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경찰청 형사기동대, 6일 오후 북한강서 피의자 데리고 현장 검증 나서
검은색 계열 옷차림 및 마스크 쓴 채 현장 나타나…취재진 물음엔 아무 답 없어
함께 근무하던 여성 군무원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강원 화천군 북한강에 유기한 현역 군 장교가 현장 검증에서도 재차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강원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이날 오후 4시께 화천군 북한강 하류 부근 부교에서 A(38)씨를 데리고 현장 검증에 나섰다.
검은색 계열의 옷차림과 마스크를 쓴 채 호송차에서 내린 A씨는 "왜 피해자를 살해했느냐", "피해자에게 할 말 없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A씨는 부교 중간 지점에서 흰색 봉투에 청색 테이프를 감은 봉투 1개를 물속에 떨어뜨리며 유기 당시 모습을 10여분간 재연했다. 이후 A씨는 부교 앞에 주차된 차량에서 흰색과 검은색 봉투 7∼8개를 꺼내며 시신이 담긴 봉투를 꺼내던 당시 상황을 역순으로 재연했다.
A씨는 현장검증을 마치고 호송차로 향할 때도 취재진의 물음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경찰은 앞서 이날 오전에는 살해 범행이 이뤄진 부대 내 주차장과 시신 훼손 장소였던 부대 인근 건물에서 A씨에게 범행 과정을 재연시키며 현장검증을 했다.
A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3시께 부대 주차장 내 자신의 차량에서 B(33)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격분해 목을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 이튿날 오후 9시 40분께 화천 북한강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이달 2일 오후 2시 45분께 화천군 화천읍 화천체육관 앞 북한강에서 시신 일부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주민 신고를 받은 경찰은 지문 감식과 디옥시리보핵산(DNA) 감정을 통해 B씨의 신원을 확인했다.
경찰은 B씨의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폐쇄회로(CC)TV분석·피해자 가족 탐문 끝에 A씨를 특정, 3일 오후 7시 12분께 서울 강남 일원역 지하도에서 30대 A씨를 살인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A씨는 현장에서 저항 없이 순순히 체포에 응했으며 혐의를 시인했다.
조사 결과 A씨는 경기도 과천에 있는 국군사이버작전사령부 소속 중령(진)으로 10월 28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산하 부대로 전근 발령을 받았으며, B씨는 같은 부대에 근무했던 임기제 군무원으로 밝혀졌다.
A씨는 부대 인근의 철거 예정 건물에서 직접 준비해온 도구들로 혈흔 등 흔적을 남기지 않고 시신을 훼손했으며, 10여년 전 근무한 경험이 있는 화천에 시신을 유기했다.
유기할 때는 시신이 금방 떠오르지 않도록 시신을 담은 봉투에 돌덩이를 넣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또 범행 뒤 B씨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부대 측에 "휴가 처리해달라"며 결근을 통보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에도 B씨의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면서 휴대전화를 껐다 켜는 수법으로 생활반응이 있는 것처럼 꾸몄다. 심지어 B씨의 가족과 지인에게도 메시지를 보내며 범행을 은폐하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