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분할'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그룹 전반 '나비효과' 될까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입력 2025.05.22 12:50  수정 2025.05.22 13:40

삼성에피스홀딩스 출범 CDMO·시밀러 분리

주주 기대감 반영에 로직스·물산 주가 상승

상장 후 그룹 내 지배 구조 재설계 가능성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 전경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그룹이 바이오 사업 개편에 나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적 분할을 통해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설립한다고 22일 공시했다. 위탁개발생산(CDMO) 부문과 바이오시밀러(복제약) 부문을 분리하기 위함이다. 이번 바이오 사업 개편은 삼성그룹 전반에도 긍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구조 개편 나선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순수 지주사로 신설하고 향후 시밀러 기업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그동안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자회사 관리 및 신규 투자를 맡아 온 사업 부문이 분할돼 설립된다. 김경아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가 삼성에피스홀딩스 대표이사를 겸임할 예정이다.


유승호 삼성바이오로직스 경영지원센터장 부사장은 이날 설명회를 통해 “22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사업 구조를 CDMO 부문과 투자 부문으로 분리하고 CDMO 부문은 존속 법인으로 유지하는 한편 투자 부문은 신설 법인으로 분리하는 인적 분할을 결정했다”며 “신설 법인은 지주사로서 시밀러 개발 및 상업화 사업을 수행하는 에피스 지분율 100%를 승계할 예정이며 자회사 등의 관리 및 신규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밝힌 존속 법인과 신설 법인의 분할 비율은 65대 35로 각각의 자본금은 1157억2700만원, 622억800만원이다. 양사 모두 주당 액면과는 기존과 동일한 2500원이며 발행 주식 총수는 존속 법인 4629만951주, 신설 법인 2448만3049주다.


유 부사장은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물산이 최대 주주로 43.06%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삼성바이오로직스 아메리카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100%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다”며 “인적 분할 이후에는 기존 주주 구성이 그대로 유지되는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아메리카만을 자회사로 보유하는 구조로 재편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분할은 오는 7월 29일 증권신고서 제출 및 9월 16일 분할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 개최 등 절차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삼성에피스홀딩스 창립 예정일은 10월 1일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를 100% 자회사로 편입해 분할을 완료한다. 이어 10월 29일 존속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변경 상장 및 신설회사인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재상장이 진행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사업 분할에 대해 CDMO 사업과 시밀러 사업을 완전히 분리해 CDMO 고객사와 경쟁 사업 운영에 대한 고객사의 잠재적 우려를 해소하고, 수익 창출 방식이 다른 두 사업에 동시에 투자해야 하는 투자자들의 고민도 해소해주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경쟁사 개념인 삼성바이오에피스로의 제품 정보 유출 등을 우려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위탁 개발·생산을 맡기길 꺼리는 고객사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것이다.


유 부사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위탁개발(CDO) 사업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시밀러 사업이 일부 고객사에게는 하나의 실체로 인식돼 우려가 지속 제기돼 왔다”면서 “이는 사업 확대에 있어 전반적인 리스크로 부각될 수 있다고 판단, 근원적 리스크의 선제적 해소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최대주주 삼성물산 기업가치 상승…이재용 회장 지배력 강화

이번 인적분할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상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물산의 기업가치 상승, 나아가 이재용 회장의 지배력 강화로도 이어지는 효과가 기대된다.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거래 정지가 끝난 직후 120만원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 주주인 삼성물산도 개장 직후 급등을 보였다. 프리마켓에서부터 주가 강세를 보였던 삼성물산은 개장 직후 8%대 오른 15만10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인적 분할 관련 소식에 주주들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되면서다.


현재 삼성바이로로직스의 최대주주는 삼성물산으로 43.0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바이로직스가 지분율 100%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지배하는 신설 회사와 인적 분할을 하면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지배하는 신설 회사까지 수평적으로 지배하게 된다.


지난해 말 기준 이재용 삼성 회장이 18.9% 지분을 보유한 삼성물산은 삼성생명, 삼성전자 등 다른 계열사와도 복합적인 지분 관계를 맺고 있다.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적 분할이 향후 중장기적인 지배구조 개편에서 중요한 연결고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기존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삼성바이오홀딩스라는 중간 지주사가 생기며 바이오 부문에서의 지배력 재설계가 불가피해질 가능성도 있다.


상장 이후에는 보다 여러 시나리오가 가능해진다. 현재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재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만약 삼성에피스홀딩스가 재상장을 할 경우 기관, 계열사 외부 주주도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핵심은 누가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주요 주주가 되느냐다. 만약 삼성물산이 추가 지분 확보에 나설 경우 삼성에피스홀딩스를 통한 신규 지배력 구축이 가능해진다. 반대로 삼성물산이 지분을 늘리지 않거나 외부 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될 경우 삼성그룹의 바이오 사업 내 지배력은 분산될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체적 발의에 의한 것”이라며 그룹 차원 구조 개편과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유 부사장은 “바이오로직스의 사업적인 배경 등의 문제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로 부각 돼 자체적으로 발의를 한 문제”라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에피스가 서로 윈윈하는 구조로 가야겠다는 배경 아래 (인적분할을) 시행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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