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감나게 듣고, 직접 체험…‘경험’ 통해 확장하는 책 세계관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5.05.31 09:40  수정 2025.05.31 09:40

듣는 소설로 먼저 기획된 '첫 여름, 완주'

전시 ·뮤비 등으로 다양하게 즐기는 책

소설을 오디오북으로 재탄생한 것이 아닌, 기획 단계에서부터 ‘듣는 소설’로 제작된 ‘첫 여름, 완주’가 독자들을 만났다. 여기에 전시 또는 소설 속 소재 또는 내용을 체험으로 확대한 오프라인 활동까지. 독자들이 책 바깥에서 세계관을 적극적으로 즐기는 중이다.


오디오북으로 먼저 독자들을 만난 ‘첫 여름, 완주’는 배우 박정민이 운영하는 출판사 무제에서 출간한 소설이다. 대부분의 오디오북이 기존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됐다면, ‘첫 여름, 완주’는 독서에서 소외되기 쉬운 시각 장애인을 고려해 기획 단계에서부터 ‘듣는’ 것에 방점을 찍었던 것.


이에 ‘첫 여름, 완주’에는 마치 드라마 대본처럼 대사와 지문을 비롯해 어떤 음악, 효과음이 들어가야 하는지 등 지시어까지 모두 적혔다. 무엇보다 배우 고민시, 김도훈, 김의성, 염정아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몰입도를 높이고, 음악감독 구름과 윤마치가 직접 제작한 OST로 풍성함을 더하는 등 한 편의 라디오 드라마를 듣는 듯한 생생함도 선사한다.


출간 이후에는 ‘첫 여름, 완주’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한 작품을 전시하는 ‘완주: 기록: 01’을 기획, 책 바깥에서도 세계관을 확대 중이다. 소설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을 관람하는 전시로, 화가와 도예가, 일러스트레이터 등 8명의 아티스트들이 소설을 읽고 영감을 받아 작품을 완성했다. 이 외에도 OST ‘초록’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등 ‘첫 여름, 완주’를 다양하고, 깊게 즐길 수 있는 요소들이 곳곳에 마련됐다.


경험과 책을 연결해 독서의 재미를 확대하는 흐름은 최근 독서 시장의 트렌드이기도 하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운영된 ‘광화문 책마당’, 청계천에서 열린 ‘책읽는 맑은냇가’ 등 봄과 여름 사이, 야외도서관을 열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해 온 서울시는, “좋은 독서 공간이 좋은 독서 경험을 만든다”며 다양한 시도를 이어나가고 있다. 전국의 독서 명소를 찾아다니며 자유롭게 야외독서를 즐기는 ‘노마드 리딩’, 시민들이 직접 구성한 ‘독서 핫플’을 추천받고, 이를 공유하는 ‘힙독 핫플 맵’ 등이 그 예.


사찰음식의 대가로 꼽히며 여러 방송에도 얼굴을 비쳤던 정관스님이 출간한 ‘정관스님 나의 음식’ 북토크에서는 그가 직접 연꽃잎차를 직접 제조하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었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독자들과 소통하는 서점에서도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진다. 서울 새고서림에서는 여행 에세이를 영상과 음성으로 함께 즐기는 오디오영상북 ‘사랑해 마지않는’, ‘봄의 추도’ 등을 제작한 바 있다. ‘사랑해 마지않는’은 일본의 소도시 다카마쓰, ‘봄의 추도’는 전북 정읍을 담은 여행 에세이로, 앞서 히로시마와 공주를 다루기도 했다. 희곡 전문 서점 인스크립트에서는 작가들의 창작 과정을 담은 ‘전시 노트’를 서점 내에서 전시 형태로 공개해 독자들의 이목을 끈 바 있으며, 작가 또는 책과 연관이 있는 커피, 위스키를 책과 함께 판매하는 서점도 있다.


‘이벤트성’으로 그치기도 하지만, 색다른 경험이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것도 사실이다. 나아가 책을 새롭고, 더 깊게 즐기는 과정에서 독자들의 만족도도 높아질 수 있다.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시도에 대해 “책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는 시도이기도 하지만, 다른 시선에서 책을 보게 되면서 그냥 읽었을 때와는 다른 느낌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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