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난 대선 호남 득표 84.63%
윤석열에 0.7%p 패 주요 요인 손꼽혀
경선 '호남' 낮은 투표율, 담양 재선거
'호남' '노무현 총리' 한덕수와 경쟁 변수
이변은 없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27일 90%에 가까운 압도적 득표율로 대선 후보로 최종 선출됐다. 경선 초반부터 '어대명(어차피 대선후보는 이재명)' 기류를 형성하고, 후반부터는 '구대명(90% 지지율로 대선후보는 이재명)'이라는 말이 나왔을 만큼 경선 결과는 예상한 그대로였다.
이재명 후보는 4개의 권역별 순회경선과 일반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 모두 90%에 육박하는 고른 '득표율'을 보였다. 다만 호남권 '투표율'이 충청과 영남, 수도권·강원·제주보다 낮았다는 점과 만약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호남 출신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선출된다면, 향후 이 후보의 '본선 호남 90% 득표'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9.77% 압도적 이재명, 대선 후보 선출
이재명, 높은 득표율에 "책임감 무겁다"
이 후보는 이날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민주당 수도권·강원·제주 4차 순회경선을 마무리한 결과, 누적 득표율 89.77%를 기록했다. 김동연 경선 후보는 6.87%, 김경수 경선 후보는 3.36%를 얻었다.
1∼4차 순회경선을 모두 합친 이 대표의 전체 대의원(85.10%)·권리당원(90.40%)·재외국민(98.69%) 득표율은 90.32%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 4개 권역 순회경선에선 1차 충청권 88.15%, 2차 영남권 90.81%, 3차 호남권 88.69%, 이날 4차 수도권·강원·제주에선 91.54%를 얻었다.
민주당 이번 경선룰(당원투표 50%+국민여론 50%)에 따라 순회경선(90.32%)과 일반국민 선거인단 투표(89.21%)를 각각 50%씩 반영한 최종 득표율이 89.77%인 것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민주당 계열 정당의 대선 경선에서 역대 최고 득표율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후보는 대선 후보 확정 직후 기자들과 만나 '90%에 가까운 득표율에 대해 기쁨과 무게감 중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나로선 압도적인 지지는 압도적인 기대이자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책임의 무게가 훨씬 더 무겁게 느껴진다"고 했다.
호남 득표율 높지만, 투표율 가장 낮아
지난 대선 경선보다는 8만명 더 투표
이 후보의 호남 득표율은 싱거운 이번 경선에서 정치권 최대 관심사였다. 이 후보가 지난 20대 대선 경선에서 이낙연 후보(47.12%)에게 유일하게 패한 곳이 바로 호남이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김경수·김동연 후보가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이번 경선에서는 호남 득표율은 선전했다. 다만 호남 투표율은 4개 권역 중 가장 낮았다.
이번 경선 권리당원·전국대의원·재외국민 총 투표율은 60.47%를 기록했는데, 호남권 권리당원과 대의원의 투표율은 53.67%로, 충청(57.87%)이나 영남(70.88%), 수도권·강원·제주(63.65%), 재외국민(67.23%)보다 낮다.
'어대명' 분위기 속 '나 한 명 정도 투표 안 해도 당선되겠지'라는 분위기와, 지난 전남 담양군수 재선거에서 조국혁신당 정철원 후보 당선 사례가 보여주듯 '이재명 비토' 정서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다만 선거인단수는 전체 58만9356명 중에서 다른 지역보다 호남(37만4141명)이 압도적으로 많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전날 호남 경선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호남 경선은 지난 대선 경선보다 8만명의 권리당원이 투표를 더 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대중·노무현 호남서 90% 넘었고
문재인도 첫 대선에서 90% 가까이
이 후보에게 호남이 중요한 이유는, 그가 지난 20대 대선 패한 이유 중에 하나로 호남이 손꼽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당시 호남(광주84.82%·전북82.98%·전남86.10%) 득표율이 84.63%에 그쳤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0.7%p 차 패배한 요인 중 하나라는 분석이 나왔다.
민주당 출신 대통령의 역대 호남 득표율은 대부분 90% 전후였다. 1997년 김대중 대통령 94.73%, 2002년 노무현 대통령 93.4%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는 낙선했지만 호남 득표율 89.0%(광주 91.97%·전북 86.25%·전남 89.28%)를 얻었다.
2017년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61.95%(광주 61.14%·전북 64.84%·전남 59.87%)를 얻었지만, 당시에는 민주당 대안 세력이었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호남 표를 양분했던 특수한 상황이었다.
이 후보는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국민의힘 후보들과의 양자대결에서 50%를 넘는 조사들도 나왔다. 다만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본격적으로 확정되면 '보수 대 진보'라는 진영 간 싸움으로 결국 이번 대선 결과도 51%대49% 싸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선고 이후 샤이보수가 생기고, 현 상황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압승할 것처럼 보이지만 정치지형이 그리 만만하지 않다"며 "6070세대는 보수, 4050세대는 진보, 2030세대는 남녀가 나뉘어 보수·진보가 팽팽하다. 이 후보가 완승하기가 쉽지만은 않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되면 본선에서 이 후보의 호남 90% 득표율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후보도 최근 부산 지역위원장들과 만찬을 하면서 "쉽게 이기는 선거로 생각할까봐 걱정"이라며 "골목으로 들어가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설문조사하듯 많이 들어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이 후보 역시 이번 대선이 본인에게 완벽하게 쉬운 선거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담양 재선거 '이재명 비토' 분위기?
'전주' 출신 한덕수, 호남표 뺏을까
만약 한덕수 권한대행이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힘 최종 후보로 선출된다면, 전북 전주 출신에 노무현 정부의 국무총리였던 한 대행이 호남표를 상당히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후보에게는 달갑지만은 않은 상황인 것이다.
이 후보는 이날 한 대행을 향해 "심판을 하고 계신 분이 끊임없이 선수로 뛰기 위해서 기회를 노리는 것 아니냐"고 견제구를 날렸다.
이번 민주당 경선에서 호남의 낮은 투표율, 지난 담양 재선거에서 확인된 호남의 '이재명 비토' 분위기에, 한 대행과 호남의 연관성은 이번 대선에서 이 후보 '호남 90%' 벽에 큰 장애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엄 소장은 "지난 담양 재선거에서 이재명 후보에 대한 비토 분위기가 있었다"며 "이재명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호남 85%도 얻지 못했다. 만약 한덕수 대행이 국민의힘 후보가 되고 호남에서 선거운동을 잘하면, 이 후보의 호남표를 몇프로라도 깎아먹을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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