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9 여객기 참사 4개월 만에 나온 ‘항공안전 혁신방안’
공항 인프라 시설 개선 및 항공사 안전 규정 강화 초점
정부 안전관리 기능 확대…거버넌스 개편안 지속 논의
앞으로 사망사고를 일으킨 항공사는 1년간 운수권 배분 대상에서 제외된다. 항공사별 안전투자 규모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 공개도 강화된다.
또 항공운송사업 면허 발급 시 자본금 요건도 상향되며 항공사별 안전 성과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성과지표를 신설해 미흡한 경우 신규 노선허가도 제한될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3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항공안전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지 4개월 만이다.
이번 혁신 방안은 공항시설부터 항공사, 정부의 관리 감독까지 전반적인 안전 규정을 강화하고 역량을 끌어올린다는 게 골자다.
그간 항공안전 관련 대책은 2013년 아시아나항공 샌프란시스코 착륙 사고 이후, 2016년 저비용항공사(LCC) 급성장에 따른 안전 우려 해소를 위해 두 차례 마련된 바 있다.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그간의 대책과 달리 이번 혁신 방안은 공항 인프라 시설 개선 및 정부의 감독체계 강화 방안 등이 포괄적으로 다뤘다”며 “조직별 전문성 등 역량을 끌어올리는 여러 가지 방안도 함께 담았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공항시설 안전성 강화 ▲항공사 정비역량 제고 ▲정부의 항공안전 감독 강화 등 안전관리 체계 구축 ▲‘선(先) 항공안전, 후(後) 항공운항’ 체계를 중심으로 한 성장 기반 마련 등 4대 전략을 중심으로 13개 과제를 추진할 예정이다.
방위각시설 개선, 종단안전구역 240m 확보 의무화
조류충돌 예방활동 강화…전담인력 늘리고 첨단장비 확충
공항운영증명 5년 주기 재검사, 적합성 수시 확인
다만 혁신 방안 논의 과정에서 언급됐던 ‘항공안전청’ 신설 계획은 포함되지 않았다. 조직개편은 현행 항공분야 조직 구조의 효율성, 직무별 인력운영 등 적합성을 분석하고 다양한 거버넌스 개편 대안에 대한 논의를 병행할 계획이다.
주 실장은 “항공안전혁신위원회를 운영하면서 전문성 강화 측면에서 조직에 대한 진단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다”면서도 “단기적으로 관제사나 항공안전감독관 등 현업 종사자의 전문성을 높이는 방안을 먼저 강구하고 조직의 변화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선 현 체계의 장단점과 여러 대안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서 관계기관과 계속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혁신 방안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공항은 안전성 증대를 위해 인프라 시설 개선에 착수한다. 우선 무안 참사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 콘크리트 둔덕 등 방위각시설은 지면 형태, 부러지기 쉬운 경량 철골구조로 개선한다.
종단안전구역은 전국 공항이 240m 이상 확보를 의무화하고 불가피한 경우 활주로 이탈방지 장치(EMAS)를 설치하기로 했다.
조류충돌(버드스트라이크) 예방활동도 대폭 강화된다. 조류탐지레이더는 무안공항 시범 운용 이후 내년부터 인천·김포·제주 등 민간공항에 도입을 추진한다. 장기적으로 인공지능(AI) 조류 분석·탐지 및 조명·기피제 등을 탑재한 드론도 활용할 방침이다.
최소 전담인력은 현행 2명에서 4명으로 늘리고 조류 충돌률이 높은 경우 운항 횟수가 적어도 인력을 추가 확보하도록 했다. 모든 공항에는 열화상카메라뿐만 아니라 중대형 조류 대응을 위한 음파발생기도 도입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다층적 조류충돌 예방체계인 ‘버드 돔’ 구축도 검토하기로 했다.
공항별로 5년마다 공항운영 증명을 최초 증명과 동일한 수준으로 재검토해 안전기준 적합성 등을 주기적으로 원점 재검토한다. 또 국내 공항 전체를 대상으로 ‘공항 안전·운영 평가제도’를 도입해 공항별 패널티·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단 방침이다.
항공사 안전 규정은 보다 까다로워진다. 신규 항공사의 경우 항공운송사업 면허 발급 시 자본금 요건을 종전 대비 상향 조정할 예정이다. 현행 국제 여객의 경우 자본금이 150억원, 국내여객·국제화물은 50억원 수준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 2009년 이후 면허 기준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데 그동안의 경제 규모 확대 등을 고려해 자본금 규모를 다시 정립할 시기가 됐다고 본다”며 “신규 항공사 진입을 제한하기보다 안전이 확보되는 항공사가 운영되도록 과거 규정을 현실화하겠단 취지”라고 말했다.
항공운송사업 신규 면허 자본금 기준 상향 조정
‘항공안전 성과지표’ 신설, 미흡시 신규 노선허가 제한
운수권 배분 시 안전성 배점 확대…항공사 안전투자 유도
항공안전 성과지표도 새롭게 마련된다. 지표상 안전관리가 부족한 경우 안전감독관이 집중 점검하고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신규 노선허가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규제해 안전투자 확대를 유도할 방침이다.
특히 사망 사고를 일으킨 항공사는 사고 발생일로부터 1년간 운수권 배분을 전면 배제키로 했다.
주 실장은 “사망자 숫자에 따라 차등 적용할지 등 세부적인 기준은 별도 논의해야겠지만 1명이라도 사망자가 발생한다면 패널티를 줘야 한다는 게 국토부의 판단”이라며 “사망사고 발생 시 패널티를 부여하고 향후 사고조사 결과에 따라 항공사 책임이 없다는 게 밝혀지면 원복하는 방안 등을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운수권 배분 시 안전성 및 보안성 평가 비중을 확대해 관련 인센티브도 부여한다. 통상 항공사별 운수권 경쟁이 매우 치열한 만큼 안전에 대한 배점이 높아지면 안전 투자 노력을 키울 수밖에 없을 거라는 게 국토부의 판단이다.
이와 함께 항공사 정비환경도 개선된다. 비행 전·후 점검(PR/PO) 및 중간점검(TR) 최소 기준은 합리적으로 조정한다.
정부는 B737 기종 등에 대해서 최소 7~28%까지 비행 전·후 및 중간점검 기준을 확대하고 타 기종에 대해서도 연내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B737의 경우 PR/PO 점검 시간이 현행 73분에서 80분으로 확대되고 TR 점검의 경우 28분에서 30분으로 늘어난다.
항공사별 안전투자 정보 공개도 강화된다. 현행 안전투자 공시 제도는 항공사별 단순 투자 금액을 공시하는 탓에 대형항공사가 유리한 측면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운항규모를 반영해 공시 결과를 공개하기로 했다.
또 조종사는 모의비행훈련장치 확보를 권고하고 승무원은 ‘객실 안전 승무원’(가칭)으로 호칭을 변경, 기내 화재 진압 및 비상슬라이드 전개 등 실제와 같은 훈련도 강화한다.
정부의 감독·관제 역량도 제고한다. 앞으로 항공사의 항공기 보유대수가 20대, 40대 등 일정 기준 이상 늘어날 때마다 운항증명 재평가를 받도록 할 방침이다.
또 항공사별 항공기 가동률을 모니터링해 매월 가동률 최상위 3개사를 대상으로 특별안전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분기별로 결함·지연이 잦은 항공사는 민·관 합동 정비현장 검증에도 나선다.
관련 인력 충원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현재 30명 정도인 항공감독관은 약 40% 이상 증원을 추진해 항공사·기종별 전담감독관을 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관제사의 기량 및 비상상황 대응 능력 등은 주기적으로 평가하기로 했다.
이밖에 항공 종사자의 의무·자율보고가 활성화되도록 하고 항공안전 정책 제안 센터 신설 및 대국민 홍보 강화 등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이번 혁신 방안이 실제 가동하기까지는 입법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혁신 방안 이행을 위한 13개 과제를 추진하려면 하위 법령까지 고려할 때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라면서도 “빠른 시일 내 제도화하고 시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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