일으킨 사람으로 내세운 사정 등에 대해서는 도덕적으로 비난받아야 마땅하다”고 짚었다. 하지만 “이는 모두 이 사고가 발생한 이후의 사정에 불과하다”며 배상 책임과는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초보골퍼라면 누구나 공이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슬라이스(골프공이 앞으로 날아가다가 오른쪽으로 심하게 휘어지는 궤적)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다. 골프든 운전이든 초보라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다 한 번씩 겪으면서 숙련자가 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보일수록 더욱 안전수칙을 준수해야 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캐디의 안전 지시에 잘 따르고 골프장의 안전수칙을 얼마나 잘 지키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나는 아니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사고를 일으킨다.
골프장 안전사고의 기존 판례에 따르면 안전의무 미준수와 안전장치 설치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이유 등을 들어 골프장과 캐디에게만 무거운 책임을 물어왔다.
작금의 골프장 타구사고에 대한 판결은 도로에서 초보운전자가 과실을 범해 사람이 상해를 입거나 사망했을 때 운전자 과실은 없고 도로를 관리하는 주체나 교통경찰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과 다름없다.
트로트 가수 김호중도 음주사고 이후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하여 혐의가 추가됐지만 박태환의 경우 타구사고에 대한 책임 자체가 골프장과 캐디에게만 있다는 전제가 있었기 때문에 도덕적으로만 비난받아야 한다고 한 것이다.
교통사고와 마찬가지로 골프장 타구사고의 1차 책임은 스윙을 하여 그 공을 타격한 골퍼에게 있다. 모든 골퍼는 볼을 치기 전 주변 및 전방의 안전 확인, 그리고 볼에 맞을 위험성이 있을 시에 경고까지 할 수 있어야 한다. 캐디가 골퍼에게 안전사고 예방의 중요성을 인식시켜주는 기본 교육에도 귀 기울여야 하며 또 평소 본인의 구질이 슬라이스나 훅이 난다면 더욱 더 신중하게 공이 가는 반대방향으로 에이밍을 하는 노력까지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4대 골프 강국이자 여성 골퍼 인구 수 세계 1위다. 골프장 안전에 있어서도 골프장, 골퍼, 캐디가 상호간 안전에 대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골프는 더욱 성숙해지고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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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희종 한국골프장경영협회 홍보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