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이냐, 트집이냐…국민의힘 관통한 '인적쇄신'에 갑론을박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5.07.09 04:05  수정 2025.07.09 08:02

안철수 '쌍권청산론'에 권성동·권영세 '발끈'

"혁신을 정치적 연료로 사용한 건 잘못" 주장

"필요하다" vs "협의 했어야" 의견 엇갈려

혁신 어렵고 대여 전선에 부정적 영향 우려도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왼쪽)과 권영세 의원(오른쪽)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안철수 의원의 발언으로 촉발된 '인적쇄신안'이 국민의힘 내부에서 갈등의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혁신하는 당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기득권 세력의 청산이 필수적이란 의견과 인적쇄신이란 자기정치를 위한 또 다른 트집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서다. 당내 일각에선 이번 사태를 거치며 내홍이 더 깊어지게 되면서 혁신이 어려워진 것은 물론이고, 대여(對與) 전선을 펼치고도 국민들의 공감을 받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 "어려운 상황 속 힘겹게 모은 혁신 에너지를 자신의 정치적 연료로 사용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작금의 위기 상황에서도 일신의 영달을 우선하는 모습에 대단히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대선 정국에서 원내대표직을 맡으며 당을 이끌었던 권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이른바 '쌍권 청산론'을 갖고 나온 안철수 의원을 저격한 것이다.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또 다른 '쌍권' 중 한 명인 권영세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 "자신의 이익 추구를 마치 공익·개혁인 양 포장하며 당을 내분으로 몰아넣는 비열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이런 사람들이 실제로 지도자가 된다면 우리 당은 더욱 더 어려워지고 혼란스러운 내분 속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글을 올려 안 의원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당내 의원을 향한 날선 발언이 등장한 건 안 의원이 꺼낸 '쌍권 청산론' 때문이다. 전날 안 의원은 혁신위원장 자리를 내려놓고 차기 당권 도전을 선언하면서 송언석 비대위에 권영세·권성동 의원의 출당을 요구했었다고 밝혔다. 당이 혁신하기 위해선 대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인적쇄신이 우선돼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안 의원은 이날도 SBS 라디오에 출연해 "(대선 패배에 대한) 법적인 책임이 아니라 정치적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는게 국민들에게 와닿을테고, 가장 어려운 인적쇄신안부터 먼저 실행에 옮기는걸 보고 다시 (당에) 관심을 갖게 되고 결국 애정도 가지게 되는 것이 아니겠느냐"라며 "그래서 혁신안에서 항상 중요하고 가장 먼저 나오는게 쇄신안"이라고 재차 인적쇄신의 필요성을 피력하기도 했다.


당내에선 인적쇄신에 대한 의견이 엇갈려 나타나고 있다. 안 의원의 쇄신 요구를 "오히려 당내의 분란만 초래한다"는 이유로 거절한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함께 계파 갈등의 또 다른 단초를 제공할 뿐이라는 부정적인 의견과 당이 새롭게 나아가기 위해 필수적이라는 긍정적인 의견이 함께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7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사퇴 후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안 의원보다 먼저 인적쇄신의 필요성을 역설했던 김용태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들이 국민의힘에 갖는 혁신의 기대가 굉장히 높은 상황에서 뭔가 개선되는 이미지를 드려야 하는데 가장 확실하고 빠르게 국민들께 보여드릴 수 있는 게 인적쇄신에 대한 부분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김 의원은 "지금 상황 자체가 인적쇄신·인적청산을 하기가 어려운 게 국회의원 선거까지 3년이나 남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주류·기득권이라고 하는 분들이 똘똘 뭉칠 것"이라고 덧붙이며 인적쇄신의 성공 가능성은 낮게 관측했다.


당권 도전을 선언한 조경태 의원은 지난 1월 당시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으로 몰려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저지조로 활동했던 의원 45명을 직접 지목하는 등 더 강력한 발언으로 인적쇄신을 촉구했다.


조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친윤의 핵심으로 분류됐던 분들은 목소리를 안 내는 것이 좋겠다"며 "그분들의 뼈저린 반성, 사과, 2선 후퇴 이런 것들이 왜 안 이뤄지는지 잘 모르겠다. 국민들께 용서를 구하고 일부 핵심 분들은 정계은퇴까지 선언하는 자기희생을 보여 우리당이 살아날 수 있도록 하는 모습들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의원들은 안 의원의 요구와 결정이 섣불렀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김정재 정책위의장은 이날 KBS 라디오에 나와 "정치에는 항상 이견들이 있는데, 그걸 어떻게 조정하고 설득해내느냐가 정치의 과정"이라며 "(안 의원이 언급한) 그 벽이 뭔지는 몰라도 벽이 있다면 그 벽을 허무는 데 더 노력을 해야 되지 않았나 싶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김 정책위의장은 "그런 생각(인적쇄신)은 충분히 할 수 있고 얼마든지 논의 가능한데, 그걸 어떻게 할지를 혁신위에서 논의를 했었어야 했다"며 "인적 쇄신을 포함해서 당의 혁신, 미래 등등을 모두 혁신위에서 논의하고 그 결과를 비대위 또는 다음 지도부가 만들어지면 어디든지 전달을 해서 이게 현실화되도록 하는 게 혁신위원장이 해야 될 일이 아니었나 싶다"고 지적했다.


당내 일각에선 인적쇄신을 놓고 갈등이 폭발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향후 전망에 대해 우려섞인 시각을 내놓고 있다. 이번 사태로 인해 당의 혁신 동력이 떨어진 건 물론, 당이 희화화되면서 대여 공세에 힘을 받지 못할 것이란 전망에서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당내에서도 이 상황이 믿기지 않고 말도 안 된다고 보는데, 바깥에서 우리를 보는 분들의 마음은 오죽하겠느냐"라며 "당내 구도가 확고하다는 점만 확인된 셈인데, 다음 당대표가 누가 되더라도 어떤 국민이 우리 당이 혁신을 할 것이라고 믿어주겠느냐"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한 의원도 "청문회 준비를 하고 있는데 힘이 빠져서 글이 눈에 잘 안 들어올 정도로 실망스러운 상황들의 연속"이라며 "이렇게 당이 쪼개지고 희화화까지 되고 있는데 청문회에서 검증 공세를 하고 이재명 정부가 잘못하고 있단 걸 꼬집는다고 해서 겉으로 드러나는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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