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유가 급등에 정유업계 ‘비상’…공급망·마진·환율 3중 압박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5.06.16 12:07  수정 2025.06.16 12:07

브렌트유 7% 급등 이어 75달러 돌파…두바이유도 71달러 회복

재고이익 착시 제한적…유가 지속 땐 도입단가·정제마진 동반 압박

IEA “하반기 수요 증가폭 둔화”…전가 어려운 시장 구조 지속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에 정유사 공급선 다변화 대응 돌입

13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의 선제타격으로 이란 테헤란에서 폭발이 발생한 직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P/뉴시스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정세가 격화되자 국제 유가가 급등했고 국내 정유업계도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공급망 차질, 정제마진 압박, 환율 리스크가 동시에 불거지며 단기 반사이익보다 구조적 손실 가능성이 더 부각되는 상황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브렌트유는 지난 13일 하루 동안 약 7% 급등한 데 이어, 16일 오전 아시아 거래에서 다시 2.1% 올라 배럴당 75.76달러에 거래됐다. 같은 날 중동산 원유 실물 가격 기준인 두바이유도 5.8% 상승해 배럴당 71.03달러를 기록했다.


이번 유가 상승은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가 선물시장에 빠르게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이 13일 이란의 핵시설과 군 수뇌부를 겨냥해 공습을 단행하면서 공급 차질 우려가 확대된 것이 원인이다.


국제유가가 오르자 국내 정유업계도 단기 실적 기대와 원가 부담 사이에서 복합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유가가 오르면 정유사들은 과거 저가에 들여온 원유 재고의 장부상 가치가 올라가게 된다. 일시적인 실적 개선 효과가 기대되는 지점이다.


그러나 업계는 실익보다 착시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재고 평가이익은 가격 반락 시 사라지는 일시적 수치에 불과하고 실현되지 않은 수익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년 4월에도 이란과의 무력 긴장으로 유가가 급등했지만 불과 일주일 만에 다시 하락한 전례가 있다.


유가 상승이 일정 기간 이어질 경우, 도입 원가 부담은 본격화된다. 한국은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구조로, 국제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오르면 원유 구매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와 함께 중동발 충돌이 외환시장 불안정성을 자극하면 환차손 우려도 커진다. 유가가 오르더라도 환율이 급등하면 도입단가는 더욱 치솟는 구조다.


정제마진 역시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유가 상승이 제품 가격으로 전가되려면 수요가 뒷받침돼야 하지만, 최근 국제 수요는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보고서에서 2025년 글로벌 석유 수요 증가폭을 연간 하루 74만 배럴, 하반기부터는 하루 65만 배럴 수준으로 낮춰잡았다. 이는 1분기 하루 120만 배럴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치다.


수요가 정체된 가운데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오르면, 정제 제품의 가격 전가가 제한돼 마진이 압축될 수 있다. 이로 인해 유가 상승이 오히려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는 구조다.


업계가 가장 예의주시하는 건 호르무즈 해협이다. 이란과 아랍에미리트 사이의 좁은 수로인 이 해협은 전 세계 석유 무역량의 30%가량이 통과하는 핵심 수송로다.


한국이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 중 60%도 이 경로를 지난다. 이번 사태에서 이란이 실제 봉쇄를 실행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관련 발언이 반복되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란은 과거에도 미국의 제재 재개에 반발해 호르무즈 봉쇄를 경고한 바 있다.


정유사들은 현재 전황이 원유 생산시설이나 수송 인프라를 직접 타격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공급망 점검에 들어간 상태다. 원유 수입선 다변화, 비상 재고 운용 전략, 대체 항로 시나리오까지 사전 검토가 진행 중이다. 업계는 이번 사태가 단기 국면에서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정유·석유화학 전반의 실적 흐름에도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석유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아직 생산시설이나 수송로를 직접 타격하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유가와 공급망 모두 리스크에 노출돼 있어 업계는 상황을 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파장이 어디까지 확산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