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조우현 ´KCC 어머니로 부상?´

김종수 객원기자 (asda@dailian.co.kr)

입력 2009.02.12 10:50  수정

자존심 버리고 마음으로 팀과 융화한 베테랑

KCC팬들, 진심 어린 파이팅에 사랑으로 화답

조우현은 비록 경기에는 많이 나서지 못하고 있지만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통해 KCC팬들의 마음을 얻고 있다.


‘고작 두 번의 교체출전, 하지만 인기는 프랜차이즈급?’

올 시즌 KCC로 이적한 조우현이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서장훈이 전자랜드로 트레이드될 당시 ‘슈퍼루키’ 강병현과 함께 KCC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그는 이적 후 맹활약을 펼친 것도, 그렇다고 프랜차이즈급 스타도 아니지만 KCC 팬들은 그에게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고 있다.

11일 오리온스와의 홈경기가 끝난 뒤 구단 홈페이지를 비롯해 각종 농구 게시판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선수 가운데 하나는 조우현이었다. 물론 이날 승리의 주역은 골밑을 점령하고 수비에서 맹활약을 펼친 하승진-신명호였지만 팬들은 경기 막바지에 교체로 출전한 조우현에 열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올 시즌 내내 개점휴업 하다가 드디어 특기인 3점슛으로 첫 득점을 올리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았기 때문이다. 그가 6분 3초 동안 올렸던 8득점(3점슛 2개) 1리바운드 1어시스트는 사실상 승부가 갈린 막판에 나온 것이지만, 팬들은 그의 플레이를 보며 향후 ‘필승조커’로서의 기대를 품었다.

조우현은 오랜만의 출전임에도 불구하고 안정된 슛 폼으로 3점슛을 성공시켰고 드리블 돌파 후 동료들에게 빼주는 패스도 오랜 공백이 의심될 만큼 날카로웠다. 꾸준히 페이스만 끌어올린다면 KCC의 또 다른 공격무기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사실 조우현은 스스로의 힘으로 KCC팬들의 사랑을 얻어냈다고 할 수 있다. KCC 출신의 선수도 아니고 이적 후에도 별다른 활약을 해주지도 못했다. 오히려 고액 연봉자인 그는 서장훈-강병현의 트레이드 당시 몸값을 맞추기 위해 이적명단에 포함됐다는 말까지 들어야했다.

하지만 팬들이 조우현에게 먼저 마음을 열게 된 것은 한때 풍미했던 스타답지 않은 겸손함과 동료들을 챙기는 자상함이 있어 가능했다. 팬들은 연패가 계속되던 시즌 초 성적보다는 좋지 않은 팀 분위기에 실망을 거듭했다.

경기에 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파이팅을 찾아볼 수 없는 선수들의 표정과 감독의 말을 경청하지 않는 어두운 벤치 분위기는 ‘과연 이 팀에 미래가 있는 것일까’라는 불안감을 주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장훈이 ‘출장시간 불만’으로 전자랜드로 자리를 옮기자 KCC의 벤치분위기는 확 달라지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팀 내 젊은 선수들의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와 허재 감독의 ´믿음의 농구´가 가장 중요하게 작용했지만 조우현의 역할 역시 적지는 않았다는 평가다.

비록 부상으로 풀타임 소화가 어렵지만 벤치에서만큼은 마치 신인 때처럼 파이팅을 외치며 침체된 KCC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데 큰 몫을 했다. 스타플레이어 출신인 그가 자존심을 버린 채 동료들의 플레이 하나 하나에 고함을 지르며 독려하고 작전타임에 집중하는 모습은 팬들에게 큰 감동을 주기 충분했다.

경험이 많지 않은 후배들에게 쉴 새 없이 노하우를 알려주며 또 다른 코치역할을 자청했고, 땀을 흘리며 벤치로 들어오는 동료들에게 박수를 치며 기운을 불어넣기도 했다. 그의 이런 진심은 KCC팬들에게 닿았고, 결국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사랑을 받는 결과로 이어졌다.

경기장을 찾은 KCC 팬들은 “비록 코트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때 국가대표까지 경험했던 스타급 베테랑이 모든 것을 버리고 벤치에서 그렇게 해주는데 어찌 미워할 수 있겠냐”며 “대부분이 어린 선수 일색인 KCC에서 그가 해주고 있는 역할은 결코 작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KCC팬들 사이에서 조우현은 ‘어머니’로 통한다. 항상 묵묵하게 앞에서 끌어주는 추승균이 아버지라면, 자상하게 이것저것 챙겨주는 조우현은 어머니같은 존재라는 것. 따라서 팬들은 벌써부터 자유계약선수로 풀리는 선수 가운데 조우현 만큼은 꼭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많은 경기를 뛰지 않고도 까다로운 KCC팬들에게 진심을 전하게 된 조우현이 실제 경기에서도 사랑 받는 플레이를 펼칠 수 있을지, 열정으로 가득 찬 베테랑 행보를 주목할 만하다. [데일리안 = 김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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