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바꾼 세상②] “적자에도 멈출 수 없죠”…매일유업, 희귀병 아기 위한 분유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5.07.25 07:00  수정 2025.07.25 07:00

선천성대사이상 환아, 평생 식이조절 필요 희귀질환

26년째 적자 감수…국내 유일 생산 ‘묵묵한 사명’

중국 시장까지 시장 확대…캠프·기부도 지속

한 스푼의 오차도 허용 못해…철저한 품질·혼입 관리

매일유업 본사 이미지.ⓒ매일유업

전국에 약 400명이 앓고 있는 ‘선천성대사이상’이란 희귀질환이 있다. 선천적으로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 필수 영양소를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하거나 만들어지지 않는 질환이다. 일반적인 음식은 물론 신생아의 경우 모유 수유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평생 엄격한 식이 관리를 해야 하고,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하기 위한 ‘특수분유’를 섭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운동 발달 장애와 성장 장애가 생길 수 있고 뇌세포 손상에서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들에게 ‘생명줄’과 같은 특수분유는 개발과 생산에 큰 비용이 들지만, 수요가 제한적이어서 적자가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사업을 하는 곳이 손에 꼽힌다. 그러나 매일유업은 1999년부터 국내에서 유일하게 선천성대사이상 환자를 위한 특수분유를 생산하고 있다.


매일유업-알리건강 협약식.ⓒ매일유업
◇ 성인돼도 특수분유 꾸준히 섭취해야...국산 분유 회사의 존립 근거


특수분유는 아이들만 먹는 게 아니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주기적으로 섭취해야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해 건강한 삶을 이어갈 수 있다. 이 때문에 매일유업은 선천성대사이상 환아들을 위한 특수분유 8종 12개를 제조·공급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해당 제품을 수출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5월 알리바바 그룹의 헬스케어 계열사 ‘알리건강(阿里健康)’과 자선사업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특수 분유 ‘앱솔루트 엠피에이(MPA) 1·2단계’를 중국 시장에 공급하기로 협의했다. 이어 같은해 8월 전제품으로 확대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매일유업은 2001년부터 인구보건복지협회가 PKU(페닐케톤뇨증) 환아 가족들을 위해 마련한 가족캠프에 지속적으로 후원하고 있기도 하다. 선천성대사이상 질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하트밀(Heart+Meal) 캠페인도 펼치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외식이 어려운 환아와 가족들을 위해 맞춤 레시피로 만든 음식들을 대접하는 ‘하트밀 만찬’ 행사를 진행했다. 또 2018년부터는 ‘하트밀굿즈’(제품)를 제작해 판매하는 한편, 굿즈 수익금 전액을 ‘하트밀 박스’를 제작하여 선물하기도 했다.


매일유업 특수분유 12종.ⓒ매일유업
◇ “한 스푼도 허투루 담지 않는다”…설계부터 보관까지 철저


선천성대사이상 질환 환아를 위한 특수분유는 일반 분유와는 성분부터 전혀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단백질 원료에서 드러난다.


이 질환을 가진 아이들은 특정 아미노산을 분해하는 효소가 없거나 부족해 해당 아미노산을 섭취할 경우 독성 대사산물이 체내에 쌓이고, 이는 뇌 손상이나 성장 장애, 심할 경우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일반 분유에는 다양한 아미노산이 포함된 고분자 단백질이 함유돼 있지만, 특수분유는 각 아미노산을 단일 원료로 사용해 문제 성분이 배제된 상태로 제조된다.


다만, 아미노산 자체의 짜고 떫은 맛 때문에 일반 분유와는 확연히 다른 맛을 갖게 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매일유어은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생산 과정의 어려움도 크다. 특수분유는 수요가 적은 데다 유아용인 만큼 원료의 안전성과 품질이 최우선이다. 원료 공급처도 제한적인 데다, 구매 비용 부담도 상당하다. 그럼에도 매일유업은 연구소와 구매, 생산팀 간 긴밀한 협업으로 안정적 공급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원료 보관과 관리 역시 고도의 주의가 요구된다. 단백질 원료 간의 혼입을 막기 위해 보관 공간을 철저히 분리하고, 혼입 가능성을 차단하는 엄격한 공정 절차를 운영 중이다. 이처럼 정밀한 관리 체계는 특수분유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지탱하는 핵심 기반이 되고 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해당 분유를 생산할 때 다른 제품을 만들수 있는 시간과 이를 위해 라인 재 정비하는 기회비용이 크다”며 “수요가 적은 환아들을 위해 라인을 멈추고 생산하는 제품이다보니 적자지만 그럼에도 이들을 위해 26년째 조용히 사명을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이 바꾼 세상③] 오뚜기, 점자로 식품업계 ESG 경영 선도>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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