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민 명령" 김문수 "입당 우선"…1시간 '빈손 회동'(종합)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5.05.08 20:11  수정 2025.05.08 20:19

金·韓, 7일 1차 회동 이어 '8일 공개 회동'

단일화 방식·명분 등 놓고 입장차 재확인

金 "왜 뒤늦게 나타나서 청구서 내미나"

韓 "일주일 연기? 단일화 싫다고 느껴져"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강변서재에서 후보 단일화 관련 1:1 공개 회동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단일화를 위해 2차 담판에 나섰지만 서로 간의 입장 차만 확인했다. 한덕수 예비후보는 "단일화는 국민의 명령"이라며 오는 11일 이전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반면, 김문수 후보는 "입당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김 후보와 한 예비후보는 8일 오후 4시 30분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 커피숍에서 1대1토론 형식으로 제2차 단일화 독대 담판을 실시했다. 1시간가량 걸린 이번 회동은 전날 열린 1차 회동과 달리 모두에게 공개됐다. 이를 의식한 듯 회동도 야외 테라스에서 진행됐다.


이날 두 후보 간의 회동에는 모든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됐다. 특히 회동이 통행이 자유로운 야외 카페에서 이뤄지면서 두 후보가 앉은 테이블 주변으로 취재진과 캠프 관계자, 지지자들이 몰리는 현상이 연출되기도 했다. 두 후보 지지자들은 회동 중간중간 고성을 지르며 상대 후보의 양보를 촉구하기도 했다.


특히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이날 회동이 열리기도 전에 사랑재 앞에 모여 양쪽으로 도열해 두 후보를 맞았다. 두 후보가 단일화에 원만하게 합의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다. 일부 의원들은 '후보등록 전 단일화'라는 손팻말을 들고, 두 후보에게 꽃다발을 증정하는 등 직접적인 단일화 염원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후보는 1시간 내내 평행선만을 달렸다. 한 후보는 회동 초반부터 김 후보를 향해 약속을 지킬 것을 압박했다. 당 경선 과정에서 김 후보가 꺼낸 '신속한 단일화'를 이행하라는 것이다.


한 후보는 "김 후보가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6일까지 18일 동안 22번이나 '한 후보와 단일화하겠다' 말했다"며 "제대로 못 해내면 김 후보나 나나 속된 말로 '바로 가버린다'. 제발 '일주일 뒤' 이런 이야기 하지 마시고, 당장 오늘내일 결판을 내자"고 촉구했다.


특히 한 후보는 당 지도부가 제안한대로 후보등록 마감일인 11일 이전에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는 김 후보를 향해 "참모들 생각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니까 잘해보자"며 "온 국민의 걱정과 당원들의 열화와 같은 요구를 우리가 1주일쯤 하는 것 보고 뭘 보고 하겠느냐. 여유가 없다고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의 단일화를 위해 갖춰야 할 '자격'에 대한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3번에 걸친 당내 경선을 거쳐 선출된 자신에게 정당성이 있는 상황인 만큼, 한 후보가 단일화를 원한다면 국민의힘에 입당해 명분을 갖춘 경쟁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후보는 "단일화를 늘 생각하고, 지금도 생각하고, 한 번도 단일화를 안 한다고 한 적이 없는데, 당연히 단일화의 첫 번째 대상은 한 후보"라면서도 "한 후보가 출마를 결심했다면 당연히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게 합당하다고 생각하는데 왜 안 들어오고 밖에 계시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한 후보는 어디서 오셔가지고 나더러 빨리 단일화하자고 하는데, 왜 뒤늦게 나타나 국민의힘 경선을 다 거치고 돈을 내고 모든 절차를 다 한 사람에게 '왜 약속을 안 지키냐'고 청구서를 내미는 것이냐"라고 한 후보를 질책하기도 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내 카페에서 단일화 관련 회동을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두 후보의 의견은 계속해서 팽팽히 맞섰다. 한 후보는 국민들의 염원을 담아 빠른 시일 내에 당에서 정해주는 방식으로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냈고, 김 후보는 그러려면 입당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며 맞섰다.


한 후보는 "무도한 정부, 엉터리 정부, 정당에 넘길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에 대통령을 해야겠다고 해서 나왔다"며 "국민의힘에 왜 안 들어오느냐고 하는 것은 정말 사소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가 '단일화를 일주일 연기하자'고 한 건 결국은 하기 싫다는 말씀과 같이 느껴진다"라며 "당장 결판을 내자. 김 후보의 국민의힘 후보 승리를 안겨준 경선 방식도 좋고 다 받겠으니 1주일 뒤 이런 말하지 말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한 후보는 어디서 오셔 가지고 나더러 빨리 단일화하자고 하는데 내가 (단일화를) 약속했으니 내게 '단일화 안 하면 당신 책임'이라고 말한다"며 "당에 들어와 경선에 참여하는 게 옳지 않느냐"고 맞받았다.


또 "당원도 아닌데 경선이 끝나고 나타나서 제2정당의 하자 없이 선출된 후보에 대해 요구하는 건 전 세계 정당 역사상 처음"이라며 "정당에도 문법이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아슬아슬한 순간도 있었다. 김 후보는 한 후보가 지속해서 '11일까지 단일화'를 주장하자 혹시 국민의힘 지도부와 입장을 공유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 후보가 즉각 "지도부와 논의한 적 없고 국민의힘 의원들 전화를 안 받는다"며 "그렇게 사실이 아닌 걸 말하면 해당(害黨)행위"라고 반박하자 둘 사이에는 서먹함이 흐르기도 했다.


이후에도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자 한 후보가 먼저 "지금 많은 분이 계신데, 내가 입장도 분명하고, 김 후보 입장도 변경의 여지가 없으니 오늘 모임은 이것으로 끝내는 게 어떻겠느냐"며 회동 종료를 제안했고, 김 후보도 "나는 좋다"고 화답하며 1시간에 걸친 회담은 종료됐다.


하지만 두 후보는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자리에서도 각을 세웠다. 김 후보는 한 후보가 등록 마감일인 11일 전까지 단일화를 안하면 후보등록을 안하겠다고 한 점을 꼬집으며 "이런 후보와 단일화 해야한다고 정당이 나서서 이 온갖 불법행위를 하는 것은 역사상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여론조사 등의 방식으로 강제단일화를 시도하고 있는 국민의힘 지도부를 향해서도 "강행은 알아서 하는데, 공식 후보는 나라는게 명백한 사실"이라며 "당의 공식 후보임에도 불구하고 설문 문항에 대한 문의도 없고 상의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한 후보는 "김 후보가 계속 국민에게 (단일화) 약속을 해왔기 때문에 나는 당연히 이 일을 타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에 대한 예의는, 단일화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후보등록은 맞지 않다.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등록하지 않는 것"이라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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