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2만8000원" 스위스 안락사 돕던 단체 대표, 돌연 사망…"트라우마 겪었다"

사망을 돕는 캡슐 기기인 '사르코(Sarco)'가 스위스 샤프하우젠주의 한 숲속에 놓여있다. ⓒAFP/연합뉴스

스위스 안락사 지원 단체 '더 라스트 리조트'의 대표가 돌연 사망해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독일 매체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에 따르면, '더 라스트 리조트' 대표 플로리안 빌레트(47)가 지난달 5일 독일 쾰른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더 라스트 리조트'는 버튼을 누르면 수분 안에 사망에 이르러 '죽음의 캡슐'로 불리는 조력 사망기기 '사르코'를 운영 중이다. 독일 출신 신경심리학·행동경제학 박사인 빌레트는 지난 2022년까지 조력사망단체 디그니타스 대변인으로 활동하다가 지난해부터 더 라스트 리조트 대표를 맡았다.

그러나 최근 검찰 수사 등으로 트라우마를 겪은 빌레트는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9월 면역 질환을 앓던 64세 미국인 여성이 스위스 메리스하우젠의 숲속에서 사르코를 이용해 목숨을 끊었다. 스위스는 조력자살에 전향적인 국가지만, 이 여성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스위스 정부는 "의료적 효용이 없다"며 사르코의 의료기기 승인 신청을 반려했다.

샤프하우젠 등 일부 지역은 아예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밝혔으며, 조력자살에 찬성하는 단체들도 "남용 위험이 크다"며 사르코 허용에 반대했다.

하지만 라스트 리조트는 사르코를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고, 스위스 경찰은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당시 사르코가 작동하지 않았고, 빌레트가 여성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약 70일간 구금되었다가 석방되었는데, 검찰 조사 이후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7월에 처음 공개된 사르코는 출시 기자회견에서 "단돈 18스위스프랑(한화 약 2만 8000원)을 내면 영원한 잠을 잘 수 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사르코는 사람 한 명이 누울 정도의 크기로, 뚜껑을 닫고 버튼을 누르면 질소가 뿜어져 나와 약 5분 안에 질식사한다.

이와 같은 소식에 누리꾼은 "얼마나 억울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라는 의견과 "자살이 남용될 수 있다. 누구도 자살을 방조할 수 없다" 등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