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의 불부터...한화솔루션도 택한 ‘PRS’ 급전 조달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5.06.25 14:29  수정 2025.06.25 14:30

PRS로 5000억 확보...지분율 100%→ 77.35%로 축소

차입금 부담 가중·이자비용 확대…재무건전성 ‘경고등’

롯데·효성·SK온도 활용…단기처방 유효·중장기 리스크↑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빌딩. ⓒ한화

한화솔루션이 유럽 신재생에너지 자회사 지분을 주가수익스와프(PRS) 방식으로 처분하며 자금 수혈에 나섰다. 최근 자금난을 겪는 국내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PRS를 활용하는 가운데 향후 재무 부담 확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이날 독일 자회사 큐에너지솔루션(Q Energy Solutions SE) 주식 278만4293주(22.65%)를 매각해 4000억원을 마련하고 삼성증권 등과 PRS 계약을 체결해 1000억원을 조달했다. 총 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한 것이다.


큐에너지솔루션은 유럽 전역에서 태양광·풍력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재생에너지 기업이다. 한화솔루션이 2021년 프랑스 재생에너지 개발사 RES프랑스를 인수하며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번 거래로 한화솔루션의 큐에너지솔루션 지분율은 100%에서 77.35%로 낮아진다. 회사 측은 유동성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은 큐에너지솔루션 주식 153만1361주(12.46%)를 약 2200억원에 인수한 뒤, 이를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기관투자자에게 재매각(셀다운)하는 방식으로 PRS 계약을 주관했다.


PRS는 계약 만기 시 주가가 기준가(최초 매입 단가)보다 높으면 투자자가 매도 기업에 차익을 지급하고, 반대로 낮으면 기업이 손실을 보전하는 구조다. 외형상 주식 매각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사실상 주식담보대출과 유사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회계상 부채로 인식되지 않아 재무제표 부담을 줄이면서도 유동성을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다.


업계는 한화솔루션이 실적 부진 속 투자 확대에 따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PRS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1분기 한화솔루션은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 136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케미칼 부문에서 91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미국 주택용 태양광 실적이 개선되며 흑자 전환에는 성공했으나 화학 부문 부진이 이어지면서 전체 수익성 방어에 한계가 나타났다.


재무 상태도 악화되고 있다. 한화솔루션의 총차입금은 2022년 7조2000억원에서 2023년 9조3499억원, 지난해 12조7219억원에 이어 올해 1분기 13조7892억원까지 증가했다. 차임급 확대로 이자비용도 2022년 2262억원에서 2023년 4114억원, 지난해 5484억원으로 급증했고 올해는 6000억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1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191.99%로 전년 말 대비 9%포인트 가까이 뛰었고 순차입금은 12조원에 근접해 부채비율 200%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화큐셀 미국 조지아 주 달튼(Dalton) 공장. ⓒ한화솔루션

한화솔루션의 이번 PRS 활용은 최근 석유화학·배터리 업종 등 자금난에 직면한 대기업들이 택한 공통적 방식 중 하나다. 회사채 시장 경색과 기업공개(IPO) 불발 등 전통적 자금조달 경로가 막히자 PRS가 기업들 사이에서 ‘비상 자구책’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최근 들어 해외 자회사 지분을 기초자산으로 PRS 계약을 체결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0월 미국 법인(LCLA) 지분을 담보로 6600억원을, 올해 3월에는 인도네시아 자회사(LCI) 지분을 활용해 6500억원을 각각 조달했다. 효성화학도 지난달 베트남 효성비나케미칼 지분 49%를 기반으로 3800억원을 확보했다. SK온도 지난해 11월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PRS 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PRS가 급한 자금난 해소에는 유용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재무 건전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반 회사채보다 높은 금리를 적용받는 데다 대부분의 PRS 계약은 만기(통상 3년) 도래 시 재계약을 통해 상환 기간을 연장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이자 부담이 누적되고 만기 시점에 주가가 하락하면 그만큼 손실을 보전해야 하는 리스크도 상존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PRS는 회계상 부채를 늘리지 않으면서 단기간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지만, 근본적인 수익 구조 개선 없이 반복적으로 활용될 경우 중장기 재무 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