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 파워’ 개념 창시자…국제정치 석학 조지프 나이 별세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입력 2025.05.08 16:48  수정 2025.05.08 16:48


‘소프트 파워’ 개념 창시자인 국제정치 석학 조지프 나이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가 지난 2008년 2월12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초청강연회에서 미국의 중동 외교정책의 문제점과 소프트 파워의 개념 및 중요성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 연합뉴스

‘소프트 파워’ 개념을 창시한 국제정치 석학 조지프 나이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가 별세했다. 88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나이 교수는 지난 6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났다고 7일 밝혔다. 그는 프린스턴대 로버트 코헤인 교수와 함께 '신자유주의 이론'을 정립하고, 한 국가가 군사력이나 경제력을 직접 동원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매력 등을 통해 상대방을 설득하는 힘을 설명하기 위해 '소프트 파워', '스마트 파워' 등 용어를 처음 제시한 국제정치학계의 석학이다.


최근 K-pop 등 한국 콘텐츠의 흥행으로 세계에서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고 해외 한국어 학습자도 늘어난 것이 소프트 파워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1937년 미 뉴저지주의 작은 농장 마을에서 태어난 나이 교수는 프린스턴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했다. 영국 옥스퍼드대에 로즈 장학생으로 유학해 석사를 마치고 돌아와 1964년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직후 교수로 임용됐다.


나이 교수는 로버트 코헤인 프린스턴대 교수와 함께 국제관계학에서 '신자유주의적 제도주의' 이론을 정립·발전시켰다. 이 이론은 국제기구나 제도가 국가 간 협력을 촉진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국제기구는 각국의 행위를 감시할 수 있는 만큼 배신이나 무임승차를 하는 국가를 막을 수 있다는 논리다.


나이 교수는 냉전 시대 미 외교의 거목이었던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국가안보보좌관, 조지 W 부시 행정부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 등과 더불어 국제정치학자 출신으로 공직에서 활약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지미 카터 행정부에서 국무부 안보원조·과학기술 담당 부차관보, 미 국가안보회의(NSC) 산하 핵무기비확산 소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빌 클린턴 1기 행정부 때는 미 국가정보위원회(NIC) 위원장, 국방부 국제안보담당 차관보 등을 지내며 냉전 종식 이후의 동아시아 정책 수립을 주도했다.


중국을 장래 미국의 제1 경쟁자로 인식한 나이 교수는 “막대한 재정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동아시아 지역에 반드시 미군을 대규모로 주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한국, 일본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두 국가에 배치된 미군을 통해 중국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을 비롯한 각국 지도급 인사들이 다수 수학한 하버드 케네디스쿨 학장을 1995년부터 2004년까지 지냈다. 나이 교수는 지난달 케네디스쿨의 정책 논평 팟캐스트 ‘폴리시 캐스트’ 인터뷰에서 ‘미 우선주의’ 정책을 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를 미국이 갖겠다는 발언은 미 제국주의에 대한 중남미 국가들의 의심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외 원조자금 삭감 역시 미국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깎아내린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미국 우선’이 아닌 ‘미국 외톨이’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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