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전방산업 침체에 생산량 감소...관세 조치 겹쳐
고환율·전력비 상승 이중고…전기로·고로 수익성 압박
하공정업체 중심 신용위험 확대…대형사도 재무 부담 가중
국내 철강산업이 수익성 둔화와 외부 충격이 맞물리며 신용등급 하방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 수요 부진과 고비용 구조에 더해 미국의 관세 부과와 대규모 투자 집행이 겹치면서 업계 전반의 재무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다.
6일 국내 신용평가사들에 따르면 철강사들의 실적 저하와 비우호적인 사업 환경이 지속되면서 업계 신용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철강산업은 건설·자동차·조선 등 전방산업의 위축과 중국산 수입 확대에 따른 공급과잉으로 업황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 조강 생산량은 6360만톤(t)으로 전년 대비 4.6% 줄었고 올해 1~2월 누적 생산량도 2.3% 감소했다. 강재 유통가격은 2022년 이후 하락 추세다.
2분기 이후에는 중국 정부의 감산 조치와 한국 정부의 반덤핑 제재 강화 등이 회복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그러나 실질 감산 여부와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여기에 대외 통상 환경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철강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한국 철강사들도 무관세 쿼터 폐지 이후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한국은 기존 연간 263만톤의 무관세 수출이 가능했으나 현재는 다른 경쟁국과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해야 하는 구조다.
고환율과 전력 단가 상승도 철강업계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다. 고로업체는 철광석·유연탄 수입 의존도가 높아 환율이 수익성에 직접적 타격을 준다. 전기로업체도 철스크랩을 내수에서 조달 중이나 전력 소모가 커 단가 인상이 원가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산업용 전력단가는 지난 1월 기준 kWh(킬로와트시)당 190원으로 집계됐다.
신용평가사들은 하공정 중심의 중소업체나 재무구조가 열위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송동환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책임연구원은 “대형 철강사는 이익 창출력 감소에도 재무적 완충력이 있어 신용위험 확대 폭은 제한적”이라면서도 “다만 대형 철강사들 역시 재무 부담이 증가 추세에 있어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산업 구조 전환 과정에서 대형 철강사를 중심으로 신규 투자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공급망 다변화와 탄소 중립 달성 등을 위한 해외 투자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은 대규모 해외 투자에 따른 부담을 감내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58억 달러(약 8조2000억원)를 투입해 전기로 일관제철소를 건설 중이며 포스코그룹도 이 프로젝트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송 연구원은 “업황 저하로 기업들이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있지만, 실적 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가 이어질 경우 재무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신용평가사들은 대형 철강사들이 재무건전성 지표인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 배수를 적정하게 관리해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안희준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실장은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거나 무리한 투자 자금으로 재무 부담이 지속될 경우, 신용위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국내 철강사들의 대응 전략과 실적 방어 수준, 재무 변화를 중요하게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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