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치명적 실수 또는 항복할 결심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3.24 07:13  수정 2026.03.24 07:13

지난 21일(현지시간) 이란 미사일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 디모나에서 구조대원들의 현장을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이란, 4000km 미사일 발사


이란이 인도양의 미국-영국 디에고 가르시아 공군기지에 미사일을 쐈다. 이란에서 멀리 4000km 떨어진 목표물이다. 사거리 4000km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까지 모두 사정권 내에 둘 수 있다. 지금까지 사거리 2000km 이하 미사일만 보유하고 있다고 거짓말 해온 이란의 검은 속셈이 드러난 것이다.


유럽은 화들짝 놀랐다. 유럽은 지난 1년 동안 관세 협상, 방위비 인상 압박, NATO 폄훼, 그린란드 영유권 논란 등으로 트럼프에 매우 냉소적이었다. 이란 전쟁에도 냉소적이었다. 트럼프가 이스라엘의 꾀임에 빠져 공연히 이란을 건드려 중동 화약고에 불을 질렀다고 생각했다.


그 유럽국가들이 “트럼프가 옳았어” 하고 미국에 동조해 이란에게 불리한 협상을 강요할 이유가 생겼다. 이란의 가장 치명적인 전략적 실수다.


유럽이 받은 충격 이상으로 미군의 충격도 크다. 디에고 가르시아는 이란, 이라크 등이 직접 보복하기 어려운 거리의 인도양 기지다. 1991년 미국이 자랑하는 전략 폭격기 B-52 편대가 출격해 걸프전쟁 개전의 신호탄을 올렸던 기지다.


당시 B-52는 왕복 1만4500km의 장거리 원정 폭격으로 신기록을 세웠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때도, 2003년 2차 이라크 전쟁 때도 역시 전략 폭격기들이 출격했다. 미국으로서는 인도양-중동-아프리카 지역을 장악하기 위한 전략적 요충지다. 이런 상징성과 역사성을 가진 디에고 가르시아가 목표였다는 점에서 미 공군은 F-35 격추만큼이나 충격적일 것이다.


진 놈이 항상 더 강경하다


애들 싸우는 거 화해시켜보면 먼저 몇 대 세게 때린 놈은 느긋하게 배 내밀고 기다린다. 진 놈만 동의하면 언제든 악수할 마음이 있다. 근데 싸움에 진 놈이 문제다. 악착같이 “저 놈이 먼저 시작했단 말이야. 나도 맞은 만큼 때려야 돼, 원수 갚아야 해”하고 악다구니다.


그러나 싸움을 다시 시작해 봤자 한 대 때리기는커녕 맞을 일만 많다는 거 진 놈 본인이 더 잘 안다. 말리는 사람들이 손 놓고 떠날까 봐 겁난다. 주변에서 더 강하게 말려주기를 바란다. 말리는 사람이 팔을 비틀고 때론 한 대쯤 때리며 말려주기를 바란다. 그래야 못 이기는 척 화해의 손길을 내밀 명분이 선다. 이게 전쟁 첫날, 미국의 이스라엘의 첫 공격으로 하메네이를 비롯해 지도부를 한꺼번에 잃어버린 이란의 속셈이었다.


다만 세계제국 페르시아의 후예로서 무조건 항복 더군다나 이스라엘 같은 한 줌도 안 되는 나라에 굴복하는 건 도저히 자존심에 허용되지 않는다. 위대한 신의 나라 이란 국민을 설득할 명분이 없었으므로…누가 어떤 수단으로 이란의 항복을 이끌어낼 것인가.


유럽이 나선다


19세기 영국은 3C 정책이라 해서 이집트의 카이로(Cairo), 남아공의 케이프타운(Cape Town), 인도의 콜카타(Calcutta)를 철도로 잇는 세계전략을 구상했다.


인도양을 영국의 ‘내해’로 만들고, 수에즈 운하를 장악해 아프리카와 중동, 인도까지 크게 아우르는 거대 제국을 완성하는 그림이었다. 독일은 베를린(Berlin), 오스만 제국의 수도 비잔티움(Byzantium, 현 이스탄불)을 거쳐 이라크의 바그다드(Bagdad)를 연결하는 대륙 철도를 건설해 영국의 패권(hegemony)에 도전했다. 독일이 중동 석유지대와 인도 통치 루트를 위협하자 결국 영국과 독일은 중동과 페르시아만에서 정면으로 부딪혔다. 그게 1차 대전이었다.


19세기~19세기 초에는, 영국의 세계 전략과 러시아의 남진 정책이 중동-남아시아에 걸쳐 크게 부딪혔다. ‘그레이트게임(Great Game)’이었다. 그만큼 영국, 유럽은 일찍부터 중동에 깊은 뿌리를 내렸다.


우리는 미국이 세상의 모든 정보를 다 갖고 있는 줄로만 안다. 미국 CIA 인맥이 세계 최대라 생각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중동에 관해서는 아직도 유럽 국가들이 훨씬 더 많은 다양한 수준의 중동 인맥을 보유하고 관리한다.


1차 대전과 2차 대전을 거치면서 현재의 중동 국경을 긋고 지도를 그린 것도 미국이 아니라 유럽 국가들이었다. 오랜 중동 연고를 가진 영국, 프랑스, 독일이 나선다면 효과적인 협상이 시작될 수 있다.


이란의 항복할 결심


이란이 협상에 응할 조짐은 일찍이 지난 6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일부 국가들이 분쟁 중개를 시도하고 있다”고 올릴 때 나타났다. “분쟁을 촉발한 주체를 명확히 해야 한다”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쟁 책임론을 강조하긴 했지만, 이번 전쟁에서 최초로 분쟁 종식을 언급했다.


일방적으로 터지고 있는데 아무도 말리지도 않는 현실, “도저히 더 못 견디겠다. 종전 협상을 중개해 달라”고 호소한 것이다. ‘분쟁 책임론’은, 협상의 조건이 아니라 그냥 하는 소리에 불과하다. 이걸 전제조건으로 해석하는 것은 정말 ‘무식이 하늘을 찌르는’ 분석이다.


다음날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국영TV 연설에서 이란이 반격하면서 피해를 입힌 걸프 국가들에 사과하고 공격을 중단하겠다고 까지 약속했다. 그 다음날, 이란의 미사일이 걸프 국가에 떨어지면서 사과와 약속은 하루짜리였음이 드러났지만, 어쨌든 자존심 강한 왕년의 세계 제국 이란이 걸프 연안 약소국들에 낮은 자세를 보인 자체가 큰 변화였다.


트럼프의 탐욕과 미국의 이성적 결정


페제시키안이 굳이 전쟁 책임론을 언급한 것은, 사실상의 항복에 해당하는 종전 협상을 하면서도 체면을 지키기 위해서다. 즉 항복안을 이란 국내에 설득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로버트 퍼트남의 ‘양면게임 이론(2 Level Game Theory)’을 의식한 말장난인 것이다. 양면게임 이론은, 국가는 국제관계에 있어 상대국과의 게임과 국내정치와의 게임이라는 2중 게임을 한다는 이론이다.


이란 전쟁이 사주일째 접어든 가운데, 종전을 중개하려는 국제사회의 물밑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그동안 종전의 가장 큰 장애물은, 이란도 이스라엘도 아니었다. 이란의 ‘무조건 항복’이라는 일방적인 굴욕을 이란에 강요하는 트럼프의 탐욕 때문이었다.


트럼프는 이란의 핵개발, 미사일 개발 중단, 헤즈볼라등 프락치 지원 행위에 대한 이란의 철저한 사과와 반성, 재발 방지 약속을 합의안에 담으려 할 것이다. 모두 이란의 요구와는 양립하기 어렵다.


트럼프가 이성을 회복하고 일방적 승리 선언으로도 만족한다면 종전은 쉽다. 요컨대 종전 즉 이란의 항복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미국이 이란의 인권 상황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이란 내 소수 민족을 독립시킬 것인지, 이란의 희토류 등 자원을 어떻게 국제사회에서 나눠쓸 것인지는 차후 문제다.


글/ 김구철 금강대 연구교수·전 TV조선 선거방송기획단 단장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