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하반기 대출 문턱 더 높아질듯…가계대출 목표 '반토막'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5.07.20 09:58  수정 2025.07.20 12:04

5대 시중은행의 하반기 가계대출 증가 목표가 3조∼4조원 줄었다.ⓒ연합뉴스

5대 시중은행의 하반기 가계대출 증가 목표가 3조∼4조원 줄면서 올해 초 설정 규모의 약 절반으로 축소됐다. 기존 연 증가액의 4분의 1 수준이다.


더구나 6·27 대책 발표 이후 주춤했던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다시 빨라지는 만큼 정부와 은행권의 강력한 대출 규제 기조가 하반기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금융소비자가 느끼는 대출 문턱도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은 지난 11일 금융당국으로부터 자료요구·제출시스템(CPC)을 통해 하반기 새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를 요청받고 최근 새 목표치를 제시했다.


대부분 은행은 '6·27 가계부채 관리 방안' 발표 당시 당국이 언급한 지침에 따라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증가 목표액을 올해 초 설정했던 규모의 약 절반으로 줄였다.


6·27 대책 발표 전 5대 은행은 올해 연간 가계대출 증가액(정책대출 제외)을 약 14조5000억원, 하반기 7조2000억원 정도로 잡았다.


그러나 이번에 제출된 관리 목표는 약 3조6000억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 스스로 제출한 목표만으로도 3조6000억원 정도 가계대출 여력이 줄어드는 셈이다.


아직 당국과의 조율이 끝나지 않아 은행별로 구체적 목표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상반기 가계대출 실적에 따라 축소율이 차등 적용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행의 경우 하반기 가계대출 증가액이 당초 목표에 크게 못 미치는 만큼 축소율이 50%보다 다소 낮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반대로 상반기 목표를 넘어선 은행들은 50% 이상 줄이라는 당국의 피드백을 받을까 봐 긴장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당국과 은행권의 깐깐한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이어지면, 실수요자라도 은행에서 대출받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은 하반기 증가 폭을 절반 정도로 줄여야 하는 만큼 결국 4분기에 목표 달성 압박이 커지면서 가계대출 절벽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이주비, 중도금, 잔금 등 하반기 예정된 집단대출에서도 은행들이 금리를 더 높여 제안하는 등 소극적 태도를 보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진행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에서도 18개 국내 은행의 3분기 가계 주택대출, 신용대출 등 일반대출 태도 지수는 각 -31, -22로 2분기(-11·-11)와 비교해 뚜렷하게 '태도 강화' 전망이 늘었다.


은행이 대출에 더 깐깐해질 것으로 예상한 은행권 여신 총괄 책임자가 크게 늘었다는 뜻이다.


이달 초 전월의 40% 수준까지 떨어졌던 가계대출 증가 속도는 중순 이후 다시 빨라지는 추세다. 아직 대출 수요 급감을 기대하기 이르다는 의미다.


5대 은행의 지난 17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57조4194억원으로, 6월 말(754조8348억원)보다 2조5846억원 불었다.


하루 평균 증가액이 1520억원으로, 6월(2251억원)의 68% 수준이다.


이 속도가 유지되면 이달 말까지 4조7000억원 정도 가계대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월(6조7536억원)의 70% 규모다.


가계대출 종류별로는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 대출 포함)이 6월 말보다 2조3478억원 늘었다. 6월(1921억원)의 약 72%인 하루 1381억원꼴이다.


더구나 가계대출 집행의 선행지표인 은행별 대출 신청 승인 규모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열풍이 불었던 6월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이달 들어 17일까지 A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신청 승인(서류접수 후 심사 완료 기준) 건수와 금액은 각 5913건, 1조6478억원으로 하루 평균 348건, 969억원씩 승인이 이뤄졌다. 6월 일평균(293건·746억6000만원)보다 오히려 많다.


B 은행에서는 이달 하루 597건, 1398억원꼴로 주택담보대출 승인이 이뤄졌는데, 지난달 635건, 1745억원보다 각 6%, 20% 줄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6·27 대책 실행에 앞서 몰린 가계대출 신청 건이 이달 들어서도 순차적으로 승인되는 데다, 6월 27일까지 이뤄진 주택매매 계약은 기존 기준대로 대출이 가능한 만큼 최근에도 꾸준히 신청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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