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대선 공식출마 선언 하루 만에
국립서울현충원→경남 봉하·평산마을
약 1000㎞ 강행군…"압도적 정권교체
통해 국민이 통합 되는 나라' 만들 것"
21대 대선에 출사표를 낸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보폭이 커지고 있다. 출마 선언 이튿날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잇따라 참배하고,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하며 수백 킬로미터의 강행군을 불사했다. 참여정부 시절부터 민주정부를 계승한 적통자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행보라는 관측이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친문(친문재인)계 적자로 불리는 김경수 전 지사는 이날 오전 김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 묘역이 있는 국립서울현충원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각각 찾아 참배했다. 김 전 지사는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봉하마을로 함께 내려온 청와대 참모 중 하나다. '노무현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불린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이날 오후, 노 전 대통령 묘역을 둘러싼 박석(바닥돌)에는 그를 기리는 시민들의 마음이 짧은 글귀로 가득 새겨져 있었다. 김 전 지사는 부인 김정순 씨와 함께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벤치에 앉아 미소 짓고 있는 그의 동상 곁으로 다가가 웃음으로 화답해 보였다.
김 전 지사는 기자들과 만나 "노 전 대통령과 함께 꿈꾼 나라는 시민이 스스로 지도자가 되는 사람 사는 세상이었다"며 "그가 서거한 지 16년이 지났지만, 국민은 여전히 스스로의 힘으로 어려운 고비를 헤쳐 가고 있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대통령과 함께 꿈꾼 나라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후 그는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을 찾아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국립서울현충원~봉하마을~평산마을까지 숨 쉴틈 없는 강행군이었다. 두 사람의 만남은 60여분가량 이어졌다. 문 전 대통령이 사저 앞까지 나와 김 전 지사를 배웅하는 모습, 두 사람이 우산 하나를 함께 쓴 채 환하게 웃는 모습도 포착됐다. 김 전 지사는 문 전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일컬어진다.
앞서 김 전 지사는 전날 21대 대선 출마 선언문에서도 "인수위 없이 출범한 문재인정부의 경험이 있고, 국민의 정부(김대중)·참여정부(노무현) 청와대에도 함께 했으며, 지방정부 운영 경험도 있다"고 했다. 입법·행정·국정 경험을 두루 갖추고 '3대 민주정부'를 계승한 이력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지사는 문 전 대통령 예방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문 전 대통령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참여했던 정치 세력들이 정권교체 이후에도 국정운영을 함께하면 좋겠다고 했다"며 "조기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 뿐만 아니라 그 외 다른 민주 세력, 다른 정당과도 힘을 합해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뤄야 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이날 당심(黨心)이 많이 작용해 이재명 대선 후보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진 '국민참여경선'을 채택한 데 대해선 이렇다 할 언급이 없었다고 한다. 민주당은 같은 날 중앙위원회에서 6·3 대선 후보 경선 방식을 '권리당원 투표 50%+국민여론조사 50%' 방식인 국민참여경선으로 확정했다. 중앙위원과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 결과 찬성 96.56%, 반대 3.44%로 집계됐다.
당의 이같은 결정 이후 당내 대권주자였던 김두관 전 의원은 '이재명 추대 경선'이라고 반발하며 경선 거부를 공식 선언했다. 김 전 의원은 입장문에서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저버린 민주당 경선에 참여할 면목이 없다"며 "후보들과 협의 없는 경선룰은 특정 후보를 추대하는 것과 비슷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분개했다.
이와 관련, 김 전 지사는 "좀 안타깝다. 당 차원에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잘 관리를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면서도 "조금 여러 가지 아쉬움이 있더라도 대선 후보군 뿐만 아니라 민주 세력이라면 모두가 함께 힘을 모으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강한 나라를 만들 수 있는 것은 겸손한 권력이다. 국민이 주인이고, 국민 한 사람마다 국가를 이끌어 가는 지도자로서 국가를 운영할 수 있는 겸손한 권력이라야 우리 사회를 따뜻한 사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나의) 그런 부분이 국민들께 전달이 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날 출마선언 이후 서울과 경남을 아우르는 강행군에 나서게 된 배경과 향후 대권행보 방향 설정에 대해선 "김 전 대통령은 연대와 연정을 통해 IMF(외환위기)를 극복했고, 노 전 대통령은 국가 균형 발전을 통해 대한민국의 새 성장 동력을 만드는 데 노력했다"며 "문 전 대통령도 코로나 위기를 극복해 대한민국이 새로운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3기의 민주정부를 거치며 꾸준히 추진해온 혁신 방향이 내 출마 선언에 담긴 혁신 방향"이라며 "역대 민주당 정부의 공·과를 안고 가는 것이 이번 조기 대선이자, 경선이라고 생각해 김·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해 (공·과를 안고 가는) 방향으로 경선에 임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21대 대선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권역별 순회 경선 등을 오는 16일부터 27일까지 4차례에 걸쳐 실시해 27일 최종 후보를 선출키로 했다. 후보 등록 신청은 15일 하루 동안만 받는다. 경선 후보 합동토론회는 18일 지상파 방송에서 실시하기로 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권리당원을 대상으로 하는 권역별 순회 경선 온라인 투표는 총 4차례 실시한다고 밝혔다. 1차 충청권은 16∼19일, 2차 영남권은 17∼20일, 3차 호남권은 17∼26일, 4차 수도권·강원·제주는 24∼27일 순으로 진행된다. 각 권역별 경선 마지막 날인 19일, 20일, 26일, 27일에 합동 연설회를 개최하고, 해당 권역 투표 결과를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