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후보 단일화 갈등, 국민이 공감하겠나 [기자수첩-정치]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5.05.07 07:00  수정 2025.05.07 09:28

김문수, 단일화 태도 온도차…당내 압박에 일정 전면 중단

당 지도부는 "국민에 대한 배신" 표현 써가며 金 결단 압박

비전 없이 싸움만 하는 '반명 단일화' 국민이 외면할 가능성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1대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서 후보로 선출된 뒤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안 그래도 어려운 선거인데 이런 상황에서 국민에 표를 달라 할 수 있겠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자리를 둘러싼 분열상에 당 관계자가 탄식을 내뱉었다. 지난 3일 대선 후보로 김문수 후보가 선출된 이래,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와의 단일화 문제를 놓고 김 후보와 당 주류 간에 발발한 신경전이 연휴 내내 이어졌다.


예상 밖이다. 경선 과정에서 한 후보를 대선 후보로 옹립하려는 분위기가 팽배했고, 이를 인지한 김 후보 스스로도 한 후보와의 단일화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었다. 김 후보의 경선 승리는 탄핵 반대로 뭉쳤던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도 있었지만, 한 후보와의 단일화를 원하는 표심을 흡수한 결과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예견된 수순이었기에 후보 단일화 논의에 속도가 날 것이라는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김 후보 측은 김 후보가 당의 공식 대선 후보로 선출된 만큼 주도권을 갖고 단일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대선후보가 선출된 직후부터 지속돼 온 당무우선권 침해 행위도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급기야 김 후보는 6일 경주 방문 일정 도중 '후보 일정 중단'을 전면 선언했다. 당의 대선 후보 지원 거부에 대한 불만에 더해,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한 후보가 자신을 만나기 위해 대구행(行)을 하는 것이 자신을 끌어내리기 위한 처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반면 당 지도부는 이러한 김 후보의 태도에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는 말까지 꺼내들며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인 오는 11일까지 한 후보와 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당 소속 의원들도 5일에 이어 6일도 의원총회를 열어 김 후보의 단일화 결단을 촉구 중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단일화의 명분은 '대선 승리'다. 두 후보가 단일화를 해야지만, '극악무도한 이재명 세력'에 정권을 넘기지 않을 것이란 구상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대선 후보 단일화는 늘 있어왔다. 하지만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대선 후보를 선출하자마자 외부 인사와 무조건 단일화를 하라고 압박하는 것도, 단일화를 공언해 놓고 태도의 온도차를 보이는 듯한 모습도 정상적이라고 볼 수 없다. 단일화를 둘러싼 신경전의 속내가 당권 장악, 지방선거 공천권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는 걸 방증한다.


지금 상황은 '2002년 후보단일화협의회(후단협)'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후단협 사태의 명분은 후보 단일화 촉구였지만, 사실상 노무현 끌어내리기 작전이었다. 당시 새천년민주당 의원들은 자당의 노무현 대선 후보에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와의 단일화를 요구하며, 노 후보의 사퇴를 주장했다. 극심한 내부 분열로 끝내 후단협 소속 의원 일부는 탈당했다.


김 후보, 한 후보 그리고 범보수 후보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앞서지 못하고 있다. 무작정 '반(反)이재명' 기치로 단일화를 추진하기만 한다고 대선에서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국정 쇄신 방향과 비전을 보여주지 않고 '지지율 숫자'만 보고 단일화를 추진하고, 그 과정에서 지금처럼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모습은 중도층은 물론 기존 지지층의 마음을 얻지 못할 것이다.


"염치없는 집안싸움 말고 명분 있는 단일화를 위한다면 김문수·한덕수·지도부 3자가 이른바 '2반(反)1찬(贊)'(반계엄·반윤·개헌찬성)에 합의하고 이 원칙 하에 단일화 빅텐트를 쳐야 한다"(김근식 국민의힘 전 비전전략실장)는 조언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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