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종 동대문구의회 행정기획위원장 기고
'영양사 면허증' 소지 청년 지방의원의 소회
"체질개선 없는 정치에 미래는 없다"
정치도 체질이 있다. 에너지를 빠르게 폭발시키며 한때의 세를 이루는 단기 폭발형 체질, 그리고 느리지만 묵직하게 신뢰를 쌓으며 지속 가능한 힘을 만드는 체질. 지금의 국민의힘은 어느 쪽인가? 그리고 어떤 체질로 가야 하는가?
현재의 국민의힘은 갈팡질팡하는 상태다. 쇄신을 말하지만, 진짜 쇄신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르고, 모두가 자신만이 정답이라 착각하고 있다. 혹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민주당의 실수만 기다리는 이들도 있다. 정작 가장 절실한 이들은 지역에서 당을 지탱하고 있는 청년 당원들이다. 이들의 절망은 임계치를 넘어서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화려한 문장도, 감각적인 쇼도 아니다. 오직 하나, 철저한 체질개선이다. 이것은 영양학에서 말하는 '저속노화(Slow Aging)'의 개념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저속노화란 표면의 젊음을 꾸미는 것이 아니라, 내장기관과 대사 체계를 회복시키고, 장기적인 건강을 복원하는 것이다. 지금의 정치에야말로 이런 깊은 회복의 기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먼저 멀리해야 할 것은 '극우'다. 극우 정치의 자극은 마치 높은 스코빌 지수의 매운 음식과 같다. 첫맛은 강렬하지만, 결국은 감각을 무디게 하고, 계속해서 더 강한 자극을 요구하게 된다. 이 중독적 루틴은 결국 정당의 판단력과 공감 능력을 마비시킨다. 자극의 언어는 늘어나지만, 신뢰는 사라진다.
민주당은 어떨까? 민주당은 지금 '에너지 드링크식 정치'에 취해 있다. 강력한 슬로건, 자극적인 메시지, 눈에 띄는 퍼포먼스로 당장의 에너지를 끌어올린다. 하지만 그 안에는 깊은 정치적 체력·방향·지속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당장은 혈당이 급등한 것처럼 기분이 격양되고 반응이 빠른 듯 보이지만, 결국 그 반작용으로 국민들에게 더 깊은 피로감만을 안겨줄 뿐이다. 혈당 스파이크의 말로가 그렇다.
그렇다면 국민의힘은 어떤가? 지금 이 당은 '사카린 정치'에 깊이 빠져 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일단 단맛만 쥐여주려 한다. 언어는 정제돼 있지만, 정작 영양은 없다. 사카린처럼 칼로리는 없고 에너지도 없다. 입은 잠시 즐겁지만, 몸은 점점 쇠약해진다. 지금 국민의힘의 메시지들이 그렇다. 그럴듯한 말들은 넘치지만, 바뀌는 것은 없다.
더 심각한 건 그 제로칼로리 정치를 만들어내는 정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무영양의 메시지에 취해버린 지지층도 함께 '정치적 허기'를 방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맛만 쫓는 정치로는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다.
지금도 역사의 반복이다. 이 당을 위해 희생하고 있는 청년 당원들은 잘 안다. 혁신이 나올 때마다, 당을 지키고 있던 청년들이 사라진다. 새 인물을 데려오고, 쇼를 연출한다. 하지만 정작, 그 당을 살리려 노력했던 이들은 잊힌다. 영입은 되지만, 화합하지는 못한다. 이것이 지금 당이 앓고 있는 가장 큰 병이다.
그래서 우리는 정치에 '식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치도 결국 국민의 먹거리다. 매운맛(극우)은 줄이고, 자극제(에너지 드링크)는 경계하며, 무영양의 단맛(사카린)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당의 단백질은 현실을 바꾸는 정책이어야 한다. 지방을 줄이는 대신, 근육이 되는 법안과 철학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야채처럼 청년의 다양성과 민감함을 더하고, 따뜻한 국처럼 모두를 아우르는 중진의 지혜로 영양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
이것이 바로 '저속노화' 정치다. 겉보기는 화려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오래 간다. 신뢰를 만든다. 실력을 키운다. 지금 국민의힘은 스스로 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더 이상 살아남기 어렵다. 20% 지지율의 정당이 선택해야 할 길은, 단기 효과가 아닌 근본적 개혁이다. 왜 본질을 외면하고 극단적인 식이조절에만 취해 있나.
그리고 잊지 말라. 정치라는 생태계에서 청년은 장내 미생물과 같다. 잘 보이지 않지만, 사라지면 모든 체계가 무너진다. 지금 청년 당원들이 묻고 있다. "우린 왜 늘 수혈의 대상이어야만 합니까?" 이제 말이 아니라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권한 분산, 의사 결정 방식의 혁신, 청년에 대한 실질적 기회 부여. 이 모든 것이 진짜 정치개혁이다.
국민의힘이 다시 건강한 정당으로 살아남고 싶다면, 사카린을 끊고 저속노화를 시작하라. 지금이 그 첫걸음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 당을 지키고 있는 청년의 목소리를 들어달라. 우리는 여전히 여기 있다. 기다릴 만큼 기다렸고, 할 만큼 했다. 이제는 구조가 바뀔 차례다. 그래야 우리도, 국민도, 함께 먹고 살 수 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