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효과에도…한은, 미 관세 불똥 하반기 한국 경제 '경고'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5.07.10 16:27  수정 2025.07.10 16:34

수출 악화로 짙어지는 성장 먹구름

미국 관세 정책 본격화가 최대 변수

'AI 특수' 누리는 반도체도 리스크 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한국 경제가 하반기 들어 다시금 성장 둔화의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우리 경제의 핵심 동력인 수출이 미국의 관세 정책 영향권에 본격적으로 접어들면서 불확실성이 극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상반기 경제를 이끌었던 반도체 수출마저 지정학적 리스크와 경쟁 심화로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경제상황 평가(2025년 7월)'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경제는 올 상반기 내수와 수출 증가로 직전의 성장 부진을 점차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지난 5월 이후 경제 심리가 빠르게 호전되면서 소비가 반등했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역시 양호한 흐름을 나타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달 2.2%의 상승률을 보이며 안정적인 오름세를 유지했다. 국제유가 안정세와 정부의 물가안정대책 영향이다.


그러나 이러한 회복의 온기는 하반기까지 이어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3분기 이후 수출이 미국의 관세 영향 본격화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추가경정예산 및 금리 인하 등 내수 회복 효과를 상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한은은 하반기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복병으로 대외 환경의 급변을 꼽았다. 보고서는 "향후 대미 무역협상 전개양상과 관련한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견조한 흐름을 보이던 경상수지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하반기 미국 관세 정책의 영향이 점차 본격화되면 상반기에 비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줄어들 전망이어서다.


실제 지난 상반기에는 반도체 수출이 15.9% 크게 늘며 수출을 지탱했다. 견조한 AI 투자 수요와 관세 부과를 앞둔 선수요 효과 덕이다.


문제는 상반기 경제를 이끌었던 반도체 수출마저 지정학적 리스크와 경쟁 심화로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미 관세 부과로 반도체 시장도 충격을 피해갈 수 없을 거라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관세 부과가 실제로 이뤄진다면 과거 확장기에는 볼 수 없었던 하방 요인이 될 것"이라며, "특히 관세 부과에 대비한 선수요 대상이었던 범용 제품을 중심으로 수출이 둔화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미국과 중국 등 경쟁국들의 선방으로 반도체 시장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중국 반도체 회사인 CXMT는 올해 1분기 세계 D램 시장의 13%를 점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바탕으로 생산량을 급격히 늘린 것이다.


미국의 마이크론 역시 5세대 HBM인 HBM3E 12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납품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별 기업의 노력 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한 금융권 전문가는 "보호무역주의발 위기가 커지면서 사실상 우리나라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임웅지 한은 국제무역팀 차장 역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안정적인 전력 공급망 구축 등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반도체 수출 향방은 경쟁력 유지 여부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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