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쇼로 본 공연에 대한 심리적 장벽 낮춰
"획일화된 침묵 강요 위험...자율적·유연한 관람 문화 조성해야"
한국 뮤지컬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시체 관극’ 문화는 관객들의 자유로운 극 관람을 억압해 왔다. 일부 극성 팬덤을 중심으로 형성된 이 암묵적인 규칙은 공연 중 미동조차 허용하지 않는 경직된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때로는 과도한 침묵과 숨 막히는 긴장감을 강요하기도 한다.
‘프리’하지 못한 관극 문화에 대한 반발과 함께, 보다 자유롭고 능동적인 관람 경험에 대한 갈증이 점차 커지고 있는 가운데, 뮤지컬의 ‘프리쇼’(Pre-show)는 이러한 답답한 흐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을 대안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시체 관극’은 마치 죽은 듯이 움직임 없이 조용히 공연을 관람하는 행태를 빗댄 용어로, 일부 관객들의 지나친 몰입과 엄격한 기준이 만들어낸 폐단으로 지목된다. 배우의 작은 움직임이나 대사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것은 긍정적이나, 숨소리조차 내기 어려울 정도의 과도한 침묵 강요는 오히려 공연의 생동감을 저해하고, 다른 관객들의 편안한 관람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는 뮤지컬이라는 종합 예술이 가진 본연의 즐거움과 감동을 온전히 느끼기 어렵게 만들 뿐만 아니라, 공연자와 관객 간의 자연스러운 소통과 교감을 단절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경직된 관람 문화에 대한 문제의식은 최근 다양한 시도를 통해 표면화되고 있다. 프리쇼에 대한 수요 증가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본 공연 시작 전,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는 프리쇼는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완화하고 편안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는 곧 본 공연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보다 편안하고 개방적인 자세로 공연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유도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히 프리쇼에 대한 관심 증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이머시브 뮤지컬에 대한 수요 역시 ‘시체관극’ 문화에 대한 반발 심리와 맞닿아 있다.
‘그레이트 코멧’과 같이 배우들이 객석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형태의 공연은, 관객들에게 수동적인 관람을 넘어 극의 일부가 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더 이상 숨 막히는 침묵 속에서 꼼짝없이 앉아 공연을 지켜보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보다 생생하고 역동적인 방식으로 공연을 즐기고자 하는 관객들의 욕구를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서울 종로구 엠스테이지에서 오픈런 공연 중인 뮤지컬 ‘런던레코드’는 ‘시체관극’에 더욱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 작품은 관객들에게 자유로운 감정 표현과 반응을 허용하며, 공연 중 언제든 촬영도 가능하다. 공연을 보면서 자유롭게 먹고 마실 수 있는 점도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기존의 엄숙하고 경직된 관람 문화에 정면으로 맞서는 시도로 평가받으며, 관객들에게 새로운 차원의 관람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공연 관계자는 “물론 모든 공연이 이와 같은 방식을 택할 순 없다. 프리쇼, 이머시브 공연 등 작품의 장르나 내용에 따라 취할 수 있는 형태가 다르고, 이에 따라 적절한 관람 태도는 존재하기 마련”이라며 “하지만 중요한 것은 획일화된 침묵만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공연의 특성에 맞는 자율적이고 유연한 관람 문화를 조성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