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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둔율동성당 [한국의 아름다운 성당 50선㉔]


입력 2025.02.19 14:22 수정 2025.02.20 08:45        데스크 (desk@dailian.co.kr)

국가등록문화재 제677-1

언덕 위에 서 있는 둔율동성당은 독특한 외관으로 지나는 이의 눈길을 끈다. 눈이 살짝 내린 겨울 방문에 이어, 봄기운이 완연한 4월 오후에 다시 방문하였다. 하얀 벽돌 성전은 따사로운 햇살에 빛나고, 마당의 자목련은 성당을 마주한 채 봄기운을 만끽하고 있다. 성전 출입문 우측에는 십자가를 든 김대건 신부상이 서 계신다. 마침 오후의 부드러운 햇살은 신부님의 모습을 벽에 그대로 그렸다. 벽에 그려진 선명한 그림자를 보니, 한국의 첫 사제인 김대건 신부가 천신만고 끝에 고국에 들어와 신자들을 돌보다 순교하신 일이 떠올라 마음이 뭉클해진다.


성전 안 아치형의 스테인드글라스는 빛을 투영시키며 은은하고 아름다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고요한 성전에서 마침 묵상 중인 수녀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쉽지 않은 성소의 길을 가시면서도 틈틈이 묵상과 기도의 시간을 갖는 수녀님들은 존경의 대상이다. 묵상 중인 수녀님께 방해되지 않도록 가만가만 애를 써 보지만 찰칵거리는 카메라 소리가 묵상을 방해하는 것 같아 죄송하다.


성전 내부 ⓒ
스테인드글라스 ⓒ

1899년 군산항 개항 이후 사람들이 군산으로 모이기 시작하였다. 그 당시 세관과 은행이 있었고, 일본인도 많이 거주했다. 일제 강점기에 군산은 조선의 물자를 수탈해 가는 본거지가 되었다. 군산의 근대역사 거리에는 물자 수탈 현장의 잔재들이 남아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군산의 대표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천주교 박해 시대에 군산지역으로 이동해 온 신자들이 있었다. 이곳에 1882년 사옥개 공소가 설립되면서 둔율동성당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1929년에 군산성당 초대 주임으로 김영구 신부가 부임하였고, 1930년에 교우들의 모금과 대구교구의 도움을 받아 성당 부지를 매입하였다. 1941년에는 일제의 태평양전쟁 물자로 성당 종이 공출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하였으나, 1955년 8월 드디어 현재의 둔율동당이 축성되었다.


이로써 전라북도에 로마네스크 양식의 전동성당, 한옥 양식의 나바위성당에 이어 고딕 양식의 아름다운 둔율동성당이 완공되었다. 종탑은 고딕 양식의 3층 구조이며 첨두아치형의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둔율동성당은 2017년 국가등록문화재 제677-1로 지정되었으며 성전건축기와 건축허가서는 2020년에 국가등록문화재 제677-2호로 지정되어 보존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눈 내린 날의 성당 전경 ⓒ

경내의 박물관에는 오래전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어 순례객의 이해를 돕는다.


공소 가방과 대원군 박해 때의 고서 ⓒ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유해 ⓒ

주소 : 전북특별자치도 군산시 둔배미길 24

전화 : 063-443-2461

주변 볼거리 : 이성당 빵집, 옛 군산세관 본관, 조선은행 군산지점, 동국사, 경암철길, 신흥도 일본식 가옥



홍덕희 작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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