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노무현의 꿈" 외친 이재명, 봉하 방문…문재인과 오찬

데일리안 김해(경남)·부산 =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입력 2025.05.24 06:00  수정 2025.05.24 06:00

1박 2일 경남 양산·봉하 방문

친노·친문 진보 진영 결집 평가

오찬서 검찰에 대한 비판 나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6주기 추도식이 열린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권양숙 여사와 오찬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제는 이재명" "이재명 대통령"


23일 오전 11시 경남 봉하마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6주기 추도식 참석을 위해 경남 봉하마을을 찾았다. 이 후보가 등장하자 지지자들은 저마다 이 큰 소리로 이 후보를 응원했다. 다만 추도식인 만큼 이내 경건하고 조용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검은색 정장과 넥타이·흰색 장갑을 착용한 이 후보는 굳은 표정으로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이 후보는 헌화 후 묵념하고, 퇴장 때에는 먼 곳을 바라보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방명록에는 "사람 사는 세상, 국민이 주인인 나라, 국민이 행복한 나라, 진짜 대한민국으로 완성하겠다"고 글을 남겼다.


이어 이 후보는 11시 30분께부터 노 전 대통령 사저에서 부인 권양숙 여사·아들 노건호 박사·사위 곽상언 민주당 의원,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 등과 함께 오찬을 했다.


이 후보는 전날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경남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을 방문하고, 이날 봉하마을까지 연이어 방문했다. 대선이 열흘가량 남은 상황에서 친노·친문 등 진보진영 대결집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식사는 고사리 국과 고기, 대여섯 가지 반찬 등으로 1시간가량 이어졌고, 후식으로는 수박과 오미자차가 나왔다고 한다. 우원식 국회의장 부부, 이해찬 전 대표 부부, 김경수 총괄선대위원장, 김영록 전남도지사, 강기정 광주광역시장, 김관영 전북도지사,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오찬에 함께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6주기 추도식이 열린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식사 후 이 후보는 사저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노무현 대통령께서 정치검찰의 탄압으로 서거하신 지 16주기가 되는 날"이라며 "정치란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재를 존중하는 것이 기본인데, 결국은 상대를 제거하려 한다. 지금의 정치 상황을 보면 그런 최악의 상황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이 뇌물죄로 검찰에 기소된 것, 본인의 검찰 수사 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 후보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선정국에서 당부한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문 대통령께서는 지금이 대한민국의 운명을 정하는 정말 중요한 국면이다. 국민의 뜻이 제대로 존중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 큰 책임감을 가져달라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전했다.


오찬에서는 검찰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고 조승래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이 후보와 문 전 대통령 등 참석자들은 이 자리에서 "3년 동안 대한민국의 여러 시스템이 무너져 내렸고 국민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며 "혐오와 적대감이 커졌으며 이를 극복하고 통합을 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적대감을 키우는 과정에서 검찰권의 남용이 매우 큰 역할을 했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한다.


또한 "검찰의 쪼개기 기소, 과잉수사, 심지어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까지 압수수색을 하고 피고인 변호사의 다른 의뢰인까지 조사하거나 피의자의 부동산 거래까지 다 터는 등 수사권이 남용된 면이 있다"며 "기소를 통해 망신을 주는 사례들, 정치보복으로 여겨지는 사례들이 있었다"는 대화가 오갔다고 한다.


'사저 이동 전 묘역 참배 과정 중 눈물을 훔치며 한 생각'에는 "요즘 정치가 정치가 아닌 전쟁이 돼가는 것 같아서 마음이 많이 불편했다"며 "정치라고 하는 것이 공존하고 상생하고 대화하고 타협해서 국민적 통합을 이끌어가는 것인데, 지금은 상대를 제거하고 적대하고 혐오한다. 이래서 결국 통합이 아니라 국민들을 오히려 분열시키는 양상으로 가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정치에서 상대방을 인정하는 것, 존재를 존중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라며 "결국 상대를 제거하려는 정말로 잘못된 움직임은 역사적으로 여러 번 있었고 희생자 중 한 분이 노무현 대통령"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는 "기득권에 맞서고 편견의 벽 앞에서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노무현의 꿈, 지역주의의 산을 넘고 특권과 반칙의 바위를 지나 민주주의라는 바다를 향해 나아간 큰 꿈, 이제 감히 제가 그 강물의 여정을 이으려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 및 헌화를 마친 뒤 눈물을 훔치고 있다. (공동취재) ⓒ연합뉴스

한편 민주당 지지자들도 검찰을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봉하마을에서 만난 최모(50대·남)씨는 "나는 울산에 사는데 매년 이맘때쯤 봉하마을에 노짱(노무현 전 대통령 별명)을 뵈러 온다"며 "검찰이 노무현을 죽이고 문재인을 죽이고 이재명을 죽이려고 한다"고 했다.


부산역에서 만난 박해선(40대·남)씨는 "고등학교까지 부산에서 나고 자랐지만, 지금은 서울에 거주한다"며 "나는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다. 이재명 후보가 도덕적인 면에서 결함이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그것이 대통령이 되지 못할 정도로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유능한 사람이 대한민국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 추도식을 맞아 선거운동 역시 조용하게 진행할 것을 당부했다. 윤호중 선대위 총괄본부장은 "선거운동원과 자원봉사자들에게 율동을 중지하고, 경건하고 겸손한 자세로 선거운동에 임해줄 것을 지시해달라"고 지역위원장들에게 공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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