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체인저 AI ①] 엔씨 AI 미래 짊어진 이 남자 "무르익은 기술력, 남은 건 상용화"

이주은 기자 (jnjes6@dailian.co.kr)

입력 2025.05.30 06:00  수정 2025.05.30 06:00

[인터뷰] 김민재 '엔씨 AI' 최고기술책임자

LLM 구축한 최초 게임사…기술 상용화 박차

패션 부문서 성과…게임·미디어로 분야 확장

"분사 후 마음가짐 완전 달라, 수익화 성공할 것"

김민재 엔씨 AI 최고기술책임자(CTO)가 2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엔씨소프트 R&D센터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편집자주: AI가 전 산업계는 물론, 우리 생활 곳곳을 변화시키는 '게임체인저'로 부상했습니다. 기업은 AI 트렌드를 선점하기 위해 생존 경쟁을 벌이고, 개인도 AI 시대에 익숙해지기 위해 분주합니다. 국내 대표 IT 산업인 '게임'업계가 '게임체인저' 맞이에 뒤처질 리 없겠죠. 게임 개발 고도화는 물론, 새로운 재미 요소와 플레이 방식 구현, 더 나아가 사업화까지 AI 조련에 한창인 게임업체 'AI 도사'들을 만나봤습니다.


국내 게임업계에서 가장 오래된 연혁을 가진 엔씨소프트의 인공지능(AI) 개발 조직이 별도 법인으로서 첫 발을 뗐다. 14년간 축적해 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게임, 콘텐츠, 패션 등 다양한 사업에 최적화된 AI 솔루션을 제공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으로 변모를 시도한다.


김민재 엔씨 AI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난 23일 판교 엔씨소프트 사옥에서 데일리안과 만나 "엔씨소프트는 국내에서 거의 최초로 AI 전담 조직을 꾸리고 10년 이상 연구를 이어왔다"면서 "자연어 처리, 비전, 사운드, 그래픽 등 거의 모든 멀티모달 분야에 걸쳐 연구를 이어온 만큼 다양한 산업, 기업에 알맞게 적용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AI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국내 게임사 중 가장 빠르게 AI 연구에 뛰어들었다. AI가 산업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는 경영진의 발빠른 판단이 있었다. 2011년 AI 전담 조직을 신설해 관련 기술을 연구 및 개발했고, 2015년에는 국내 게임사 최초로 생성형 언어모델 연구를 위한 NLP(자연어처리)팀을 꾸렸다. 자체 개발한 대형언어모델(LLM) '바르코'를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게임사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는 김 CTO가 있다. 그는 고려대학교 전자전기공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영상 처리와 컴퓨터 비전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공학도다. LG전자에서 자동차부품기술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다가 2017년부터 엔씨소프트에 합류해 AI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AI 기술 전문 자회사인 엔씨 AI는 지난 2월 엔씨소프트에서 물적 분할해 탄생했다. 게임 개발에만 쓰이기엔 아까운 수준의 기술들이 개발 일정에 따라 세상에 드러나지 못하고 사장되는 것이 아까웠고, 이에 분사하는 방안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는 전언이다. 현재 엔씨 AI는 내부 리서치 조직의 역량과 노하우를 그대로 이어받아 보유한 기술을 외부 서비스로 전환하고 상품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민재 엔씨 AI 최고기술책임자(CTO)가 2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엔씨소프트 R&D센터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엔씨 AI 게임아트 기술에 반한 패션 디자이너들…B2B 확장 본격화

출범 후 엔씨 AI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조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보유한 기술은 충분히 다양하고 고도화된 상태였으나, 이중 어떤 것을 상용화할 지 분별해야 했다.


가장 먼저 성과를 낸 분야는 '패션'이다. 게임 아트를 위한 기술들이 패션 디자이너나 마케터들의 이미지 콘텐츠 제작에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기회를 엿봤다. 현재 패션 특화 이미지를 생성하는 'NC AI 아트 패션'을 패션기업 10여 곳에 제공하고 있다. 상품·모델·마케팅 이미지를 AI 기반으로 생성하거나 변환하고, 텍스트만 입력해도 원하는 스타일을 제작해 준다.


김 CTO는 "2023년 이미지 생성 기술이 주목받을 때 게임 아트용 도구를 만들다 사내 툴로 공개했다. 이후 우연한 계기로 패션 업계에 이를 소개했고, 많은 분들이 다른 이미지 솔루션들보다 낫다는 평가를 해주셨다"며 "게임 코스튬을 만들어내는 것도 패션 디자이너들과 비슷한 프로세스를 갖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큰 패션 기업과 PoC(개념검증)를 진행했고, 이를 계기로 B2B(기업간거래) 사업까지 확장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엔씨 AI는 자체 AI 모델을 개발한 경험을 살려 고객 맞춤형 파인튜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정 서비스나 비즈니스 환경에 최적화된 AI 성능 구현을 도와 기업 경쟁력 강화를 지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CTO는 "저희는 고객사가 보유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커스터마이징된 생성형 AI를 제공한다. 패션 전문 용어를 이해하고 반영할 수 있는 생성 모델을 따로 학습시키고 있다는 부분도 차별점"이라며 "고객 브랜드에 맞는 데이터를 수집해 전용 모델을 훈련시키고, 자연어 태깅도 적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하반기부터 엔씨 AI는 게임을 비롯해 미디어·콘텐츠 산업으로 사업 영역을 본격 확장시킨다. 생성형 AI를 활용해 다양한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고, '다국어 번역 AI'나 'AI 챗봇' 등을 제공해 콘텐츠 운영 효율을 극대화한다. 텍스트나 이미지 생성 등 대중적으로 익숙한 AI 서비스를 넘어 음성, 사운드, 3D 애니메이션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영역까지 다룰 계획이다. 특히 AI 음성 생성과 3D 그래픽 분야의 AI 기술이 빠르게 상용화될 전망이다.


김 CTO는 "3D 생성 모델은 인디 개발사나 1인 개발사가 주요 대상이다. 대형 게임사들은 자체 인력이 있어서 직접 만들 수 있지만 인력이 부족한 중소 규모 개발사에게는 필요성이 높다"며 "텍스트를 입력하면 형태나 표면을 포함한 모델을 자동 생성한다. 2D 이미지를 넣고 3D로 변환하는 기능도 지원한다"고 부연했다.


이어 "저희는 게임에 들어가는 감정 표현 중심의 연기형 목소리를 학습시켜왔다. 기존 TTS(음성합성) 기술은 아나운서식 낭독이 대부분인데, 저희는 감정 연기와 한숨이나 웃음과 같은 비언어적 표현까지 가능하다"며 "OTT나 드라마에서 배우 목소리를 외국어 더빙으로 변환할 때 원래 음색을 유지한 채 대역 성우의 목소리를 변환하는 보이스 컨버전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민재 엔씨 AI 최고기술책임자(CTO)가 2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엔씨소프트 R&D센터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택진 대표와 지속 논의…외부 고객사 발굴 주력

엔씨 AI에 러브콜을 보내는 게임사들도 여럿 있다고 밝혔다. 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인디 개발사들은 AI 의존도가 더 높은 상황이라 수요가 더 많다. 엔씨 AI는 인디 개발사들을 고객사로 수익을 창출하고, 인디 개발사는 동일한 인력으로 더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는 환경을 구축하는 선순환 구조를 꿈꾸고 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창업자 겸 공동대표도 꾸준히 AI 사업에 관심과 지원을 보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김 대표는 지난해 분사 전 조직 개편을 통해 AI 연구개발 조직을 대표 직속 리서치본부로 재편하기도 했다.


김 CTO는 "관심이 없으셨다면 이렇게 오랜 기간 투자해주시지 않았을 것이고, 분사나 추가 투자도 없었을 것"이라며 "기술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깊으신 분이라 저희가 추진하는 방향에 날카로운 조언도 해주시며 많은 논의를 나누고 있다"고 했다.


글로벌로 사업 무대를 확장하기 위해 엔씨 AI의 기술력과 솔루션을 외부에 알리는 작업에도 적극 나선다. 가장 먼저 아마존웹서비스가 다음 달 경기 판교에서 개최하는 '게임 AI 로드쇼'에 참가해 기술력을 전시한다. 오는 8월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컴퓨터 그래픽 학회인 시그래프에 참여하고, 하반기에는 세계 3대 게임쇼인 '도쿄게임쇼', 국내 게임쇼인 '지스타'에도 B2B 부스를 마련하고 고객사 모객에 나선다.


김 CTO는 "단순 부설 연구 조직이 아니라 독립 법인으로 생존해야 하는 만큼 사업 방향성과 의사결정에 대한 고민이 훨씬 치열해졌다. 이전과는 마음가짐이 완전히 다르다"면서 "저희가 가진 기술이 한국의 콘텐츠 산업의 강점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다양한 멀티모달 기술을 연구해 온 만큼 이를 잘 연결해 수익화에 성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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