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뒤치다꺼리하기에 급급...김건희 의혹 방어에 급급
법적으로 해산당하지 않는 국민의힘, 스스로 해체해야
국민의힘, ‘졌잘싸’ 미몽에서 깨어나지 않으면 위기
야당 강해야 정부‧여당 독단 막고 민주주의 건강해져
송언석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가 지난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5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권성동 전 원내대표,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대선에서 완패한 국민의힘이 여전히 미몽에 빠져 있다. 선거에서 패배했으면 그 원인을 찾아 이를 해소하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래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지난 8일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 진상 규명’,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등 5대 개혁과제를 제시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런데 김 위원장의 이런 제안이 무시당하는 모양새다. 개혁은커녕 오히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며 선거 결과에 자족하는 분위기가 만연한 듯하다. 지지자들 입장에서는 기가 찰 노릇이다.
선거 직후에 실시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이 패배한 원인을 확인할 수 있다. 당선자인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한 가장 큰 이유는 ‘계엄 심판/내란 종식’(27%)이었다. 다음 순위인 ‘직무/행정 능력’(17%)을 크게 앞선다. 김문수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은 이유로는 ‘계엄 옹호/내란 동조’가 30%로 ‘국민의힘이 싫어서’(19%)를 압도한다(6.6, 한국갤럽).
이를 보면 결론적으로 윤 전 대통령과 단호하게 절연하지 못하고, 어정쩡한 태도를 보인 것이 결정적인 패인이었음을 알 수 있다.
윤석열 정부 시절을 돌이켜 보면,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 때문에 번번이 심대한 피해를 보았다. 여당의 역할이라고는 용산발 실책과 사건들, 특히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여러 의혹들을 방어하고 뒤치다꺼리하기에 급급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민심의 이반을 가져와 총선에서 대패하고 말았다(24.9.26. 칼럼 참조).
어디 그뿐인가. 급기야는 계엄의 공범으로까지 내몰렸다. 윤 전 대통령이 당과 협의해서 계엄을 선포한 것도 아닐 텐데, 한밤중에 뜬금없이 저지른 일을 뒤집어쓴 채 불과 3년 만에 정권마저 빼앗겼다. 그런데도 여전히 윤 전 대통령을 싸고도는 듯한 모습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앞으로 최소 3년 동안, 다음 총선이 실시되기 전까지 민주당은 거칠 게 없을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어떤 법률도 제‧개정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를 해소하는 조치도 포함될 것임은 물론이다. 107석의 소수 야당으로서는 무기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다. 이제 국민의힘이 기댈 곳은 오직 국민의 지지와 여론뿐이다. 그런데 ‘계엄 옹호당’, ‘내란 동조당’이라는 수렁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이 또한 여의치 않을 것이다.
최근 윤 전 대통령 내외를 겨냥한 3개 특검법(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해병대원 특검법)이 공포됐다. 사상 최대 규모의 수사 인력이 투입되는 수사에서 어떤 진실이 밝혀질지 예단할 수 없으나, 온갖 혐의가 언론을 도배할 가능성이 크다. 재판이 진행되는 향후 몇 년간은 계속 그럴 것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이 지금의 ‘졌잘싸’ 미몽에서 깨어나지 않는다면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실제로 민주당 일각에서는 특검 수사를 통해 내란 방조 등 반헌법적 행위가 드러나면 정당 해산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김 비대위원장도 원외 당협위원장 간담회에서 탄핵 반대 당론을 무효화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로 여권의 위헌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한다.
설령 법적으로 해산당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국민의힘 스스로 해체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민주주의의 요체는 견제와 균형이다. 그런데 현 정부에서는 이미 입법부와 행정부가 일체가 된 상황이고, 사법부의 독립성도 자칫 침해될 우려가 있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도 대법관 증원, 대법원장 청문회와 특검 등을 공공연히 주장하지 않았던가. 이런 판국에 제1 야당까지 지리멸렬해진다면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다.
야당이 강해야 정부‧여당의 독단을 막고 민주주의가 건강해질 수 있다는 건 지난 역사가 증명한 진리다. 중도층 중에는 이런 이유로 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많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지지를 받는 강한 야당이 되려면 먼저 자기혁신부터 해야 한다.
이번 원내대표로 선출된 송언석 의원도 ‘변화와 쇄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참에 김 비대위원장이 제안한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를 적극 수용함으로써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변화와 쇄신’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그래야 ‘도로 친윤당’이라는 세간의 비판을 잠재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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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기선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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