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12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중국인이 연루된 간첩 사건 등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국의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중국 정부가 공식 논평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담화에 대한 중국 정부 입장을 묻는 질문에 "한국 측의 이 같은 발언에 깊은 놀라움과 불만을 느낀다"고 밝혔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놀라움"이 다소 불만의 뉘앙스를 담은 외교 용어로 쓰인다.
그는 이어 "중국은 한국의 내정에 대해 논평하지 않아 왔다"면서도 "한국이 내정 문제를 중국과 관련된 요인과 연관시키고 이른바 '중국 간첩'을 과장해 정상적인 무역 협력에 먹칠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발언은) 한·중관계의 안정적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마오 대변인은 "한국 측이 언급한 (간첩) 사건들은 아직 결론 나지 않은 점에 주목한다"며 "한국 측이 중국 관련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하고 사건 처리를 적시에 중국에 통보하며 중국인의 안전과 정당한 권익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것을 재차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한국의 탄핵 정국에 대해 "내정에 대해 논평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지만, 이날 윤 대통령이 담화에서 중국을 직접 거론하자 발끈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2년 이상 한국 내 군사시설들을 촬영한 중국인 3명이 최근 적발된 일과 지난달 드론으로 국가정보원을 촬영하다 붙잡힌 40대 중국인 사례를 들며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형법의 간첩죄 조항을 수정하려 했지만, 거대 야당이 완강히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이날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중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언급한 부분에 주목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산하 국제전문지 환구시보를 비롯해 광명일보·북경청년보 등은 이날 신화통신과 중국중앙TV(CCTV) 보도 내용 등을 토대로 윤 대통령의 담화를 전하며 ‘봉배도저’(奉陪到底·끝까지 맞서 싸운다)를 제목으로 뽑았다.
환구시보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GT) 제목 역시 '윤 대통령이 내란 혐의를 부인하고 끝까지 싸울 것을 다짐했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