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C·국제 대회 대표하는 얼굴 '로르'..."호스트는 선수·팬 잇는 다리"
"작년 롤드컵 '페이커' 이상혁 인터뷰 기억 남아"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은 모든 걸 쏟아붓는 결승전이 아니라 다음 스텝을 위한 배움의 무대라고 생각해요."
11일(현지시간) 2025 MSI가 열리고 있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LEC(유럽 리그)를 대표하는 호스트 '로르' 로르 발레는 'MSI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유럽과 한국, 중국을 오가며 현장을 지켜본 그녀는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은 가장 높은 곳이지만, MSI는 올라가기 위한 중요한 계단"이라고 표현했다.
이처럼 MSI를 단순한 국제 대회 이상으로 바라보게 된 데에는 그간의 긴 커리어와 현장을 누빈 경험이 바탕이 됐다.
로르는 대학교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하던 시절, 사이드잡으로 e스포츠 기사 작성을 시작하며 업계에 발을 들였다. 그렇게 키운 열정은 2017년 프랑스의 한 TV 채널에서 e스포츠 중계를 맡으면서 현실이 됐다. 당시 프랑스에서 e스포츠를 중계하던 유일한 여성 진행자였던 로르는 점차 주목 받았다. 이를 계기로 라이엇 게임즈와도 인연을 맺고 현재는 LEC를 대표하는 호스트이자 국제 대회의 얼굴로 활약하고 있다.
로르가 호스트로 자리잡는 데에는 롤 e스포츠 대표 호스트인 '샥즈' 에퓨 데포엘테레의 영향도 컸다. 활동 초기부터 샥즈를 보며 영감을 받았다는 로르는 2019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롤드컵을 계기로 그녀와 직접적인 인연을 맺첬다. 이후 두사람은 꾸준히 관계를 이어왔다. 로르는 "샥즈는 멘토이자 동료, 그리고 지금은 베스트 프렌드"라고 웃으며 말했다.
롤 호스트로서 그녀가 느끼는 가장 큰 보람은 '다리의 역할'이다. 로르는 "팬과 선수 사이를 잇는 브리지(bridge)가 된다는 게 이 일을 사랑하는 이유"라며 "선수를 더 가깝게 느끼도록 만드는 일이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열정이 있어야만 이 일을 오래 할 수 있다"며 "지금도 빅 매치를 보면 여전히 소름이 돋는다"고 덧붙였다.
로르는 과거 인터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2024 롤드컵에서의 '페이커' 이상혁과 진행한 인터뷰를 꼽았다. 그녀는 "10년 전 첫 우승을 했던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페이커가 감정이 북받치는 모습을 보였다"며 "호스트로서도 팬으로서도 겸손해지는 순간이었고 당시를 함께 할 수 있어서 기뻤다"고 회상했다.
아울러 "2018년에 KT '마타' 조세형 선수(현 T1 코치)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KT의 팬으로서 너무 설레는 인터뷰였다"고 웃으며 말했다.
다양한 국제 무대를 누벼온 로르는 MSI를 선수들이 더 높은 무대로 도약하기 위한 '배움의 무대'로 바라봤다. 그녀는 "롤드컵은 모든 선수가 꿈꾸는 정점이라면, MSI는 그곳에 가기 위한 중요한 계단이자 실전 경험의 장"이라며 "MSI 대회를 진행하며 여러 패배팀과도 인터뷰를 진행한다. 그들은 경기에 져서 슬퍼하면서도 이를 성장의 기회로 여기는 자세를 공통적으로 보여주는데 이 점이 인상 깊다"고 했다.
올해 MSI 무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를 묻자 로르는 T1과 젠지의 경기를 꼽았다. 그녀는 "처음에는 젠지가 일방적으로 이길 줄 알았는데 T1이 흐름을 뒤집으면서 흥미진진한 시리즈가 됐다"며 "국제대회에서 이렇게 흥미진진한 LCK 내전을 볼 수 있어서 인상적이었고, 젠지가 그동안 국제전에서 약하다는 평가가 있는데 결승까지 가게 돼 기뻤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로르는 "언젠가 한국어로 인터뷰를 할 수 있는 날을 꿈꾸고 있다"며 "열정을 잃지 않는 한 이 일을 계속하고 싶고 꾸준히 성장하며 선수와 팬을 잇는 진심 어린 다리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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