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안 플라자] '몰이념'의 종식 시대, 국민의힘 어디로 갈 것인가

김정식 국민의힘 전 청년대변인 (desk@dailian.co.kr)

입력 2025.07.13 08:08  수정 2025.07.25 10:24

김정식 국민의힘 전 청년대변인 기고

지금은 '신냉전·몰이념의 종식' 시대

중화적 세계관에 편입되고야 말 것인가

이는 국가의 생존과 국민주권의 문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등이 지난 3월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국의 서해공정 긴급대응 국회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로 곤두박질치며 4년 8개월 만에 20% 선이 무너졌다. 더불어민주당은 43%의 지지율을 보여 24%에 달하는 격차를 보였다. 양당 모두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지만, 탄핵과 대선 패배로 직격탄을 맞은 국민의힘은 혁신위까지 좌초되며 좀처럼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최고위 해체 등 지도체제 개편 논의까지 나오지만, 이는 본질이 아니다.


민주당은 2022년 대선 패배 후 ‘일극 체제’라 불릴 정도로 강력한 당 대표 체제를 구축해 이재명 중심의 단일 리더십을 완성했고, 결국 3년 만에 정권을 탈환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무려 9번의 비상대책위원회를 거치며 지도부가 수시로 바뀌는 혼란을 겪어왔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이 정당의 영향력을 확장하기보다는 계파 갈등과 분열의 장으로만 기능했다는 것이다.


‘자유’를 외치며 시작한 윤석열 정부의 이념 지향적 행보는, 당내에서부터 ‘냉전 시대의 낡은 이념 논쟁에서 벗어나자’라며 비난받았다. 반면 중도·수도권·청년을 공략하겠다며 내놓은 당의 정책들은 대부분 철 지난 복지 경쟁 등 좌파 따라잡기식 정책뿐이었다. 이념적 정체성은 포기하고 기존 정치적 유산을 깎아 먹기만 해온 셈이다.


지금은 소련 해체 이후 한동안 지속된 ‘탈냉전, 이념의 종식’이 아니라, ‘신냉전, 몰이념의 종식’ 시대다. 사실 미국의 자유항행 질서에 반하는 중국의 신중화제국주의(neo-sinocentrism)가 맞부딪히며 신냉전 시대가 도래한 지는 오래됐다. 미국이 승기를 잡은 채 이어지는 미·중 패권 경쟁의 국면에서,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수호할 것인가 아니면 중화적 세계관에 편입될 것인가는 단순한 외교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생존과 국민 주권의 문제이다.


특히 최근 중국이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에 일방적으로 구조물을 설치해 대한민국의 해양 주권을 침해한 사건, 북한이 예성강 하류로 핵 폐수를 흘려보낸다는 의혹 등은 국민의힘이 외면해서는 안 되는 문제다. 중국의 쇼핑 플랫폼과 물류·유통 기업의 국내시장 교란, 중국인에 대한 과도한 복지 혜택 등 국민이 체감하는 부당함 역시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를 민생 이슈로 제대로 엮어내지도, 전략적 대응을 보여주지도 못하고 있다.


그저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시대착오적 구호에 안주한 결과, 미국의 공급망 재편과 기술 동맹 형성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과감하게 진입하지 못하고 눈앞의 무역수지를 쫓는 소극적 실리 외교에 머물렀다. 이는 단지 정책의 실패가 아니라 철학의 부재, 곧 정당의 방향성 상실을 뜻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63%에 달하는 지금, 국민의힘이 할 일은 이념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이념을 현실 속에 구현해내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가 국민의 삶을 어떻게 풍요롭게 만드는지, 시장경제가 어떤 방식으로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는지를 사례와 논리로 설득해야 한다. 단순히 ‘반공’과 ‘자유’를 구호로 소비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곧 주택·교육·노동·안보 문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증명해야 한다.


이것이 국민의힘이 형식적으로만 외쳐온 ‘혁신(革新)’의 지향점이다. 혁신이라는 단어를 풀어보자면, ‘가죽을 새롭게 한다’라는 뜻이다. 그러나 말 그대로 얼굴만 갈아치울 것이 아니라, 이념과 가치를 중심에 두고 그것을 오늘의 언어로 국민에게 다시 설명하는 작업이 진정한 혁신일 것이다. 복지 지상주의에 매몰된 좌파의 낡은 유물을 과감히 청산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보수주의 가치를 되살려야 한다. 국민의힘이 다시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길이다.


※본문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한국갤럽이 지난 8~10일 무선 100% 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한 정당 지지율 조사로,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글/ 김정식 국민의힘 전 청년대변인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