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 고부가 제품·해외시장 공략 확대
미 관세·내수 부진 겹치자 기술 전환·현지화로 돌파구 모색
정부도 철강 품목별 대응전략 착수…“구조개편 전환점”
국내 철강업계가 내수 부진과 통상 압력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하면서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 건설·자동차 등 전방산업의 회복이 더디고 미국의 고율 관세가 적용되며 수출 환경도 악화하고 있어서다. 이에 주요 철강사들이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도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고 나섰다.
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강사들은 ‘양보다 질’ 중심의 구조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수익성 높은 제품과 기술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고부가 시장에 집중하는 전략이다.
포스코는 탄소 저감형 철강 생산 체제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내 광양에 전기로를 준공해 내년부터 저탄소 철강을 생산할 계획이며 LG화학과 함께 이산화탄소 포집·활용(CCU) 국책 사업에도 착수했다. 통상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한 현지화 전략도 병행 중이다. 포스코그룹은 현대차그룹의 미국 철강 투자 프로젝트에 참여해 북미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할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8조5000억원을 투입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전기로 제철소를 신설하고 현대차·기아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자동차 강판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 역시 고수익·고부가 제품 중심으로의 포트폴리오 전환을 노린 행보다.
동국제강은 기술 특화 제품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달 포항공장에서 신사업 출범 기념식을 연 동국제강은 특수 철근 신제품 ‘디케이 그린바’를 출하하며 고부가 철근 시장 공략에 나섰다. 동국제강은 세아제강과 함께 미국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의 사업 참여도 타진하고 있다.
이 같은 행보는 전반적인 실적 악화에 따른 대응이다. 올해 1분기 철강사들의 실적은 업황 부진을 그대로 반영했다. 내수는 물론 수출까지 동반 부진하며 수익성 전반에 타격을 입었다.
포스코는 판매가격 상승과 원가절감 효과에 힘입어 1분기 철강 부문 영업이익 4500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32.7% 증가하며 선방했으나 현대제철은 19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동국제강도 1분기 영업이익이 4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1.9% 감소했다.
특히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는 업계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3월부터 철강·알루미늄 전 품목에 대해 25% 고율 관세를 적용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계약과 생산, 선적에 일정한 시차가 있는 만큼 관세 여파는 2분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내수 부진도 여전하다. 고금리 기조에서 건설 및 민간 투자가 위축돼 철강 수요가 줄어든 데다 고환율과 전력요금 인상 등이 수익성 악화로 연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중국발 감산 기대감이나 인프라 투자 확대가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지만 구조적 공급과잉이 해소될지는 미지수다.
이에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월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한 데 이어 최근 철강 품목별 경쟁력 강화 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기업과 정부가 동시에 구조개편 전략을 찾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는 지금이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포스코를 비롯한 주요 철강사들도 국회와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윤희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산 철강재의 공정한 경쟁 여건 조성과 시장질서 정상화, 통상에 민감한 산업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며 “국산재 활용 확대, 상생방안 마련, 저탄소 철강재 기준 수립, 수소환원제철 예산 확보 등 제도적 뒷받침이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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