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 자동차 '12.5%' 실패… 현대차, 美 눈치싸움 치열해진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5.07.31 12:04  수정 2025.07.31 13:03

한미 무역협상, 상호관세·자동차 관세 15% 타결

"車 관세 마지막까지 12.5% 주장했지만… 아쉬워"

현대차·기아, 美서 토요타·폭스바겐과 같은 조건

3분기부터 손실폭 줄일듯… 점유율 사수에 쏠리는 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P/연합뉴스

정부가 미국과 자동차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 지난 2분기 관세 타격으로 1조6000억원에 달하는 타격을 입은 현대차·기아는 당장 3분기부터 손실폭을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먼저 협상을 마쳤던 일본, EU(유럽연합) 대비 유리한 상황은 끝내 만들지 못하면서 미국 시장 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25%의 관세가 적용됐던 지난 3달 간 손해를 감수하고 가격을 동결해온 주요 업체들의 점유율 사수를 위한 전략 싸움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31일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 상호관세 뿐 아니라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도 15%로 낮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동차 부품관세도 기존 25%에서 15%로 조정됐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이 한국에 8월 1일부터 부과하기로 예고한 상호관세 25%는 15%로 낮아진다"며 "또한 우리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 관세도 15%로 낮췄다"고 말했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고려해 자동차 관세를 12.5%로 조정하려던 정부의 그림은 결국 관철하지 못했다. 앞서 협상을 마무리한 일본의 자동차 관세가 12.5%에 기본 세율이 2.5% 더해져 15%로 타결된 것을 고려한 요구였다.


김 정책실장은 "우리는 12.5%를 마지막까지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 측에서) '됐고, 우리는 이해하는데 대통령은 모두 15%다' 이렇게 주장했다"며 "우리는 마지막까지 12.5%가 맞다고 했다. FTA라는 게 상당히 많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기본 세율을 더해 계산하고, 한국은 기존 맺었던 FTA를 참작하지 않은 채 일괄 15%로 통일한 것이다. 명확한 기준 없이 이뤄진 각국 협상 내용을 고려하면 사실상 15% 이하로 자동차 관세율을 낮출 가능성은 희박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현대차그룹

이에 따라 현대차·기아는 미국 시장에서 주요 경쟁사와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됐다. 유리한 환경은 아니더라도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는 평가다.현대차·기아의 경우 한미 관세 협상이 실패하는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미국 시장 전략을 세워왔다.


FTA에 따라 관세없이 자유롭게 수출하던 때와 비교하면 15%의 관세율도 여전히 부담이지만, 25% 관세로 큰 타격을 입었던 2분기와 비교하면 당장 3분기부터는 손실폭을 줄여갈 수 있을 전망이다.


실제 현대차·기아는 지난 4월부터 시작된 자동차 관세 여파로 올해 2분기 합산 1조60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업계에서는 관세 협상에 실패할 경우 3분기부터는 합산 2조 이상의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승조 현대차 재경본부장 부사장은 지난 25일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2분기 기준 8282억원의 관세 영향이 있었고, 풀쿼터로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은 맞다. 그래서 2분기 대비해 3분기, 4분기에는 더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미국 시장 내 주요 경쟁사가 동등하게 15%의 관세를 적용받게 된 만큼 점유율을 지키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가격 인상과 관련한 눈치 싸움이다. 부품 공급망 재편, 생산 효율성 제고 등 근본적인 해결책들을 단기간 내 실현하기는 쉽지 않아서다.


현대차·기아는 25%의 관세에도 불구하고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지난 4월부터 미국 판매 가격을 동결해왔다. 최대 경쟁사인 토요타, 혼다 역시 마찬가지다. 가격 경쟁력에 민감한 대중 브랜드 특성상 가격 인상 즉시 경쟁사에 점유율을 뺏길 가능성이 높아서다.


업계에서는 15%로 관세율이 낮아진 상황에선 더욱 가격 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결국 15%의 관세는 유지하면서 미국 소비자들에게 가격인상으로 인한 피해는 전가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큰 그림이 자연스럽게 실현되는 셈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소비자에게 비용 부담을 전가하는 것은 불가하다. 일본이나 유럽의 고급차 업체들은 가격을 올릴 수 있으나 양산 업체인 현대차·기아는 더욱 어렵다"며 "10%대의 원가절감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단기적으로 해결하기 어렵기에 일단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15%라는 높은 관세가 적용됨에 따라 한국산 자동차의 경쟁력 제고가 중요한 상황"이라며 "현대차·기아는 관세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 방안을 추진하는 동시에 품질 및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기술 혁신 등을 통해 내실을 더욱 다져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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