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정부 '플랫폼 규제' 초읽기…"디지털 주권 뺏길라" "AI 진흥책과 상충"

이주은 기자 (jnjes6@dailian.co.kr)

입력 2025.06.17 17:11  수정 2025.06.17 17:21

17일 '플랫폼 시대의 법정책 과제와 대응 전략' 세미나

이재명 대통령, 대선 공약서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 선언

"플랫폼은 국가 디지털 주권 보장하는 핵심 요소"

"온플법으로 서비스 비즈니스 표준화 시 혁신 없을 것"

17일 서울 여의도 FKI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플랫폼 시대의 법정책 과제와 대응 전략' 특별 세미나에서 조영기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왼쪽부터), 정건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디지털플랫폼팀장, 전혜선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정책총괄과장, 강준모 법무법인 광장CECG부대표, 이성엽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 회장,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 유병준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김현수정보통신정책연구원 디지털플랫폼경제연구실 실장,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정혜련 경찰대 교수, 박유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데일리안 이주은 기자

이재명 정부가 플랫폼 관련 입법을 서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대통령이 대선 공약집에 온라인 플랫폼 특성을 반영한 시장 규율 법제를 제정하겠다고 밝혔으나 사전 규제와 사후 규제 중 어느 쪽에 방점을 둘지 구체적인 방향성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라 업계 불안이 크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전부터 국내외 지배적 사업자를 사전에 지정해 규제하고, 갑을 관계를 규율하는 등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새 정부가 추진할 플랫폼 법안도 이같은 기조를 이어받을 것으로 점쳐지면서,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섣부른 규제는 산업 발전을 저해할뿐 아니라 디지털 정보 주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업계와 전문가들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조영기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은 17일 서울 여의도 FKI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플랫폼 시대의 법정책 과제와 대응 전략' 특별 세미나에서 "여러 국가에서 자국 플랫폼 기업들을 국가 전략자산으로 인식하고 디지털 경제의 성장 동력으로 간주하면서 규제보다는 육성 중심으로 정책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에 반해 한국에서는 글로벌 규제만을 그대로 적용하려는 시도가 아직 일어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법으로 표준화된 서비스 비즈니스가 구축된다면 과연 거기서 혁신을 위한 경쟁이 이뤄질 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요국에서는 플랫폼을 국가의 정치, 경제, 사회의 전략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 AI 시장 선점을 위한 국가 간 경쟁이 심화되고 규제를 넘어 자국 플랫폼 기업의 세계시장 경쟁력 확보 및 혁신 촉진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했다"며 "산업 경제적 측면의 새 규제 프레임을 구축할 지 여부에 관해 국가 전략적 차원에서 사회적 숙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세미나는 디지털 플랫폼을 둘러싼 주요 정책 이슈와 법제도적 대응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새 정부 출범으로 규제 중심이었던 플랫폼 정책을 재정비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자 업계는 플랫폼 성장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강하게 내고 있다.


실제 22대 국회에는 ▲플랫폼 공정화법(8건) ▲플랫폼 독점규제법(4건) ▲플랫폼 공정화 및 독점규제법(5건) ▲공정거래법 개정안(3건)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4건) 등 규제안이 발의됐으나 여야 입장 차이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계류돼 있다.


황용석 건국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구글, 아마존, 메타, 애플 등 빅테크 기업들이 방대한 네트워크 효과와 데이터 기반 경쟁력으로 글로벌 시장 집중이 가속화됐다"며 "플랫폼은 단순한 기술적 도구가 아닌 경제, 정치, 사회, 문화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기반 기술로서 국가의 디지털 주권을 보장하는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특히 황 교수는 한국이 네이버와 카카오 등 자국 플랫폼을 보유한 몇 안 되는 국가라며 디지털 패권 경쟁 속 독자적인 경쟁력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국제 협력과 상호운용성을 중시해 글로벌 디지털 경제에서 중견국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해야 한다"며 "한국 기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 이용자 후생을 높이겠다고 말하는데, 이용자 후생은 특정한 이해관계자를 보호하는 것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산업 생태계의 건강한 순환과 기회의 확장을 통해 일어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자본주의'에 대한 조영기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 발제 관련 자료. ⓒ데일리안 이주은 기자

플랫폼 규제는 이 대통령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AI(인공지능) 진흥책과 공존할 수 없는 개념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실에 AI미래기획수석 자리를 신설, 이 자리에 민간 전문가인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센터장을 역임하는 등 AI 국가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조 사무총장은 "AI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자국 AI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도록 보조금 지급도 서슴치 않는 등 자국 플랫폼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을 돕기 위한 정책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플랫폼 규제 시 AI 산업이 기술 개발에 그치고 서비스 고도화나 이용자 효익 증대로 이어지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AI 기술은 수많은 이용자들에게 제공돼야 하고 피드백을 통해 개선돼 수익화로 이어져야 그에 대한 투자로 다시 환원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논의 중인 온플법 등은 AI 산업 발전이나 전국민 사용에 있어 심각한 제약이 될 수 있다"며 "AI 기술과 플랫폼은 따로 떼어놓고 얘기하기 어려울 만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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