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베스트셀러 목록①] SNS 타고 관심…‘요즘’ 베스트셀러 목록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5.07.26 11:01  수정 2025.07.26 11:01

장기 흥행 대신 역주행·의외의 흥행 사례 늘어나

데뷔 6년 차 ‘신인급’ 작가의 작품이 서점가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019년 신춘문예를 통해 데뷔한 성해나 작가의 ‘혼모노’가 그 주역으로, 해당 도서는 교보문고에서 4주 연속 종합 베스트셀러 1위, 예스24에서는 3주 연속 1위를 기록 중이다.


2위는 김애란 작가의 ‘안녕이라 그랬어'이며, 3위는 배우 류수영이 쓴 ‘평생 레시피’, 4위는 김금희 작가의 ‘첫 여름, 완주’가 차지했다.


ⓒ혼모노 표지

스타 작가 김애란의 ‘안녕이라 그랬어’와 류수영의 ‘평생 레시피’는 예상이 가능한 순위였다면, ‘혼모노’는 ‘의외’의 결과였다. ‘첫 여름, 완주’를 출간한 출판사 무제의 대표이자 배우인 박정민이 “넷플릭스 왜 보냐.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라고 호평한 것을 시작으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신선하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진 것이 이 결과의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수년 전부터 연예인 또는 유명인의 추천이 영향력을 발휘하는 ‘스타 셀러’ 현상의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이는 최근 베스트셀러 목록의 전반적인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에는 배우 하석진이 추천한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가 흥하면서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한 바 있으며, 장원영이 언급한 ‘초역 부처의 말’이 MZ 독자들에게도 사랑을 받으며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진입했었다. 특히 2020년대에는 특히 두드러지는 현상으로, 연예인은 물론, 책 요약·소개 콘텐츠를 주로 선보이는 북튜버들까지도 출판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 중이다.


물론 지난해 말 한강 작가의 도서들이 베스트셀러 순위를 장악하고, 유시민 작가의 ‘청춘의 독서’, 이재명 대통령의 ‘결국 국민이 합니다’ 등이 올해 초 서점가에서 큰 사랑을 받은 것처럼, 여전히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문화적 상황이다. 베스트셀러 목록을 분석하면 당시 사회상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그 시기 대중들의 주요 관심사가 적극적으로 반영된다.


여기에 유튜버, SNS 밈 등 입소문도 ‘깜짝 흥행작’이 탄생시키는 통로로 등장했다. 온라인 서점 예스24 관계자는 “몇 년 사이 유명인과 각종 플랫폼 추천 도서가 베스트셀러에 미치는 영향력이 확장되고 있다”며 “과거에는 주로 TV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책들이 ‘미디어셀러’로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SNS,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에서 보이는 추천이 독자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문가뿐만 아니라 연예인, 인플루언서 등 다양한 유명인들이 북큐레이션의 주체로 떠오르며, 이들이 언급한 책이 역주행하며 재조명되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22년 출간된 정대건 작가의 ‘급류’는 한 북튜버의 ‘리액션’ 영상이 화제가 되며 올해 초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린 사례가 대표적이며, 지난해 ‘리틀 라이프’는 책을 읽고 눈물을 쏟아내는 사진, 영상이 SNS상에서 화제가 되며 전 세계 독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지난해 8년 만에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리틀 라이프’는 미국 틱톡 영상에서 시작된 관심이 국내 독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며 SNS 파급력을 실감하게 했었다.


이런 흐름으로 인해 베스트셀러 주기는 짧아지고 있다. 여러 북튜버들이 쏟아내는 콘텐츠, 나아가 전 세계 독자들이 쏟아내는 쇼츠 영상 등이 독자들의 관심사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리는 책들도 그만큼 다양해졌다.


2013년 2년 연속 1위를 차지한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나 2015년 42주 동안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미움받을 용기’ 등 ‘장기 흥행’으로 주목받는 도서들은 현재 찾아보기 힘들어졌으며, 대신 역주행 또는 깜짝 흥행으로 ‘의외의’ 재미를 주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이 전보다 더 쉬워진 것은 사실이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50만부는 넘겨야 연말 1위를 차지했다면, 지금은 5만~10만부로 그 기준이 낮아졌다.


다양한 책이 사랑을 받는 것은 긍정적인 반응도 있지만, 베스트셀러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엔 우려도 있다. 지난해 종합 100위권 도서의 평균 판매량은 지난해에 비해 18.4% 올랐지만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효과를 제외하면 전년 대비 -8.1% 줄었다는 교보문고의 분석이 있었다. 특히 그중 한강의 책을 제외하고 가장 많이 팔린 ‘불변의 법칙’은 상위 100위권 내 판매 점유율이 3.5%로 최근 5년간 가장 낮았는데, 결국 출판 시장을 주도할 만한 의미 있는 책을 만날 수 없었다는 점이 아쉬운 지점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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