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살 아이의 거짓말, 혼내야 할까? 넘겨도 될까? [이기나의 ‘이기는 육아’㉞]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5.05.02 14:00  수정 2025.05.02 14:00

만 3~4세 자녀에 대한 양육 상담을 진행하면서 종종 듣는 고민 중 하나는 아이가 ‘사실과 다른 말’ 즉, 거짓말을 하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오늘 초콜렛은 더 이상 먹지 않기로 했는데) 할아버지가 먹어도 된다고 해서 먹은 거야”, “이 그림 오늘 어린이집에서 내가 그렸어. (선생님의 도움 없이) 내가 혼자 그린 거야”, “(친구 장난감을 뺏고서는) 친구가 나한테 준 거야”처럼 실제와 다른 이야기를 덧붙이거나 과장된 표현을 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자녀의 이러한 핑계나 거짓말이 귀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처음부터 이를 용인하면 나중에 옳고 그름을 구별하지 못하거나 계속 부모를 속일까 봐 걱정되기도 한다. 이 시기의 아이들이 말하는 ‘사실과 다른 말’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명백히 진실을 따져 물으며 가르쳐야 할까? 모르는 척 넘겨도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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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3-4세 아이의 거짓말에 대한 발달적 이해

이 시기의 아이들은 아직 논리적 사고와 현실 판단 능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른이 생각하는 거짓말과는 조금 다르다. 피아제(Jean Piaget)의 인지 발달 이론에 따르면 3-4세는 ‘전조작기(preoperational stage)’에 해당하며, 이 시기에는 자기중심적 사고와 상상과 현실의 경계가 흐릿한 사고방식이 특징이다. 앞선 예시 중 ‘선생님이 그린 그림을 내가 그렸다고 말하는 것’은 자랑하고 싶은 마음, 선생님과의 활동에서 얻은 즐거움을 자기 것으로 표현하고 싶은 심리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따라서 어떠한 악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속이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정서적 욕구와 상상력이 반영된 표현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How? 어떤 반응과 태도가 적절할까?

(1) 틀린 말을 바로잡기보다 마음을 먼저 읽어주기

거짓말처럼 들리는 말을 들었을 때 바로 “정말 친구가 주고 간 거야? 네가 뺏은 게 아니고?”, “정말 할아버지가 그래도 된다고 했어?”라며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보다는, 아이의 말에 담긴 욕구를 먼저 짚어서 알려주는 것이 좋다.


예시: “그 장난감이 마음에 들었구나. 그래서 OO이도 같이 놀고 싶었구나?”, “오늘 초콜릿은 더 안 먹기로 엄마와 약속했었는데, 그래도 더 먹고 싶었던 거구나?”,


(2) 의도나 욕구를 인정해 주되, 현실도 바로 잡아주기

아이의 의도나 욕구를 먼저 인정해 주면서,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상상과 실제를 구분해 주거나 현실을 바로 잡아주는 방식으로 접근하다면, 아이는 ‘들켰다’는 부끄러움보다 ‘이해받았다’는 안정감을 통해 부모의 가르침을 더 건강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예시: “마치 선생님이 그린 것처럼 잘 그려서 OO이도 마음에 들었구나?”, “내가 다 청소한 거야! → OO이가 정말 열심히 했구나? 친구들과 같이 했을까? 그래도 OO이가 제일 많이 힘을 보탰나 보다”, “내가 동생 밥 먹여줬어 → 그래, OO이가 정말 좋은 형이야. 엄마가 동생 먹여주면서 보니 OO이가 동생을 열심히 도와주더라”


(3) 창피하지 않게 정직함을 가르치기

정직함을 가르치기 위해 아이의 표현이나 행동이 ‘잘못되고 나쁜 것’이라고 비난하는 방향이 되어버리면, 아이는 수치심이나 위축감을 느끼면서 자기표현을 잘하지 않거나 더욱 숨기려 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자녀가 앞으로 ‘이러한 욕구를 느꼈을 때 더 나은 방식으로 표현 및 행동할 수 있도록 올바로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예시: “엄마/아빠는 OO이가 솔직하게 말해줄 때가 더 좋아”, “초콜릿이 더 먹고 싶으면, 엄마/아빠한테 얘기해 줘. 너무 많이 먹지 않은 날은 더 줄 수도 있으니까”, “친구 장난감이 좋아 보였구나. 그럼 다음에는 ‘나도 같이 놀자’라고 말해보자”


3~4세 아이의 ‘사실과 다른 말’을 단순한 거짓말로 받아들이고 훈육하려 한다면, 아이는 자신의 감정과 표현을 억누르거나 오히려 더 많은 거짓말을 하려 할 수 있다.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는 정직성보다 표현하고 싶은 욕구ㆍ자기 보호ㆍ상상력과 자존감이 우선적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이는 자연스러운 발달의 일부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말을 옳고 그름으로만 판단하지 않고, 그 안에 담긴 감정과 의미를 읽고 연결해 주는 부모의 태도이다. 정직은 꾸짖음이 아닌 신뢰 속에서 자랄 수 있다. 아이가 유아기에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인정받으면서 적절한 가르침을 경험한다면, 훗날 자신의 마음을 더 건강하고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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