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연 감독 연출
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이혼 전문 변호사 인영(고경희 분)은 동성혼 법제화 이후 급격히 늘어난 결혼과 이혼 사건으로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랫동안 인연을 끊고 지냈던 어머니의 사망 소식과 함께 뜻밖의 유언장을 받는다. 놀랍게도 어머니의 전 재산은 인영이 아닌, 동성 배우자였던 이선례(이선주 분)에게 넘어간다는 내용이었다.
분노와 당혹 속에서 선례를 찾아간 인영은 유산 포기를 요구한다. 그러나 선례는 단순한 법적 협상을 거부하고, 자신과 인영의 어머니 성윤이 어떤 사랑을 나눴고, 서로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담담하게 들려준다. 과거 어머니의 진짜 삶과 사랑을 마주한 인영은 복잡한 심경에 휩싸인다.
그러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비장하게 나섰고 의외로 선례로부터 "또 보자"는 말과 함께 유산을 쉽게 포기받는다.
그 후, 선례는 인영의 윗집으로 이사를 오고, 투박하지만 다정한 방식으로 인영을 챙기기 시작한다. 비록 진짜 어머니처럼 다정하고 세심하지는 않지만, 사랑했던 사람의 딸이라는 이유로 인영에게 새로운 가족이 되어 주기로 결심한다.
이 작품은 '가족'이라는 정의가 혈연과 법적 관계로만 규정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동성혼 법제화라는 상상력을 동원해 사회적 변화를 배경으로, 제도 밖에서 오래도록 존재해 온 다양한 형태의 사랑과 가족을 유쾌하게 그려낸다.
인영과 선례는 처음에 대립 관계처럼 보이지만, 서로의 삶을 직면하고 인정하는 과정을 예고한다. 이는 피로 맺어지지 않았더라도, 때로는 스스로 선택한 관계가 더 깊고 따뜻한 가족이 될 수 있음을 선례와 성윤을 통해 보여주고, 이제는 선례와 인영을 통해 말하려 한다.
유승연 감독은 진짜 유산이 손에 쥘 수 있는 재산이 아니라, 남은 사람들이 서로를 더 이해하고 곁에 머무르게 만드는 작은 온기와 마음이라고 말한다. 러닝타임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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