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문수 마이웨이'에 우왕좌왕…"지금 분열은 필패" [단일화 분수령 ②]

金 단일화 미온적이자 3차례 의원총회 열어

권영세·권성동, 대구 가다 대전서 중도하차

김문수 "내일 한덕수 회동…지도부 빠져라"

지도부 "늦었지만 환영…당원투표 그대로"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권성동 원내대표(오른쪽)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민의힘이 속도감 있는 단일화를 원했던 지도부와 여유 있는 협상을 주장한 김문수 후보 간 갈등 표면화로 촉발된 내홍에 휘청이고 있다. 일단 김문수 후보가 극적으로 한덕후 후보와의 단독 회동을 공언하면서 국면이 전환될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지도부가 여전히 전 당원을 대상으로 한 단일화 찬반 조사를 실시하겠단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만큼 향후 사태 전개에 이목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6일 저녁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내일(7일) 적정한 시간에 의원총회를 열어서 김 후보 측과 조율을 통해 가능하면 의원총회에 참석해 입장을 말하는 기회를 갖는 게 좋겠다는 말이 있었다"며 "내일은 정식으로 요청해서 적정한 시간, 김 후보가 편한 시간에 의원총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결과는 이날 오후 8시에 재개된 국민의힘 의원총회를 마친 뒤 도출된 것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휴일인 6일 오후 8시에 의총을 열어 대선 후보 단일화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눈 배경엔 전날부터 시작된 단일화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전날 오후 8시에 첫 번째 의총을 소집했다. 당 지도부와 김 후보 사이의 단일화 이견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의원들의 의총 소집 요구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의총 도중 김 후보와 회동한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는 △대선 후보 요구 즉시 집행 △당무우선권 존중 △중앙선거대책위원 및 시·도당 선대위 즉시 구성 △당직자 임명 완료 등 요구안을 받아왔고, 의원들도 대개 동의하면서 원만하게 마무리되는 듯했다. 지도부는 자정쯤 비대위를 열어 선대위 구성안까지 의결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튿날인 6일 더 커진 상태로 터져버리면서 의총 재소집으로 이어졌다. 선대위 구성안을 의결한 비대위 회의에서 전국위원회와 전당대회를 열겠다는 공고를 냈던 것이 도화선이 됐다. 김 후보는 "당이 전날 기습적으로 전국위와 전대를 소집했는데, 이는 정당한 후보인 나를 강제적으로 끌어내리려는 시도"라고 반발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오후 2시 국회에 다시 모여 의총을 열고 단일화 난관을 타개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김 후보의 단일화 약속을 믿고 선택했는데, 이제 와서 신의를 무너뜨리면 국민과 당원을 배신하는 것"이라며 "목표 시한(11일) 내에 대선 후보 단일화에 실패하면 책임지고 비대위원장직에서 사퇴하겠다"고 강도 높게 김 후보를 압박했다.

그리고 당 지도부가 선택한 건 전 당원을 대상으로 한 단일화 찬반 조사였다. 국민의힘은 7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전 당원에게 문자를 보내 대선 후보 단일화에 대한 찬반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공지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단일화 찬반과 함께, 오는 10~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후보 등록 전 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보는지를 물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열린 이날 2시 의원총회는 2시간도 채 걸리지 않아 정회됐다. 김 후보 측과의 소통이 전혀 안되는 상황을 타파하고자 권 비대위원장과 권 원내대표가 직접 대구·경북(TK) 일정을 소화 중인 김 후보를 찾아가 설득하기로 한 것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두 사람은 오후 4시 30분 경주 황리단길 일정을 마무리하고 대구 동성로로 이동하는 김 후보를 만나기 위해 급히 3시 50분께 대구행 KTX에 몸을 실었다. 이보다 앞서 초·재선 의원 대표인 김대식·엄태영 의원은 이날 경북 경주에 내려가 김 후보를 만나 단일화를 설득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후보가 4시 10분께 경주에서 취재진에게 "당은 대선 후보에 대한 지원을 계속 거부하고 있다. 후보 일정을 지금 시점부터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권 비대위원장과 권 원내대표는 대전에서 내려 서울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국회로 돌아온 권 원내대표는 오후 8시께 의총 속개를 선언했고, 당내 의원들은 7일 김 후보가 참석한 상황에서 다시 의총을 열어 논의를 재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후 권 원내대표는 김기현 의원, 박덕흠 의원 등과 김 후보의 자택을 방문해 단일화 설득 노력을 지속했다. 회동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김 후보가 한 후보를 7일 오후 6시에 만나기로 했다고 공지하면서 단일화 정국은 7일 중대 분수령을 맞이하게 됐다.

김 후보는 이날 저녁 캠프를 통해 낸 입장문에서 "내일 18시 한 후보를 단독으로 만나기로 약속했다"며 "이 약속은 김 후보가 제안했다. 단일화와 관련해 더 이상의 불필요한 논쟁은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 후보는 대선 후보의 당무 우선권을 발동하겠다면서 당 지도부가 전 당원을 대상으로 실시하기로 한 단일화 찬반 조사에 대해 "내일 실시 하겠다고 발표한 불필요한 여론조사는 당의 화합을 해치는 행위로,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당 지도부는 더 이상 단일화에 개입하지 말고 관련 업무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 이 시각부터 단일화는 전적으로 대통령 후보가 주도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권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김 후보께서 내일 한 후보와 만나 담판을 짓겠다고 입장을 정한 건 늦었지만 정말 잘한 결정"이라면서도 "내일 오후에 만나서 두 분이 빠른 시간 내에, 대통령 후보 등록 기간 이전에 단일화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주길 기대한다"고 압박했다.

김 후보가 요구한 '단일화 찬반 조사 중지'와 관련해선 "지금 시간이 아주 급박하다"며 "내일 두 분이 만나서 단일화 합의가 이뤄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서 당원들의 뜻이 어딨는지 확인하는 건 당 운영에 필요하다 생각해 그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당내에선 더 이상 갈등이 격화돼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제와서 분열되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은 물론이고 어느 당원이 좋아하겠느냐. 지금 분열하면 필패"라며 "최대한 빨리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시간이고 장소고 가리지 말고 어떻게든 양쪽의 합의부터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