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엔 역시 ‘공포맛’…무대 접수한 공포 연극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5.08.01 08:30  수정 2025.08.01 08:30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오싹하고 짜릿한 스릴이 관객들의 더위를 식히는 동시에, 공연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특히 단순히 1차원적인 공포를 넘어, 뛰어난 서사와 섬세한 심리 묘사를 통해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웰메이드’ 공포 연극이 대세다.


연극 '2시 22분' ⓒ신시컴퍼니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연극 분야 월간(6월30일~7월30일) 티켓예매액 집계에 따르면, ‘2시 22분: A GHOST STORY’ ‘렛미인’ 등 공포 연극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2시 22분’은 새로 이사 온 집에서 새벽 2시 22분마다 정체불명의 소리를 듣는 제니가 남편 샘, 남편의 친구 로렌 그리고 로렌의 애인 벤과 함께 그 정체를 놓고 논쟁하는 작품이다. ‘렛미인’은 스웨덴 작가 욘 린드크비스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뱀파이어 소녀와 인간 소년의 초월적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두 작품은 각각 스릴러, 호러 장르의 연극이다.


이 같은 공포 연극의 인기는 단순히 관객들의 더위를 잊게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공연계의 전통적인 ‘여름 비수기’로 꼽히는 시기, 공포 연극은 전체 연극 시장의 매출을 견인하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표한 ‘2024년 3분기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분기의 연극 티켓 판매액은 약 210억원으로, 전년 동기(151억원) 대비 약 39%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인지도 높은 스타 배우가 출연한 대극장 작품의 영향이 컸지만, 공포 연극과 같은 특정 장르의 약진도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역시 ‘2시 22분’ ‘렛미인’ 등의 작품이 인기를 끌면서 시장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포 연극의 인기는 관객층의 확장에도 크게 기여한다. 참신한 소재와 감각적인 연출은 2030 세대의 젊은 관객들을 연극 무대로 이끄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들은 SNS를 통해 공연 후기를 활발하게 공유하며 새로운 관객들의 유입을 촉진하고 있다. 실제 ‘2시 22분’과 ‘렛미인’의 경우, 인터파크 기준 2030 예매율이 각각 68.4%, 54.1%로 전체 예매율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공포 연극은 특정 장르에 편중되었던 연극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는다. 창작자들에게는 장르적 실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관객들에게는 색다른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공연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이 주는 특유의 긴장감과 몰입감은 공포 연극만이 가진 독특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물론 공포 연극의 흥행에는 ‘여름 특수’가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단순히 계절적 요인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 높은 작품성과 관객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공포 연극은 ‘한철 장사’를 넘어 사계절 내내 사랑받는 매력적인 콘텐츠가 되고 있는 셈이다.


한 공연 관계자는 “단순히 1차원적 접근으로 관객을 놀라게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창의적인 시도와 탄탄한 구성의 공포 연극이 관객들에게 더 강렬한 전율을 느끼도록 한다”면서 “공포 연극의 특성상 여름 특수가 있긴 하지만, 이 같은 작품들은 여름 시즌과 무관하게 꾸준히 사랑받는 ‘웰메이드’ 작품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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